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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림위원장기고글]신문시장, '돈놓고 돈먹기 판' 그대로다

등록일
2003-09-22 16:51:28
조회수
3837
신문시장, '돈놓고 돈먹기 판' 그대로다 [기고]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이 노 대통령에게 띄우는 글 *** 이글은 지난 9일 노무현 대통령이 <대한매일>에 기고한 '공정한 언론, 투명한 정부'에 대해 신학림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이 이에 대한 입장을 <오마이뉴스>에 투고한 글입니다.***우리 집에는 우리나라 신문시장의 불법·불공정거래 행위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물이 세 가지가 있다. 지금의 집으로 이사 오기 전에 중앙일보로부터 받은 에어컨 모양을 한 선풍기, 동아일보로부터 받은 고가의 자전거, 그리고 10일전쯤 아파트단지 안에서 중앙일보 판촉요원으로부터 받은 3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 등이다. 백화점 상품권에다 6개월 무료로 준다는 설명이었다. 바로 그 다음날부터 신문이 들어오고 있다. (필자는 경품 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해 이 신문들을 일단 구독한 것임)이같은 증거물은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아파트 단지 등에서는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런 종류만 경품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다. 전화기, 믹서기, 비데에다 1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을 주는 지국도 확인한 바 있다.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9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이 9월 1일부터 5일까지 서울지역 5개 신문사 150개 지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신문경품 및 무가지 지급현황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지역의 조선, 동아, 중앙일보 등 3개 신문은 조사대상 지국의 94%가 3개월 이상 무가지(無價紙. 공짜신문)를 제공하거나 무가지와 경품을 동시에 제공, 신문고시를 어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조사 대상이 된 나머지 두 개 신문인 경향신문과 한겨레 지국에서는 65%가 무가지와 경품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민언련이 지난 4월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선, 동아, 중앙일보 등 3개 족벌신문의 101개 지국(임의 선정) 중에서 단 1개의 지국을 제외한 모든 지국이 경품과 무가지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장황하게 무가지와 경품 제공사례와 실태를 소개한 이유는, 많은 독자와 국민들이, 심지어는 언론(개혁)에 관심을 가진 분들조차도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신문들이 무가지와 경품을 뿌리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기 때문이다. 필자가 경험한 사례나 민언련의 조사결과는 신문고시가 개정된 이후에도 이른바 조·중·동으로 불리는 세 족벌신문 중심으로 무가지와 경품 제공이 전혀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신문고시 위반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이것이 '돈놓고 돈먹기' 판이 돼버린 우리나라 신문시장의 현실이다.'돈놓고 돈먹기' 판 돼버린 신문시장흔히 언론개혁 하면 사주의 이익 지키기에 철저하거나 사주의 생각과 판단을 우선 고려하는 족벌신문들의 왜곡·편파보도 등을 고치는 것만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신문시장을 바로잡는 것이 못지 않게 중요하다. 경품제공 근절과 신문시장 정상화야말로 언론개혁의 출발점이자 필요조건이다.신문시장 정상화 없이는 어떤 언론개혁 노력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게 필자의 확신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지난 10여년 동안 중앙일보가 주도하고 조선일보·동아일보가 가세한 탈법·불법행위와 불공정거래행위 경쟁을 김영삼·김대중 정부가 방치하고 직무를 유기한 결과, 이제는 구조적으로 원천적으로 이들 세 족벌신문과 나머지 신문들이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경쟁은 커녕 나머지 신문(사)들은 생존 자체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무차별적인 덤핑 경쟁으로 신문은 광고가 따라주지 않으면 많이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제품이 돼 버렸다. 10여년 동안 포커판 식 덤핑과 경품살포로 조·중·동이 신문구독 시장을 완벽하게 장악한 결과, 신문광고도 완벽하게 독식하고 있고 나머지 신문들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하소연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지역신문들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한마디로 '초토화' 돼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재벌로부터 엄청난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은 바 있는 중앙일보는 경남지역에서 발행되는 한 일간지에 중앙일보를 구독토록 하면 그 지역 일간지를 중앙일보와 함께 끼워주겠다고 제안하는 뻔뻔한 행태를 보이기까지 했다.흔히 '편집권 독립' 운운하는데, 앞에서 언급한 세 족벌신문들은 사주들이 완벽하게 신문과 기자들을 장악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소유구조를 가진 나머지 신문들은 재무구조가 악화돼 생존자체가 불투명할 정도가 돼버려 기자들이 광고주나 재벌 편향의 보도에서 벗어나자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기 힘든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따라서 조선·동아·중앙 등을 제외한 나머지 신문들이 공정하게 시장에서 경쟁하고 회사 규모에 맞는 살림살이를 꾸려가기 위한 최소한의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우선 신문시장에서 족벌신문들의 불법·탈법 행위와 신문고시를 위반한 경품과 무가지 제공을 막아야 한다.'정부가 언론개혁 관련 할 일이 별로 없다'는 생각은 잘못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9월 9일자 대한매일에 기고한 글을 통해 발표한 언론정책은 늦기는 하지만 기본 골격에서는 동의한다. "사회환경의 감시가 소명인 언론사의 위법행위와 불공정거래는 일반 기업들보다 엄격하게 다루는 것이 원칙"이며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언론을 압박하는 일도 없겠지만 예외적인 특권이 용납되어서는 안될 것"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다만 노무현 대통령이 언론과 관련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한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본다.물론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언론개혁의 주체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는 것이 언론노조의 일관된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가 올바른 언론정책을 갖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정부는 헌법에 규정한 언론자유의 영역, 즉 편집·편성권이나 언론사의 인사권 등에는 간섭해선 안된다.그러나 기업으로서의 영역, 즉 신문사나 시장(市場)에 대해서는 철저히 개입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에서는 이렇게 하고 있다.우리 신문시장은 공정한 경쟁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무가지와 경품살포가 무차별적으로 자행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법과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정부가 언론사에 대해서는 매년 세무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따라서 언론개혁과 관련 정부가 할 일이 별로 없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은 너무나 잘못된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언론정책과 관련 현행 법령과 제도 안에서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은 것이다.신문고시, 버스전용차선 위반단속보다 더 중요이미 밝혀진 것처럼 조선·중앙·동아 등 족벌신문들은 관련 법률과 규정을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 자신들의 편의나 필요에 따라 법과 질서 운운하는 족벌신문과 그 사주들은 스스로 얼마나 법과 제도를 지키고 있는지 철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필자가 보기에는 족벌신문들이 느슨한 규정을 가진 부수공사제도(ABC)의 유가부수 인정을 내세워 실제 수금(收金)이 되는 유가부수를 엄청나게 과장하고 있다. 공정거래원회 등 정부당국은 이것부터 검증해야 한다.현행 신문고시는 무가지를 제공하더라도 유가부수의 20% 이내의 범위에서 무가지를 제공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 만약 돈을 받고 파는 신문이 100만부라면 무가지는 20만부 이상 뿌리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또 경품의 경우는 연간 구독료(종합일간지의 경우 구독료가 월 1만2000이므로 14만4000원)의 20%, 즉 2만8800원 이하의 물건만 허용하고 있다. 무가지의 경우만 하더라도 2개월 이상 제공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우리 신문들이 뿌리고 있는 경품 중에서 자전거나 비데 등은 그것만으로 신문고시의 허용범위를 넘어서는 것이 대부분이다. 3만원짜리 상품권을 돌려도 신문고시를 위반하는 것이고, 게다가 6개월 동안 무료로 신문을 제공하면 더더욱 위반인 것이다.언론노조와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는 현행 신문고시의 경품과 무가지 제공 등에 관한 규정이 지나치게 느슨하기 때문에 신문시장 질서를 유지하는 장치로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신문고시를 개정하여 무가지 발행의 경우 총 유가부수의 20%에서 5%로, 경품은 연간구독료의 20%에서 5% 이내의 가격대로 무가지와 경품 제공을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물론 그 이전에 현재의 신문고시만이라도 제대로 지키도록 정부 당국은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지금처럼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만히 앉아서 불공정거래행위를 신고하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출퇴근 시간에 서울에서 버스전용차선 단속하듯이 공익근무요원 수천 명을 투입해서라도 신문고시 위반 행위를 전국적으로 단속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상황이 이러할진대 이제 노무현 대통령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는 자명해졌다고 본다. 노무현 대통령은 더 이상 언론이나 언론관련 정책에 대해서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직무를 유기하지 않고 법과 규정(제도)을 엄격하게 이행하기 바란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신학림
작성일:2003-09-22 16:5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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