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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선언문

전국언론노동조합 창립선언문

우리는 오늘, 참언론을 향한 전국 언론노동자들의 의지를 모아 전국언론노동조합을 창립한다. 각 기업의 틀 속에 갇혀 있던 언론노동자들이 ‘전국언론노동조합’ 깃발 아래 하나로 뭉친 것은 민주언론과 민주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벌여 온 우리의 투쟁을 더욱 강고하게 전개하기 위해서다.

2000년대를 여는 이 시기에 우리나라 언론은 불행히도 사회개혁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지적받고 있다. 언론을 통해 자기 이익을 관철하려는 자본은 언론사를 소유하거나 영향력을 미치는 방법으로 언론의 고유기능과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 자본에 종속된 언론은 민중의 생존권보다 가진 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민족화해보다 분단고착을 조장하는가 하면, 우리 사회에 무한경쟁주의와 상업주의를 만연케 하고 있다. 이들은 또 정치권의 권력투쟁에 개입해 부당하게 특정 정파를 지원하는 등 국민의 기대를 외면하고 스스로 하나의 권력이 되어 국가와 지역사회의 중대사에 개입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력은 언론개혁에 나서기보다는 이들 언론과 유착하거나 언론장악을 통해 언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기도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언론노동자들은 민주언론을 훼손하는 세력에 맞서기 위해 1987년부터 전국 각 기업별로 노동조합을 결성해 활동하기 시작했다. 엄혹한 군부독재치하에서 공정보도투쟁에 나섰던 선배언론인들의 전통을 이어받은 언론사 노동조합은 때로는 권력에, 때로는 자본에 맞서 싸웠다. 그 결과 언론 관련제도가 개선되고 일부 언론사에서는 자본과 권력에 굴종한 경영진이 퇴진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자본과 권력을 상대로 한 투쟁이 계속될수록 기업별 노조는 그 한계를 드러냈다. 자사 이기주의에 매몰돼 진정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거나 노동자 의식의 결여로 부당한 경영에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 같은 기업별노조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체 언론노동자가 민주발전을 위한 진정한 언론노동운동의 길로 나서기 위해 조직됐다.

새로운 각오로 새로운 장정에 나서는 우리 앞에는 많은 시대적 과제가 놓여 있다. 민주언론실천 이야말로 인간적인 사회건설에 기여할 수 있는 우리에게 주어진 최대의 임무다. 우리는 먼저 독립적인 편집・편성권을 확보해 민주언론을 실천하는 데에 주력할 것이다. 또 언론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전체 노동자, 시민사회단체 등 제민주세력과 단결해 우리 사회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타파해 나갈 것이다.

우리 언론노동자들은 분단된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언론의 역할과 사명을 자임하고 이를 완수하는 데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리는 또 세계의 언론노동자들과 연대해 온 세상에 정의와 평등, 평화를 실현시키는 인류공동발전의 길을 적극적으로 열어 갈 것이다.

2000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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