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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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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건전한 지역신문은 동정을 바라지 않는다

등록일
2017-12-05 15:17:59
조회수
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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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건전한 지역신문은 동정을 바라지 않는다

우선지원대상 ‘권역별 선정 방식’에 반대하며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지난 12월 1일 ‘2018년도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사 선정 공고’를 띄웠다. 지원 가치가 있는 건전한 지역신문을 솎아내는 첫 과정이다. 2005년부터 다진 야무진 절차는 건전한 지역신문을 북돋우는 타당한 근거가 됐다. 그 뼈대는 ‘선택과 집중’이다. 독버섯에 거름 주지 않겠다는 표현으로 정리되는 원칙이다. 지금까지 지역신문은 선정 결과가 아쉬울지언정 과정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확고한 원칙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8년 우선지원대상사 선정 공고를 확인한 지금 그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미리 강조하지만 이는 원칙 문제다.

이번 공고에서 유독 눈에 띄는 대목은 ‘심사 기준과 방법’이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는 선정 과정에서 기존 성과와 문제점을 평가해 더 개선된 심사 방식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의욕적인 심사 기준 재설정에서 핵심은 ‘지역(권역) 단위 선정방식 도입’이다. 일간신문은 전국을 9개 권역으로, 주간신문은 전국 시·군 단위를 고려해 우선지원대상을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평가 순위만 따져 선정하면 특정 지역이 빠질 수 있는 만큼 이를 애초부터 막겠다는 의도다. 그 명분은 ‘지역사회 균형 발전’이다. ‘선택과 집중’ 원칙을 ‘균형 발전’으로 덮는 모양새다.

이 방식이 지닌 맹점을 뚜렷하게 인지하는 주체는 역설적으로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인 듯하다. 심사 기준에서 일간지와 주간지 모두 ‘지역(권역) 고려’에 앞서 ‘일정 평가 점수 이상 획득’을 조건으로 걸었다. ‘선택과 집중’ 원칙을 훼손하지 않고 ‘균형 발전’을 도모했다고 강조하려 했나 보다. 애썼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정 평가 점수 이상 획득’이 그토록 확고한 원칙이라면 그 기준을 만족한 매체가 없는 지역(권역)은 애초에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 의욕적으로 도입한 지역(권역) 단위 선정은 ‘일정 평가 점수’를 하향 조정할 수 있을 때 실효성이 생기는 방식이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역 배분을 위해서라면 함량 미달도 용납할 수 있다는 해석은 전혀 지나치지 않다. 다시 강조하지만 원칙 문제다.

13년째 이어진 절차와 평가 기준은 필요하다면 수정·보완하는 게 마땅하다. 시대적 요구에 걸맞은 자질을 지역신문에 요구하고 평가하며 북돋우는 것이야말로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역할이다. 해마다 요구 수준을 높여야 하고 평가 과정은 까다로워야 한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지역신문은 혹독한 검증 결과가 자부심으로 이어져야 한다. 선정 결과는 곧 건전한 지역신문이라는 사회적 인증이어야 한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신청사의 70%에 이르는 선정 결과는 수혜자조차 감흥이 없는 지원 제도가 되고 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작동 방향이 어디를 향해야겠는가?

잊지 말기 바란다.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은 사정 딱한 지역신문을 두루 보살피는 근거가 아니다. 자질을 갖추지 못한 지역신문이 오히려 지역균형발전을 가로막는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일정 평가 점수’라는 애매한 전제를 내세워 지원 대상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지역(권역)단위 지원 방식이 특히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는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건전한 지역신문을 강제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 고민 지점은 지역신문 수준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는 까다로운 기준 마련에 있어야 한다. 어느 정도 기준만 맞추면 두루 지원하는 게 서로 좋지 않으냐는 사고에서 비롯했을 게 분명한 심사 기준 변경은 못난 지역신문을 향한 어설픈 동정이다. 건전한 지역신문은 동정을 바라지 않는다. 더 나은 지역신문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과제가 절실할 뿐이다. 지원은 그 과제를 수행했을 때 따라오는 자랑스러운 성과여야 한다.

시대 변화에 맞춘 심사 기준 변화 필요성은 공감한다. 하지만, 방향 설정이 타당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번 공고가 나오기 전까지 직·간접적으로 경고 신호를 보냈음에도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심사 기준은 변경됐다. 정책 수요자 의견을 외면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태도는 비단 심사 기준 변경 과정에 그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이 내용을 담은 ‘지역신문발전 3개년 지원계획’도 내용 확정 과정에서 일방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의견 수렴과 전문가 논의를 충분히 거쳤다지만 이를 수긍하는 반응은 좀처럼 접하기 어렵다. 정책 시행자와 현장 사이 온도차는 과연 어디에서 비롯하는가? 이 모든 상황을 집약해서 드러낸 이번 공고에 유감을 표명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2018년도 지역(권역) 단위 선정 방식 도입을 전면 재검토하라.

하나, ‘일정 평가 점수’를 명시하고 지역(권역) 고려가 점수 기준을 앞설 수 없도록 못 박아라.

하나, 심사 기준 수정·보완 절차를 마련하고 정책 수요자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라.

하나,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역발전위원회는 심사 기준 변경을 비롯한 지역신문발전 3개년 지원계획을 정책 수요자와 함께 재검토할 수 있는 창구를 서둘러 마련하라.

 

2017년 12월 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지역신문노동조합협의회, 지역민주언론시민연합, 

(사)바른지역언론연대, 한국지역언론학회

작성일:2017-12-05 15:17:59 1.217.161.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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