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래도 인터넷 중독증인 것 같다. 회사든, 집이든 앉았다 하면 인터넷부터 열어본다. 어쩌다 여행을 떠나도 하루를 견디지 못하고 PC방을 찾게된다. 신문쟁이가 신문보다 인터넷을 더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아닌게 아니라 홈페이지 관리에 드는 시간이나 노력이 신문 제작에 쏟는 그것보다 결코 적지 않으니 회사에선 싫어할 지도 모르겠다.내가 관리하는 인터넷상의 홈페이지는 대략 10여개 정도다. 우선 내 역사공부방(http://masan315.org)과 민간인학살문제해결 경남지역모임(http://report.jinju.or.kr/genocide), 경남정신대문제대책을 위한 시민연대(http://report.jinju.or.kr/truth), 그리고 경남도민일보(http://dominilbo.com) 등 4개는 거의 전적으로 운영까지 맡고 있다.또 한국정신대연구소(http://truetruth.org)나 민간인학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범국민위(http://genocide.or.kr), 경남민언련(http://gnccdm.or.kr), 마창진참여연대(http://localpower21.org), 참교육이야기(http://report.jinju.or.kr/educate), 도민일보노동조합(http://dominilbo.org) 등은 기술적인 관리를 도와주고 있다. 대개 내가 만들거나 개편과정에서 손을 봤던 사이트들이다.이쯤 되면 마치 나를 인터넷 전문기자나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아니다. 지역 근·현대사 관련 시리즈를 연재하고, 언론과 NGO분야 취재를 일부 담당하고 있다. 신문사 홈페이지 관리와 칼럼진 관리 등은 워낙 모자라는 인력 때문에 덤으로 맡고 있을 뿐이다.(경남도민일보에는 나처럼 여러 가지 일을 맡고 있는 사람이 많다.)내가 본격적으로 인터넷에 빠지게 된 건 작년 초 몸이 아파 한달간 집에서 쉬고 있을 때였다. 그냥 무식하게 테그부터 익혀서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덕분에 학원비나 책값은 들지 않았지만, 모뎀으로 하루 열시간 이상씩 접속을 하는 바람에 한달 전화요금만 20만원이 넘게 나왔다. 그후 홈페이지 때문에 고민하는 단체나 사람들이 안타까워 서툰 솜씨를 발휘해봤던 게 이렇게까지 돼버린 것이다.물론 홈페이지 덕분에 좋은 점도 많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을 너무 뺏긴다는 것이다. 연재해온 근·현대사 시리즈도 현장취재보다는 참고자료의 의존도가 높아졌다. 내가 봐도 질이 영 떨어진 것 같다. 미디어면도 내가 직접 취재한 기사보다는 다른 매체의 보도를 종합 인용한 게 대부분이다. 이래 갖고는 정말 어중잽이밖에 안되겠다 싶었다. 그래 인터넷은 수단일 뿐이야. 이건 내가 할 일이 아니야.대학원 기록관리학과에 덜컥 원서를 냈다. 역사와 기록물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한번 해보자고 결심했다. 학기가 시작된 지 2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어중잽이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공부도 허둥지둥, 취재도 얼렁뚱땅, 홈페이지 관리도 대충대충…. 그러면서도 하루 너댓시간씩 인터넷을 들여다 보지 않으면 불안해 못살겠다. 아~빨리 뭔가를 포기해야 할텐데….김주완(경남도민일보 여론매체팀장)/ 언론노보 305호(2001.5.3)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