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뭄에 웬 파업이냐'며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을 짓밟았던 수구적 보수언론이 이번에는 매카시적 여론재판을 통해 남북교류와 민간통일운동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우여곡절 끝에 평양에서 개최된 '8. 15 민족통일대축전' 행사는 분단 이후 최초로 남과 북, 그리고 해외의 동포들이 한자리에 모여 민족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논의한 역사적 사건이었다.또한 남북언론인들의 접촉뿐만 아니라 종교·문화·여성 등 각 부문별 접촉을 통해 다양한 교류 협력사업을 약속하는 등의 실질적인 성과 외에도 내년 8. 15 행사의 서울·평양 동시개최, 북측 대표단의 서울방문, 6. 15 공동선언의 적극적 실천 등의 합의는 미국의 부시정권 등장 이후 정부간 남북대화가 중단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민간교류의 소중한 성과물들이었다. 이러한 8.15 축전의 역사적 의미와 성과는 일절 외면한 채 수구적 보수언론은 개폐막식 참가를 둘러싼 방북단내의 혼선과 갈등, 만경대 방명록 서명과 같은 일부 인사들의 우발적 행동 등 일련의 돌출사건을 부각시키며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들을 과장 보도하면서 냉전적 시각으로 부정적 측면만을 집중 보도하였다. 그 결과 8.15 축전행사는 그 소중한 성과와 역사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친북 인사들의 돌출행동과 김일성 찬양으로 얼룩진 한편의 광란극으로 이미지 조작되었다. 이것이 과연 '통일과 민족 단합에 도움이 되는 언론활동' 인가?물론 아직도 냉전사고에 억눌려 있는 다수의 국민정서상 방문인사들의 신중하고 사려 깊은 언행이 요구되었던데 반해 일부 인사들의 감성적인 언사가 비판의 소지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또한 정부와의 약속을 팽개치고 축전 개막식에 참석한 일부 방북단의 행동이 내부갈등을 촉발시킨 측면도 있지만 민주노총의 주장대로 '무산위기에 놓은 방북일정과 남북관계를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의 측면도 있다. 이러한 혼란과 돌출행동은 크게 보면 50여 년 동안의 적대적인 분단체제하에서 처음 시도되는 민간교류에 수반되는 자연스런 현상이요, 불가피한 시행착오 과정일 것이다.그럼에도 이를 침소봉대하고 전후사정이나 배경은 무시한 채 사실을 왜곡하여 남쪽의 가치기준과 다르다고 해서 친북행위로 나아가 국기를 뒤흔드는 사건인양 몰고 간 보도태도는 엄중한 비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언론노보 311호(2001.8.29)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