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 1년을 돌아보며> 1. 조직의 틀을 갖추자 「산별추진위가 문을 닫습니다. 11월 24일 전국언론노조가 출범하기 때문입니다. 산별추진위는 성공했습니다. 산별노조가 창립하니 말입니다. 산별추진위는 99년 4월 7일 태어났습니다. 11월 23일까지 597일, 짧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꿈 깨'라는 얘기도 들었지만 격려와 질책의 주문이 많았습니다. 숱한 교육과 간담회, 수련회, 그리고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그 속에서 활력을 느꼈고 언론사노조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산별추진위의 최대 성과는 이것이지 않나 싶습니다.」 지난 해 11월 8일자 언론노보 내용입니다. 그리고 일 년이 차 갑니다. 言亂이라고 해야 할 광포한 나날을 돌파하느라 잊혀질 듯 말 듯 산별은 조합원들로부터 멀어졌습니다. 지도부의 책임이 크지만 시대상황을 탓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여전히 언론개혁은 진행형입니다. 그렇더라도 이제는 좀 차분하고 냉정하게 산별 일 년을 돌아보고, 반성할 것은 무엇이고 고쳐야 할 것은 무엇이며 또한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함께 고민하고 토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난 8월 17일 저녁 경향신문 옆 스타식스 영화관. 서울 소재 3개 신문사 조합원 23명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라는 영화를 함께 보기 위해서 말입니다. 모 지부에서 계속되던 '영화 함께 보기'를 확대 제안한 것인데 뜻밖에도 조합원들의 호응이 괜찮다고 합니다. 그리고 영화를 본 후에는 한 사람이 쓴 영화 관람평을 3개 지부 소식지에 동시에 싣고 있다고 합니다. 지부 간 벽을 허물자는 게 기본 취지인데, 사무처로서는 조용히 한 방 맞은 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직종별, 지역별 등에서 이런 모임이 활성화되는 것이 바로 산별 조직강화에 다름 아닙니다. 아직도 이름조차 통일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노조, ○○노조 노보, 이런 식입니다. 연맹 소속 기업별노조야 당연히 그렇게 쓰지만 산별 조직은 아닙니다. 전국언론노조 ○○지부(본부), 전국언론노조 ○○지부(본부) 노보, 이렇게 써야 합니다. 공문 또한 마찬가지며 회의자료도 통일해야 합니다. 자신의 이름을 잘못 부르거나 틀리게 쓰면 기분 나쁘지 않겠습니까. 지나치기 쉬운 부분입니다만 초기 산별 정착을 위해서는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거듭 부탁드립니다. 성가시지만 돈 얘기도 해보겠습니다. 우리 노조 규약에 조합비는 총액 1%로 명시돼 있고 이를 중앙과 지부(본부)가 8:2로 나누어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조합비를 총액 1%가 아닌 기본급이나 통상임금의 1%(0.5∼2%)로 하고 있는 지부가 다수 있습니다. 또한 총 조합비의 20%를 중앙으로 보내지 않는 지부(본부)도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규약 위반이며 엄밀하게는 그에 따른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제 생각으론 조합비 문제가 투명하게 정리될 때 산별노조의 기본이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개혁투쟁으로 올 상반기에는 유난히 지출이 많았습니다. 월 말이 되면 사무처 성원들의 체불을 걱정하고 파견 성원들의 활동비가 대폭 삭감되기도 했습니다. KBS본부 문제가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악전고투한 시기였고, 그나마 여기까지 끌고온 것은 사무처장의 '조임'이 컸습니다. '피같은 조합원 돈, 한 푼도 허투루 쓸 수 없다'는 사무처장의 단호함은 인상적이었고 내내 압박이었습니다. 명칭이나 조합비 문제는 기실 규약에 포함된 문제입니다. 2000년 11월 24일 전국언론노조가 출범함으로써 규약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50개 지부(본부) 1만 5천명 조합원은 모두 언론노조 규약을 적용 받게 됩니다. 각 지부·본부별 특수한 현실이나 사정은 지부(본부) 규정에 담아내야 합니다. 출범 후 수 차례에 걸쳐 공문으로 노보로 규정 제정을 촉구했지만 아직도 과반수 이상의 지부(본부)에서 만들지 않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지금의 KBS본부 사태도 규정 제정을 미룸에 따라 발생한 문제입니다. 산별 출범 후 지난해 12월 중에라도 KBS본부 규정을 제정했더라면 오늘의 KBS사태는 결코 없었을 것입니다. 지부 규정 제정 또한 서둘러 주기 바랍니다. 보태어 '바른생활'하는 모범노조가 많다는 것을 분명히 언급해두고자 합니다. 서울지역 신문 3사의 '떼거리 영화보기'뿐 아니라 명칭 사용에서 조합비 납부에서 규약 지키기에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바른생활 하는 지부들이 있습니다. (엽기적이지만) 모 스포츠 지부는 간사 월급 못 주면서 카드 긁어 조합비를 납부하기도 했습니다. 몇몇 지부는 조합비 납부시 구체적인 내역을 꼼꼼히 기록해 보내기도 합니다.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정신을 우리는 압니다. 산별은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가는 긴 여정입니다. / 언론노보 312호(2001.9.12)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