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 기자도 책 좀 읽어라"얼마전 한 아는 이로부터 책 한 권을 선물받았다.책의 내용은 나무를 너무나 좋아해 나무들의 사진을 찍고 전국의 상처입은 나무들을 치료해 주는 한 나무의사가 자신의 삶을 나무들에 비유해 가면서 적은 글을 모아놓은 수필집이었다. 평소에 나무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는 않았지만 지은이의 간단치 않았던 삶과 나무들의 이야기에 빠져 이틀동안 가지고 다니며 모두 읽을수 있었다.또 가을로 접어들면서 어울리는 책 한 권을 읽었다는 생각에 뿌듯함도 들었다.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지은이의 삶을 엿보고 난 다음 나의 삶이 영 답답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천년을 한 자리에서 사는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삶에 초연해지는 지은이의 모습을 보면서거의 앞 뒤 가리지 않고 사회부 기자로 살아가는 나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을수 없었다.다분히 계산적인 인간관계를 매일 쌓으면서 또 진지하지 않은 리포트를 양산해 가면서 결국 남는 것은 무엇일지도 다시 한번 궁금해졌다. 물론 이러한 고민과 궁금증은 오래 가지 않았고 다시 이틀 뒤 나는 한가지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앞으로 전투력(?)을 떨어뜨리는 책은 되도록 읽지 말아야 겠다는 것이었다. 이야말로 얼마나 간단하고 편안한 삶인가.서점에 가서 책을 고르며 한두시간씩 이 책 저 책 뒤적이기만 하다 시사잡지 한권만 손에 든채 나왔던 일들이 나도 생각지 않았던 이런 이유때문이 아니었을까.깊어지는 가을.다음에는 어떤 책이 나의 손에 들려있을지 궁금한 나의 표정은 숲속 한가운데 큰 나무들에 가려 어정쩡하게 서 있는 작은 도토리나무 같다. 부산방송 길재섭 기자/ 언론노보 312호(2001.9.12)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