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드라마제작현장 노동인권 개선 토론회

김동현 변호사 “프리랜서들 사용자에 종속된 ‘위장자영인’”

이종임 박사 “외주사와 방송사, 고용주체라는 인식 필요”

드라마 제작 현장의 노동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가 9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언론노조가 참여하고 있는 드라마제작환경개선TF 주최로 열렸다.
 

드라마제작환경개선TF는 지난해 방송 제작 현장의 노동 실태를 알리고 세상을 등진 이한빛 PD의 외침을 답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현재 전국언론노동조합,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법’ 다산인권센터, 청년유니온,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함께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드라마제작환경개선TF와 유성엽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 홍영표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신경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가 함께 준비했다.

김영찬 한국방송학회 회장의 사회로 이종임 문화사회연구소 박사와 김동현 변호사(희망을만드는 법)가 각각 드라마 제작 실태의 문제점과 노동실태 문제를 발표했고, 최태호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장, 오광혁 방송통신위원회 편성평가정책과장, 장경근 방송영상광고과장, 박상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 주우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사무국장이 토론을 했다.
 

이종임 박사는 제작비 투자와 편성계획이 시청률 중심으로 이뤄져 드라마 제작과정의 체계적 준비와 계획적 인력운용이 어려워졌고, 방송산업의 외주화가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점을 말하며 드라마 제작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제기했다.

이종임 박사는 이어 “열악한 방송제작 환경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착취와 과도한 노동시간을 문제라고 인식하기보다 드라마를 완성하기 위해 거쳐야만 하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야기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박사는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간 표준계약서 적용 비율이 14.7%(2015년)에 불과하며 실제 외주제작사가 상해보험을 들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말한 뒤 “방송 제작 노동자에 대해 외주사 뿐 아니라 방송사도 고용주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현 변호사는 “드라마 제작에 종사하는 상당수의 프리랜서는 사용자에게 종속되어 있어 ‘위장자영인’이 아니냐”며 “드라마 제작사나 드라마 제작사로부터 도급을 받은 수급업체와 프리랜서 계약을 한 경우 ‘위장 자영인’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드라마 제작 중 특정 요소가 전체로부터 분리되어 위탁되는 것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며, 모든 제작 과정의 각 단계마다 제작사 혹은 제작 PD에 의해 사실상 실시간으로 개입되고 있고 모든 과정은 실질적으로 이들에게 통제되고 있어 단순한 업무위탁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드라마제작TF에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112명 중 75명(67%)이 프리랜서로 제작현장스텝 상당수가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한 상황으로 이들의 근로실질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드라마 주 2회 편성과 캐스팅 디렉터 횡포 문제도 제기돼

아역 청소년 연기자의 안전 및 인권 문제도 해결해야

최태호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장은 “내부적으로 드라마 외주업체, 방송업 종사자 분들의 근로자성을 어떻게 판단 할 것이냐 기준에 대해 좀 더 고민하고 있다”고 전한 뒤 “근로감독관 1,400명 정도로 모든 현장의 요구에 응하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최 과장은 △불충분한 제작 비용 등 구조적인 문제 해결 △지속적인 근로 감독 강화 △소규모 사업체 근로시간 단축 유도 위해 추가적 정책 마련 등을 통해 노동인권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오광혁 방송통신위원회 편성평가정책과장은 △5개 부처 외주제작시장 불공정 관행 개선 대책을 재허가 재승인 평가와 연계 △인권, 제작환경 개선을 위한 독립창작자 인권선언 △제작비와 함께 저작권 수익 배분 관련 합리적인 가이드라인 제정 등을 통해 방송사-제작사-제작스탭이 동반성장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오광혁 방송통신위원회 편성평가정책과장은 “일본 등 대부분의 경우 주 1회 드라마 제작을 하고, 대부분 사전 제작을 한다”며 “우리도 사전제작에 가까운 제작 시스템을 고민해야 하며, 철저한 계획과 함께 효율적 제작 시스템 운영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경근 문화체육관광부 방송영상광고과장은 정부 지원금을 받은 드라마 제작시 의무화 조항을 두고 있으며 이후 교육과 홍보를 통해 표준계약서 적용 비율을 높여 나갈 방침이라고 전한 뒤 표준계약서 정착에 대한 실태 점검을 하겠다고 말했다. 장 과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문제로 제기된 아동 청소년 연예인 보호 조치 방안을 입법 조치할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상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한국 드라마는 전 세계 유일하게 일주일에 72분 두 편 만드는 나라”라며 일주일 2회 편성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우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사무국장은 “캐스팅 디렉터가 배우들에게 캐스팅 명목으로 30% 이상의 돈을 받고 있다”며 “캐스팅 디렉터들이 많은 돈을 요구하기 시작하고, 여자 연기자들에게는 술자리에 오라는 등 출연을 미끼로 성 접대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주우 사무국장은 이어 “일부 캐스팅 디렉터들은 서로 작품을 사고팔기도 하고, 방송사와 제작사와 턴키로 계약을 맺어 출연료를 가로채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부당행위를 신고하면 이후 드라마에 출연할 수 없게 되는 2차 피해 두려워 신고도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주우 사무국장은 방송출연표준계약서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역 연기자들은 촬영 때 전문가가 파견되어 감독할 수 있는 내용이 표준 계약서에 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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