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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함께 읽어 좋은 책] 기자에게 던지는 질문: 기자는 공정한가?

등록일
2024-12-30 11:02:24
조회수
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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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생각 습관.jpeg (54800 Byte)

기자에게 던지는 질문: 기자는 공정한가?

S. 홀리 스토킹, 파제 H. 그로스 지음, 김소형·이완수 옮김. <기자의 생각 습관>, 율곡출판사, 2023년: S. Holly Stocking, Paget H. Gross, How Do Journalists Think : A Proposal for the Study of Cognitive Bias in Newsmaking, 1989.

“내 보도는 얼마나 공정했나?” 기자로서 이런 질문을 스스로 많이 해 봤을 것이다. 뉴스룸에서 이루어지는 매 순간의 선택은 단순히 외부 환경의 제약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기자 개인의 인지적 판단과 무의식적 편향에서 기인할 가능성이 크다. <기자의 생각 습관>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하여 기자 개개인의 사고 과정을 탐구하고 그 과정이 어떻게 뉴스 제작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이 책을 쓴 S. 홀리 스톡킹과 파제 H. 그로스는 인지심리학을 저널리즘 연구에 접목해 기자들이 어떻게 현실을 ‘재구성’하는지 초점을 맞췄다. 이는 단순히 기자들이 사회적·제도적 압력 속에서 보도하는 존재라는 기존 연구를 넘어 그들의 내면적 사고 과정까지 들여다보는 신선한 접근이었다. 35년 전에 나온 이 책은 디지털 시대의 기자 개개인에게도 자신의 역할을 돌아보게 만드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기자의 인지적 여정

<기자의 생각 습관>은 기자들이 뉴스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범주화(Categorization)’, ‘이론 생성(Theory Generation)’, ‘이론 검증(Theory Testing)’, ‘정보 선택(Selection of Information)’, ‘정보 통합(Integration of Information)’ 등 다섯 가지 주요 인지 단계로 제시한다. 

각 단계의 구체적인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범주화’는 기자가 사건을 익숙한 틀에 맞춰 이해하고 전달하는 단계로, 독자의 이해를 돕지만 지나친 일반화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이론 생성’은 기자가 취재 초기에 가설을 세워 보도의 초점을 정하는 과정으로, 가설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 편향된 보도가 될 수 있다. ‘이론 검증’ 단계에서는 기자가 자신의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며, 이 과정에서 확증 편향이 발생할 수 있다. ‘정보 선택’은 방대한 자료 중 보도할 정보를 선택하는 과정으로, 생생한 사례를 선호하는 경향이 정보의 균형을 깨뜨릴 위험이 있다. 마지막으로 ‘정보 통합’ 단계에서는 선택된 정보를 하나의 서사로 통합하며, 기자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어 사건의 인과관계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통해 기자는 단순한 전달자가 아닌 ‘해석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저자들은 뉴스 생산이 단순히 사건을 기록하는 과정이 아니라 기자들이 자신의 인지적 메커니즘을 통해 세상을 ‘구조화’하는 활동임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 기자들이 뉴스를 만드는 과정이 단순히 사건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기자 자신의 인지적 메커니즘과 편향이 적극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기자가 만든 시각, 선택의 결과

<기자의 생각 습관>은 저널리즘 연구자들을 주요 독자로 삼고 있지만 기자들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기자가 뉴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내리는 선택은 단순한 정보 배치가 아니라 보도의 질과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는 점이다. 저자가 제시한 다섯 가지 인지적 단계 중 특히 ‘정보 선택’과 ‘정보 통합’은 뉴스 수용자들에게 사건을 어떻게 전달할 지에 대한 근본적인 틀을 형성한다.

기자는 방대한 정보 중에서 무엇을 포함하고 무엇을 생략할지 판단하며 이 과정에서 자신의 무의식적 편향이 개입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기자들이 이러한 과정을 단순히 수행하는 것을 넘어 선택의 결과를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뉴스 수용자들이 기자가 구성한 서사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기 때문에 기자의 결정이 미치는 영향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저자들은 기자의 선택이 과도한 감정적 반응을 유도하거나 사건의 본질을 왜곡할 가능성을 지적하며 이를 객관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이 신뢰할 수 있는 저널리즘을 위한 필수 조건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이는 기자 개인의 윤리적 과제를 넘어 저널리즘의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한 핵심적 단계로 작용한다. 

디지털 시대의 질문: 기자는 무엇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디지털 시대의 언론 환경에서 <기자의 생각 습관>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이 책은 알고리즘과 소셜 미디어의 부상으로 편향의 문제가 한층 더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단순한 학문적 탐구를 넘어 실질적인 시사점을 제공한다. 디지털 시대의 기자들은 매일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한다. 그 선택들은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사건과 독자 간의 관계를 정의하며 저널리즘의 방향성을 결정짓는다. 

아울러 이 책은 기자들에게 자신이 내리는 선택들이 얼마나 복잡한 심리적 요인과 환경적 제약의 산물인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더 나은 저널리즘으로 바꿀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할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기자들의 선택은 알고리즘과 독자의 실시간 반응에 의해 강화되거나 왜곡될 위험이 있다.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기자는 이러한 환경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성찰하고, 편향을 극복하며, 독자와의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기자는 지금 무엇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라는 다소 도전적인 질문을 남기고 싶다. 이는 저널리즘의 본질과 미래를 고민하는 모든 기자들에게 필요한 질문이다. 디지털 시대에도 신뢰받는 저널리즘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기자들은 스스로의 사고와 선택을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한국언론정보학회 미디어이론과현장 연구회

작성일:2024-12-30 11:02:24 1.217.161.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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