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일
- 2019-11-04 18:57:35
박치형 부사장의 해임에 부쳐
10월 31일 박치형 부사장이 해임되었다. 부사장으로 임명된 지 7개월 만이다. 제작거부와 총파업을 불사하며 방송의 공정성과 제작의 자율성을 수호하겠다는 EBS 구성원의 굳건한 의지와 인내로 일군 위대한 승리였다. 이로써 EBS는 공영방송으로서 당당한 새 역사를 써나갈 전기를 맞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EBS 정상화라는 큰 목표에 이제 겨우 한 걸음 다가갔을 뿐이다. 이번 투쟁의 성과를 갈무리하고, 과정에서 발생한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며 공사의 재정위기 등 당면한 현안 과제와 EBS의 미래를 위한 숙제를 다 같이 지혜를 모아 해결해 나가야 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위원장 이종풍)는 줄기차게 EBS 경영진의 선임절차 개선을 요구해왔다. 사장 선임절차에 국민참여-공개검증 방식을 도입하고 부사장, 부서장 임명 시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는 제도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구성원의 요구에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였다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태는 일단락되었으나 애초에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은 김명중 사장이다. EBS가 극한의 대치 상황으로 치닫는 7개월이란 시간 동안 그저 남의 일인 양 책임과 결단을 미루는 모습에서 구성원들은 깊은 실망과 모멸을 느꼈다. 사장의 도덕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었다. 도대체 공영방송의 사장이 이래도 되는 자리인가. 노동조합은 사장이 책임져야 할 일이 있다면 마땅히 책임을 물을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투쟁이었다. EBS 노동조합은 오랜 시간 인내하고 투쟁한 구성원들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투쟁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해준 전국의 언론노동조합 동지들과 광복회,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사회단체에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반민특위 후손분들에게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죄송한 마음을 전하며 EBS 구성원들 모두 고개 숙여 사죄의 절을 올린다.
2019. 11. 4.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