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기능은 팩트(Fact)를 전달하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팩트를 분석하거나 특정 이슈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한 기능중의 하나다.지난달 25일 어느 신문을 보더라도 1면 톱이나 사이드는 ‘모성보호법 시행 유보’가 장식했다.모성보호법의 골자는 여성들의 출산휴가를 60일에서 90일로 늘리자는 것 등이다.그동안 재계는 모성보호법을 도입하면 기업의 비용 증가로 경제성장에 찬물을 끼얹는다고 반대해 왔다.반면 여성계는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주장하며 조속한 시행을 요구해왔던 것이다.양측은 법 시행으로 인한 추가비용 산출에서도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재계는 8,500억원을 주장한 반면 여성계는 1366억원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처럼 첨예한 대립이 생겼을 때 신문의 고유기능이 발휘돼야 한다.누구의 주장이 현실적인지,아니면 양쪽의 주장에 모두 설득력이 있다면 대안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담아내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것이다.하지만 상당수 신문은 스스로 모성보호법 시행 유보에 대해 판단한 기사 가치만큼이 분석·해설·주장을 펴는데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동아일보는 25일자 1면 톱과 4면 해설기사는 모성보호법 유보를 정치논리로서만 다뤘다.3면 기사도 양쪽의 주장을 담은 것이 아니라 ‘상시국회 부끄러운 성적’과 같은 기획성 기사로 채워졌다.물론 그 이전에도 양쪽의 주장을 비교·분석한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경향신문도 같은날 1면에 여성보호법 시행 유보를 스트레이트 기사로만 처리했다.세계일보 1면과 4면으로 다뤘지만 ‘3여 공조 삐걱’과 같은 제목으로 처리했을 뿐이다.대한매일도 23일자 5면에 양쪽의 주장을 담은 해설기사를 채웠지만 재계와 여성계가 주장하는 법 시행으로 인한 추가비용을 그대로 전달하는데 그쳤다.문화일보와 국민일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반면 조선일보는 25일 시행유보 기사에 앞서 23∼24일 이틀에 걸쳐 찬반 논란을 외국사례를 자세하게 다뤘다.한국일보는 23일 3면에서,중앙일보는 19일자 1면 ‘모성보호법 개정 치열한 공방’과 3면 해외사례,사설 ‘현실감안한 모성보호법 돼야’ 등으로 확실한 주장을 폈다.재계측의 주장을 들여다보면 출산 여성노동자 모두와 배우자가 출산한 남성노동자 모두 육아휴직을 신청했을 경우를 상정하고 있다.이를 반영하듯 한겨례신문은 24일자 3면에 ‘1366억대 8500억’의 제목으로 양쪽의 주장을 담는데 앞서 19일자 사설에서 ‘모성보호하면 경제회생 안된다니’로 경제계 주장의 허구성을 지적했다.여하튼 중앙일보가 재계를 대변하고 한겨례신문이 여성계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사설을 담은 것처럼 사시에 따라 주장은 다를 수 있다.신문의 논조에 대한 판단은 정책당국자와 독자가 할 뿐이다.그러나 주장을 펴는데 소홀하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전달했다면 이는 신문으로서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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