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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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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118년 <서울신문>에 먹칠하지 마라

등록일
2022-01-18 15:03:10
조회수
2833

[성명] 118년 <서울신문>에 먹칠하지 마라

 

 서울신문 편집국장이 대주주 호반에게 껄끄럽던 기사를 지우기로 한 것을 두고 “편집권 부분이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17일 말했다.
 기사를 지우기로 했는데 ‘편집권’이 아니면, 그게 대체 무엇인가. 서울신문 편집국장 코앞에 표준국어대사전 속 ‘편집권’을 펼치고 또박또박 읽어 줘야할까. “편집권은, 편집에 얽힌 모든 일을 간섭받지 않고 할 수 있는 권리”라고.
 편집권을 잃은 무리가 스스로를 “공익을 추구하는 공영 신문(서울신문 비전)”이라거나 “공익 정론지”라고 일컬을 수 있나. 소가 짖겠다. 가슴에 손을 얹고 “편집권 침해”와 “상생을 위한 판단” 사이 동떨어진 거리를 곰곰 재어 보기 바란다. 편집국장이 될 무렵 “편집권은 걱정 말아 달라”던 약속 또한 깊이 되새겨야 할 터다. 스스로 언론인이라 여긴다면, 우리가 ‘공정 보도를 가로막는 권력과 자본의 횡포에 맞서 편집·편성권 쟁취를 위한 민주 언론 수호 투쟁에 나서자’고 언론노조 제1 강령에 새긴 까닭 또한 짚어 보라.
 새해 1일 서울신문 회장 김상열은 “신문의 형태가 어떻게 변화해 나가든, 언론의 정신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서울신문의 정신”으로 ‘정론직필’을 내세웠다. 그에게 묻자. 호반에게 껄끄러운 기사를 지우는 게 ‘정론(正論)’인가. “경영진부터 시작해 편집국 간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대주주와 상생을 꾀하는 게 ‘직필(直筆)’인가. 아니, 붓을 꺾는 게 옳겠다.
 <호반건설, 8조 그룹지배권 ‘꼼수 승계’> 보도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작업 중이거나 존재하지 않는 기사’라고 알리는 건 독자 우롱이다. <’내부 거래’ 아들 회사, 단 10년 만에 매출 94배 키워 그룹 장악> 보도가 있어야 할 자리에 ‘언론사의 요청으로 삭제된 기사입니다’라는 알림이 떠도 좋겠느냐고 독자께 묻지도 않았으니 짬짜미다. 이럴 바에야 서둘러 붓을 놓는 게 한국 민주 언론 체계를 지키는 데 그나마 도움이 되겠다.
 호반은 광주방송(KBC) 대주주일 때에도 자회사 KBC플러스를 내세워 토지주택공사 아파트 용지 입찰에 서른세 차례나 나서게 했는가 하면, 2012년 11월 ‘옥암 아파트 부실 주장’처럼 KBC로 하여금 자사 이익과 뜻에 복속하게 한 의심을 샀다. 이런 흐름을 서울신문으로 이어낼 생각이라면 하루빨리 접는 게 좋겠다. 언론노조가 달리 까닭이 있어 미디어와 산업 자본 사이에 벽을 높이 세우자는 ‘미산 분리’를 제안했겠는가. 우리가 끝까지 지켜보며 막아낼 테다. 우리는 지난해 서울신문 언론 노동자가 높이 들었던 ‘독립 언론’ 깃발도 잊지 않았다. ‘권력과 자본의 횡포에 맞서 편집·편성권 쟁취를 위한 민주 언론 수호 투쟁’에 나섰던 선배들처럼 우리 함께 나서자.
 새해 서울신문은 제호 아래에 ‘최고의 역사 118년 미래를 연다’고 새겼다. 부디 118년 <서울신문>에 먹칠하지 마라.

 

2022년 1월 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작성일:2022-01-18 15:03:10 112.160.1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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