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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 취임사

11대 언론노조 위원장 윤창현입니다

자랑스런 전국의 언론노조 동지 여러분! 노동운동과 언론개혁의 험로를 개척해 오신 권영길 초대 위원장님과 언론노조 선배님들, 그리고 역사의 물길을 바꾼 민주항쟁과 촛불혁명의 당당한 주역이신 시민 여러분, 한 없는 존경과 연대의 마음을 담아 인사드립니다.

11대 언론노조 위원장 윤창현입니다.

11대 언론노조는 구조의 위기, 신뢰의 위기, 역사의 위기라는 삼각파도를 온 몸으로 맞으며 출항의 닻을 올렸습니다.

미디어 산업 구조의 격변 속에 사업자들은 새로운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언론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데 급급합니다. 구조의 위기를 넘을 해법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언론 전반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진영논리의 강화 속에 혐오의 정서로 굳어져 가고 있습니다. 촛불 혁명에 기반한 사회 대개혁의 방향과 내용이 오염되면서 진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뒤안길로 사라져야 할 낡은 세력들이 다시 고개를 드는 역사의 위기도 재연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우리 내부의 잘못된 관행과 스스로 권력이 된 일부 언론의 뿌리깊은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회초리를 드시면 맞겠습니다. 이제 됐다고 할 때까지 반성하고 성찰하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미래를 새롭게 할 수 없습니다.

구조의 위기, 신뢰의 위기, 역사의 위기 모두 그 핵심은 정치로 귀결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치권의 책임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촛불 시민들의 열망을 지렛대 삼아 집권에 성공한 민주당 정부는 한 때 20년 집권을 말했습니다.현실은 눈 앞의 보궐선거와 1년 뒤 차기 대선 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급변했습니다.

무도한 박근혜 정권에 대한 탄핵을 주저하던 민주당에 촛불로 회초리를 들었던 시민들이 없었으면 문재인 정부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세상을 바꿔 달라는, 그래서 더는 죽지 않게 해달라는, 더는 억울한 설움 당하지 않게 해달라는 이 땅의 평범한 노동자들과 선량한 시민들은 사회 대개혁의 도구로 민주당을 선택한 것입니다. 정말 과감하게 힘을 몰아줬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가능할까?’ ‘내일은 되겠지?’ 하는 오랜 희망 고문만 계속됐습니다.

최저임금 만원 공약은 휴지조각이 됐는데, 집값은 억 소리가 나게 치솟았고, 재벌 곳간을 열어 같이 좀 살게 해달라고 했더니 변질된 짝퉁 재벌 개혁이 답으로 돌아왔습니다. 자식 잃은 어머니가 한 달 곡기를 끊고서야 겨우 얻어낸 누더기 중대재해법 아래 오늘도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 먼지처럼 스러져 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해 엄정한 감시와 견제로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도록 해달라는 언론개혁 과제는 단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고 방치된 상태입니다.

이러는 동안 기울어진 운동장은 이제 수직절벽이 돼 가고 있습니다. 위태롭게 매달린 시민들의 손아귀에 힘이 빠지고 있습니다. 거대한 기득권에 힘없이 빨려 들어가는 민주당을 보면서 ‘도대체 당신들은 뭐가 다르냐’, ‘이러려고 우리가 촛불을 들었느냐’는 절망과 분노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과감한 사회 대개혁을 포기한 듯한 집권 여당에 대한 실망은 급기야 정치적 역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역사의 유물이 되리라 여겼던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잔당까지 정치적 복권을 꿈꾸는 지경입니다. ‘그래도 우리가 낫지 않느냐’는 적대적 공생 프레임은 이제 더 이상 작동하지 않습니다.

사람사는 세상을 염원했던, 누구나 차별 당하지 않을 권리를 요구했던, 더 투명하고 더 강한 민주주의를 원했던 시민들의 요구에 제대로 복무하지 않는 180석은 무의미합니다.

세상을 바꾸라고 국민이 몰아준 힘을 세상을 바꾸는 데 온전히 쓸 때만이 180석 거대 여당은 존재의 의미를 증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만 5천 언론노조의 대표자로서, 촛불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저는 민주당에 엄중히 요구합니다.

지금 필요한 개혁을 지금 실행하십시오.

스스로 기득권을 먼저 내려놓고 공영 방송의 완전한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십시오.

수 십년을 끌어온 언론사 내부의 편집권 독립을 보장하고, 언론의 미래를 집어 삼키고 있는 포털과 해외자본, 재벌들의 횡포를 막을 제도 개선을 당장 실행에 옮기십시오.

언론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 만연한 착취와 차별, 일하는 사람들의 생명을 담보로 유지되는 썩은 기득권 체제를 과감하게 갈아엎으십시오.

저와 언론노조 11대 집행부는 올 상반기 안에 해묵은 방송-언론 개혁 입법 과제를 관철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강력한 싸움을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겉만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생활에서 구현되는 노동존중, 언론 독립을 위해 과감하게 몸을 던질 것입니다.

전국의 언론노조 조합원 동지 여러분, 나날이 어려워지는 환경 속에 악전고투 하고 계시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들 속에 개별적 이익을 놓치지 않으려는 각자도생으로는 결코 필요한 개혁을 이뤄낼 수 도, 미래 생존을 담보할 수도 없습니다. 아무리 산업 환경이 바뀌어도 언론 노동자의 변함없는 책무를 단단히 할 단일한 개혁의 전선을 만들어야 합니다. 사분오열된 진보의 꿈을 다시 복원해 더 큰 평등,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넓은 다양성을 구현하는 미래의 창을 열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민주노총의 대오를 결성하고, 민주노동당으로 시대정신을 바꿔냈던 작지만 강고한 언론노조의 담대한 도전을 다시 마음 속에 그려 봅니다. 촛불혁명 이후 지리멸렬해진 사회 대개혁과 진정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향한 우리의 꿈을 다시 복원합시다. 서로가 서로에게 인기척이 되는 사람냄새 나는 언론노조를 만들어 봅시다. 펄펄 끓는 투쟁의 불꽃으로 뭉쳐봅시다.

고되고 힘든 여정이 될 것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물러서지 않고 나아가겠습니다.

저와 11대 언론노조가 앞장서겠습니다.

삶의 현장에서, 투쟁의 거리에서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1년 3월 2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윤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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