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안보상업 '광란극'8·15왜곡보도 족벌신문이 주범 시민을 볼모로, 환자를 볼모로, 한국경제를 위기로…. 지하철 파업과 의사폐업, 조종사 파업 때 나온 눈과 귀에 익은 말이다. 엎친 가뭄에 덮친 파업은 평양광란극으로 치달으면서 언론의, 특히 족벌신문의 편집증은 이번 8.15방북 보도에서 극단의 한계를 넘었다. 사회적 대립과 갈등을 조정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이념대립을 부추기고, 선정적 안보상업주의가 지면에 난무하는 등 족벌언론의 '8.15 통일축전' 보도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대부분 언론이 '일부 방북인사의 돌출행동'만을 보도했을 뿐 분단 이후 최대규모의 남북간 민간교류였던 이번 축전의 의미와 성과는 외면했다는 지적이다.방북단 일원이었던 동국대 강정구 교수가 김일성 생가를 방문해 방명록에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라고 기록하자 언론은 일제히 이를 '평양광란극'이라는 선정적인 문구로 대서특필하기 시작했다. '만경대 정신이 뭘 뜻하는지 불명확하나 만경대가 김일성의 생가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김일성적(的)인 정신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중앙일보 20일자 사설)'는 것이 비판의 이유다. 조선일보도 같은 날 '북한보다 더 북한적 행동'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일보는 방북인사의 엄중 처벌과 북한의 사과를 요구했다. 한국일보 장명수 사장은 22일자 칼럼을 통해 '북한에 남아 장군님 영도 하에 살고 싶었는가'라고 묻고 있다. 극단적 유추와 선정적 표현에 따른 왜곡이자 매카시적 보도가 아닐 수 없다. '만경대 정신'이란 말은 북한에서 사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그 해석 역시 강 교수에게 물을 수밖에 없다. 강 교수는 '민족정기 수립을 위한 교육정신'이라고 답했지만 이 내용은 크게 보도되지 않았다. 방북단이 귀국한 21일에도 언론은 방북 성과와 민간교류의 의미는 외면했다. 김포공항에서 벌어진 통일연대와 재향군인회 간의 시위를 남남갈등으로 중점 보도하면서 본질을 흐렸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이전부터 조국통일3대헌장 기념탑 아래서 열린 개막식 참가 기사를 시작으로 '통일전선전술에 이용' 등의 기사를 연일 내보내며 사실상 여론재판을 주도했다.지난 해 8월 남북 언론사 사장들이 만나 '민족의 단합을 이룩하고 통일을 실현하는데 도움이 되는 언론활동을 벌여 나가자'는 약속은 공염불로 전락했다. 언론노조는 28일 성명을 통해 '이번 언론보도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 드린다'며 '언론은 언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언론노조는 범민련 3자 회의에서 북측의 반대를 무릅쓰고 합의된 연방제 강령 삭제와 한총련 학생들의 '동상을 세우는 돈으로 인민에게 빵을 주라'는 발언은 '돌출행동'과 '남남갈등'이라는 신조어 속에 묻혀버렸다면서 '언론으로서의 최소한 사실보도의 균형감각과 시대적 양심을 회복하라'고 요구했다./ 언론노보 311호(2001.8.29)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