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 뚜벅…' '뚜벅 뚜벅…' "아빠! 아빠!"언제부턴가 퇴근후 집앞에 들어서면 네 살바기 딸아이가 발자국 소리를 알아채고 문앞까지 뛰쳐 나오는 버릇이 생겼다.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는 순간이다.그런데 요즈음 이러한 딸아이의 행동에 변화가 왔다. 직장 동료들과 술자리가 잦아지고 언론업계 주변의 여러 가지 일로 다소 의기소침해 밤늦게 귀가하는 날이 계속되면서 아이의 행동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단지 구두 발자국 소리만 듣고도 "아빠!"하고 달려나오던 아이의 모습이 사라진 것이다. 예전처럼 경쾌한 발자국이 아니라 힘에 겨워 흐느적 흐느적거리는 소리가 나는 까닭인지 초인종을 다 누르고 집안에 들어서서야 "아빠!" 하고 다가온다. 아빠의 퇴근 걸음걸이 하나하나에 아이의 반응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때부터 나는 술을 취할 정도로 마시고 퇴근해도 집앞에서는 딸아이가 알아채도록 어색한 걸음걸이를 하는 버릇이 생겼다.언론노동자들의 걸음걸이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IMF로 처져있던 어깨가 잠시 펴지는가 싶더니 3년도 채 안돼 여기저기서 구조조정의 망령 다시 우리 노동자들을 억누르고 있다.신명을 바쳤던 일터를 그저 아무말없이 떠나가야만 했던 옛동료들. 그런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미안한 마음에 며칠밤을 뒤척였던가. 그러나 이젠 우리 자신의 차례가 되어 숨통을 조여오는 것 같아 답답한 마음을 가눌수가 없다.'도대체 어떻게 일했길래…' '어떻게 살아왔길래'그리고 '우리는 왜 이 길을 택했을까…' 아무리 자문해 보아도 막힌 가슴은 뚫리지 않는다. 정녕 하늘이 내게 준 소명처럼 받들고 언론의 외길을 가는게 이젠 꿈이 돼 가는가. 나는 오늘도 이런 고민을 가슴에 파묻고 약간은 어색하지만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오직 아빠가 오기를 기다리는 아이를 위하여!조영철 디지털타임즈 편집부/ 언론노보 310호(2001.8.1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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