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전신노협 ‘포털과 저널리즘’ 연속 토론회

포털과 저널리즘를 논의하는 연속 토론회가 열렸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전국신문통신노동조조협의회는 17일 오후 3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03호에서 첫 번째 주제로 현재 포털 뉴스의 서비스 상황을 진단하고 개선방향을 논의했다.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사회로 이봉현 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 저널리즘센터장이 포털뉴스와 뉴스룸과의 관계를, 박영흠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이 포털뉴스와 이용자 간에 발생하는 문제점을 발제했다. 토론에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외래교수, 김주성 한국일보 기자,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 한대광 언론노조 경향신문지부장이 참여했다.

토론회에 앞서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번 포털과 뉴스와의 관계는 언론의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성숙과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언론기사들 포털에서 PB상품으로 전락”=“맥락이 있는 저널리즘이 사라지고 있고, 정말 알아야 하는 뉴스는 사라지고 많이 보는 뉴스만 남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이봉현 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 저널리즘센터장)

포털이 언론이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라고 하지만 실제 수용자들은 사실상 언론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7년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54.2%가 포털을 언론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포털은 개인 맞춤형 뉴스 제공,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댓글 추천 등 내부에서 뉴스가 소비되는 장치 구축, 뉴스 공급 언론사에 포털의 뉴스 서비스 양식으로 공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봉현 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 저널리즘센터장은 “포털의 독점된 뉴스 유통시스템으로 언론은 피비(PB. Private Brand) 상품으로 전락해 언론사의 브랜드나 뉴스의 질은 중요하지 않게 됐다”며 “입점 후 결국 메인 화면에 노출되기 위해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자극적인 뉴스, 어뷰징 등 각종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봉현 저널리즘센터장은 이어 “클릭수만 바라보는 가두리 양식으로 시민들 역시 균형잡힌 뉴스소비에서 벗어나게 됐고, 결국 저널리즘과 민주주의에 위기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발제문에서 포털 영향력 확대에 따라 언론 생태계는 △뉴스 유통에 생산의 종속 △뉴스시장의 평준화 △알고리즘에 의한 뉴스 선택 기준이 변화되고 있으며 취재와 뉴스 작성 과정에서도 유통 플랫폼에 주목받는 기사를 써야 한다는 중압감, 뉴스 편집과 편성 가치의 유실, 언론사의 디지털 혁신 상상력이 제약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봉현 저널리즘센터장은 “독자가 뉴스를 생산하는 곳에서 기사를 볼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언론사의 혁신과 노력의 가치가 제대로 돌아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털, 이용자를 소비자로만 규정=“뉴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그 결과로 촛불을 들고 나가기도 하고, 후보자에게 표를 던지기도 한다. 포털이 정치적 주체로 뉴스 이용자들을 보지 않고 소비자로만 보고 있다.”(박영흠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

박영흠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발제에서 포털이 이용자 친화적이라는 말은 주류 디지털 담론이 만든 일종의 신화일 수 있고, ‘시민으로서의 이용자’ 관점에서 보면 ‘친화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영흠 선임연구원은 “연성 뉴스 증가, 의미 있는 뉴스 축소 등으로 뉴스 신뢰도까지 추락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편리하게 질 낮은 뉴스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결국 포털에 의해 설계된 뉴스 소비가 이뤄지는 것으로 이것에 친화성을 느낀다면 그것은 강요되고 설계된 친화성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포털의 이용자 통제 전략이 보편화되고 대중화된 것에 대한 언론의 책임이 없는가. 자본 권력에 굴종, 정파적 행태로 보였던 것이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수업을 하면서 약 300여명의 학생들에게 포털 밖에서 뉴스 소비하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으니 상당수의 학생들이 카카오나 큐레이션 서비스로 가서 뉴스를 보겠다고 했고, 언론사 뉴스 사이트로 들어간다고 답한 사람이 없었다고 밝혔다.

박 선임연구원은 “뉴스와 생산자를 직접 만나게 하는 아웃링크가 맞지만 지금 단계에서 과연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아웃링크되면 언론사는 어떤 일을?=“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하니 저에게 네이버 기자세요 다음 기자세요 라고 묻더라.” 김주성 한국일보 기자는 쓴 웃음을 지으며 지난 영국에서 교육 연수했을 당시 겪었던 상황을 전했다.

한국일보는 지난 동계 올림픽 때 다양한 사진과 영상 등으로 구성된 컨텐츠를 서비스했지만 포털로 넘어갔을 때는 규격화된 사진 한 장만 남아 버렸다고 말했다. 김주성 기자는 “포털의 규격화로 인해 언론사가 제대로 만든 인터렉티브 컨텐츠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고 말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포털 정보는 이미 상업화된 것이 아니냐. 제대로 된 정보를 찾기 위한 운동을 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 이용자”라고 밝혔다.

한대광 언론노조 경향신문 지부장은 이날 언론노동자로서 점점 더 저널리즘을 지켜나가기 어려워지는 현실적인 고민을 이야기 하면서 앞으로 계속 논의를 통해 해법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외래교수는 “언론사들이 디지털 혁신을 해도 포털 공간 속에서 는 구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한 뒤 “만약 포털이 아웃링크를 제공하면 언론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 이용자들이 언론사 홈페이지에 와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김동원 외래 교수 질문에 이봉현 저널리즘센터장은 “언론사가 디지털에 맞는 서비스를 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흠 선임연구원은 “언론사들이 과거 개별적으로 포털로 나가려 했다가 포털에 납품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꿨던 것 아니냐. 지금은 이미 격차가 많이 벌어진 상황로 가능할지 모르겠다. 탈포탈이 과연 마지막일 것이냐. 무수한 플랫폼이 있다”고 말했다.

김주성 한국일보 기자는 “트래픽을 따라가면 죽게 되고, 신뢰할 수 있는 저널리즘에 돈이 따라온다고 외국 기자들은 가디언은 믿고 보는 기사만 내보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며 “현재 언론사 경영진들이 저널리즘보다 트래픽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김동원 교수는 “네이버는 언론사들에게 이용자 데이터를 공유하고 실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해 주고 있느냐”고 따진 뒤 “네이버가 동영상이 밀리자 지상파 컨텐츠를 얻기 위해 이용자 데이터를 공유하고 광고 배분을 더 해 줬다. 그러나 여전히 신문사 등 언론사에게 이용자 데이터 등은 막아 놓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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