대북강경론 조장에서 한미갈등 부풀리기까지. 조선일보의 보도가 지나치게 편파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미국의 대북강경정책에 편승해 한국정부의 포용정책을 실패한 정책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마저 엿보인다. 조선일보의 첫 번째 잘못은 할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출범 두달여를 갓 넘긴 부시정부는 준비되지 못한 힘의 외교로 많은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연일 부시의 대북정책 혼선을 질타하고 있으며 야당인 민주당은 대북강경기조를 포용정책으로 바꿔야 한다고 공세를 취하고 있다. 국내 언론들은 이 같은 내용을 비교적 상세히 보도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만은 예외였다. '부시정부의 대북정책 등을 둘러싼 혼선은 미국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조선 26일자 4면)가 고작이다. 현지 언론이 '총체적 혼돈'(워싱턴포스트 14일자) '질타의 대상'(뉴욕타임스 26일자)등의 용어를 동원해 부시정책을 비난했지만 조선일보는 '집중 조명'이라고 보도한 것이다.워싱턴포스트는 25일자 1면에 유럽연합의 햇볕정책지지로 미국과 갈등이 예상된다는 기사를 머릿기사로 실어 부시정부가 동맹국으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을 자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를 27일자 1면에서 "김대통령, 부시와 회담에 실망...유럽에 한반도 역할강화 요청"이라고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입맛대로 일부만 발췌하는 장기를 십분 살린 셈이다. 문제는 이 부분이 오보라는 점이다. 이틀 뒤 한국정부의 항의를 받은 스웨덴 정부가 유감을 공식적으로 표명해 왔던 것이다.(동아일보 29일자2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는 이 같은 사실을 기사화 하지 않았다. 마땅히 독자에 알려야 할 말에 입을 닫은 셈이다. 이 같은 사례는 반복된다. 3월초 뉴욕타임스는 "김대통령이 (NMD관련) 러시아편을 들었다"고 보도해 한미정상회담에 큰 파장을 불렀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한국언론들은 대서특필했고 한미간 외교적 마찰로 비화되기도 했다. NMD논란은 지금까지도 김대중정부의 가장 큰 외교실책으로 언론의 공격을 받고있다. 그런데 당시 이 기사를 쓴 뉴욕타임스 동경특파원이 자신의 기사가 오보라는 것을 시사하는 글을 26일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에 실었다.(동아 29일자 2면) 이 글의 신뢰도를 얼마나 비중 있게 보아야 하는 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큰 파문을 일으켰던 장본인의 말임을 고려한다면 마땅히 보도했어야 할 내용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어떤 판단에서인지 이 기사를 게재하지 않았다. 조선일보의 두 번째 잘못은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는 것이다.미 외교협의회는 지난달 22일 부시대통령에게 포용정책을 권고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서한을 전달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했던가. 조선일보는 27일자 1면 중간톱으로 보도하면서 (미 외교협 "제네바합의 재검토를")로 보도했다. 5개 건의항목중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뉴욕타임스가 27일자에 '부시가 북한과의 미사일협상재개등을 주장한 미 외교협회의 모든 대북정책 건의 내용에 동의했다'고 보도하면서 대북노선의 수정 가능성을 전망한 것(세계일보 28일자1면 재인용)과 비교하면 너무도 다른 내용이다. 같은 날 조선일보 2면 한구석에는 '한미일 차관급 인사가 참석하는 정책조정회의에서 3국이 제네바합의 유지를 확인했다'는 기사가 1단으로 처리되었다.할 말은 안하고 말아야 할말은 하는 조선일보의 세 번째 잘못은 북한위협론 부풀리기와 갈등의 조장이다.매년 봄이면 북한 위협론이 태평양을 건너 한반도를 뒤흔들어 놓곤 했다. 올해도 한미연합사령관이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북 위협 작년보다 더 심각(조선 29일자 1면)"이라고 주장했다. 불과 수개월전 만해도 미국대통령의 방북문제가 거론 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논란의 여지가 많은 주장이다. 조선일보는 이튿날 '한미 북한군 위협 큰 시각차(1면)'라고 보도하며 사설과 해설기사를 통해 정부가 햇볕정책 때문에 북한군 위협을 축소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가열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들 기사 어디에서도 이 증언의 신뢰성을 따지는 대목은 없었다. 이 증언이 국방예산을 심의하는 자리에서 나왔고 매년 이 맘 때에 충분한 예산확보를 위해 한반도 위기론을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다른 신문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인데도 말이다. 심지어 국방부가 '한미 시각차'보도와 관련해 해명한 내용을 정반대로 보도했다. 대다수 신문들이 "한미간 북한군사력 평가에 이견이 없다"고 보도했으나 조선일보는 "군 북 대규모 훈련 첫시인... 한미간 시각차 공식인정"이라고 제목을 달아 처리했다. 대규모 훈련이라는 것도 이미 작년 국정감사 등을 통해 밝혀진 내용이다. 결국 이러한 보도는 한미 갈등을 부추기고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에 흠집을 내고자 하는 시도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