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진행 중인 언론사 세무 조사 결과 발표와 그 후속 사건들은 단순히 어떤 언론사가 세금을 제대로 냈느냐 내지 않았느냐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 사건이 우리나라 근대사의 한 분수령을 넘지 않느냐 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근대 언론이 도입된 이래 친일, 친 독재의 과정을 거치면서 철저하게 권력의 입장에 서서 스스로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존재해 왔던 언론 족벌들이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고 세무조사와 그 결과 발표, 언론 사주들에 대한 사법 처리가 그 정점인 것으로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언론 권력의 붕괴는 남북 관계의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즉 언론 족벌들을 지탱해 주던 남북한의 치열한 대치 상황 그리고 분노와 적대감 두려움에 기초한 남북 관계가 변화하면서 안보 상업주의를 생존과 성장의 기본으로 하는 언론 족벌의 약화를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언론사에 대한 시민사회, 정부의 개혁 요구가 남북 정상회담과 그리 멀지 않은 시점에 일어난 사실이 결코 우연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이런 점에서 언론 지배자들, 특히 극소수 3-4명의 언론 족벌들은 과거에서 성장이 멈춰버린 문화적 화석인 것처럼 보인다. 지금까지 너무나 좋았던 시절, 너무나 강했던 권력에 취해 변해버린 세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거의 모습 그대로 굳어 버린 존재로 남은 것이다. 언론 족벌들은 여전히 북한에 대한 적대감, 안으로는 노동조합과 공동체적 사고 방식을 지닌 사람에 대한 분노,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과 집단과는 한 하늘을 이고 살수 없다는 배타주의 등등의 이념 아닌 이념으로 무장한 채 이 세상을 자신들의 기준으로 재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처절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언론 개혁 문제는 이제 임계점을 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 십 년 간 잠복해 있던 이 사안이 오늘에 이르러 비등점을 맞아 갑작스럽게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 족벌들이 이런 역사적 흐름을 가능하면 빨리 인식해 주길 바랄 뿐이다./ 언론노보 308호(2001.6.27)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