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사측에 ‘노사공동조사위원회’ 요청했으나 거부 입장 밝혀
1월 30일, 스튜디오S <소방서 옆 경찰서>의 이힘찬 프로듀서가 사망했다. 유가족은 지난 2월 21일 동료들의 증언, 업무 자료 등을 토대로 고인의 사망에 업무로 인한 압박 등 업무 관련성이 있음을 파악하고 노동조합을 통해 SBS와 스튜디오S에 ‘노사공동조사위원회' 구성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틀 뒤인 23일 SBS와 스튜디오S는 조사위원회 참여 거부 입장을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을 비롯해 언론노조 SBS본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민주노총법률원, 돌꽃노동법률사무소는 ‘스튜디오S 故이힘찬 프로듀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3일 목요일 2시 프레스센터 19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차 사측에 ‘노사공동조사위원회' 구성과 참여를 요청했다. 유가족과 대책위는 공동조사가 무산될 경우 단독 조사를 추진할 예정임을 밝혔다.
대책위는 “고인의 이름을 드러내야 하고, 목숨처럼 소중하게 여겼을 드라마가 알려져야 하고, 현장에서 일하는 동료들을 고려해야 했기에 공개 대응 여부를 숙고했다"며 “안타까운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고 재발방지대책을 만드는 것이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이고 건강한 일터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힘들지만 올바른 길을 선택했다"며 공개 대응의 이유를 전했다.
정형택 SBS본부장은 “노조가 보낸 공문에 대한 답변으로 SBS는 별도 법인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답변을, 스튜디오S는 유가족과 성실하게 이야기 하면 될 뿐 노사 공동 조사의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답변을 했다"며 “(사측의 입장에) 유가족과 대책위는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대응할 것을 선택한 것"이라고 전했다.
대책위는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밝혀서 뜯어 고쳐야 한다. 양 사측이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면 보다 신속한 조사와 대책 수립이 가능하다"며 “3월 8일까지 노동조합을 통해 입장을 밝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측, 유족 만남 자리에서 ‘힘들다고 토로하는 것은 일상적이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저희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고인의 사망에 드라마 제작현장의 구조적 문제들이 얽혀있기 때문에 사회적 타살의 혐의를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며 “더 이상 비공개 대응으로 시간을 허비할 수 없어서 불가피하게 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을 했다. 진실규명을 통해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고 유족들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故이힘찬 프로듀서인 유족대표인 동생 이희씨는 “형은 과중한 업무를 버티지 못해 ‘모든 것이 버겁다'라는 말을 스스로 남기고 떠나갔다"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사측은 2월 18일 유족과의 만남 자리에서 10페이지 남짓한 인터뷰 자료를 제시하며 ‘힘들다고 토로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라며 유족에게 상처를 남겼다”고 말했다.
이희씨는 “공식적이고 책임있는 사과를 하여 회사에 헌신한 형의 명예를 회복해달라. 이 땅에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남아 있는 자의 도리를 다 해 달라”고 강조했다.
김영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센터장은 “ OTT 서비스 이후 드라마 제작기한부터 제작비에 이르기까지 경쟁과 노동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고인이 남긴 업무용 노트북에는 드라마에 배정된 부족한 예산과 추가 인력이 없을 때 어떻게 제작을 진행해야 하는지 등 해결되지 않은 괴로움이 드러난다"며 “스튜디오S와 SBS는 고인의 죽음을 안타깝다고만 하고 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하고자 하지 않는 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故이힘찬 프로듀서는 2012년 SBS 제작운영팀에 입사, 2017년 드라마 운영팀으로 전보된 후 <사의찬미>, <초면에 사랑합니다>, <아무도모른다> 프로듀서를 맡았다. 2020년 드라마본부 분사로 스튜디오S로 전적, 사망 당시까지 <소방서 옆 경찰서>의 프로듀서로 일했다.
※ 사진자료 ☞ https://bit.ly/3tu7cIF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