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일까지 방문진 KBS 이사 후보 공모 … 지원서 공개, 국민 의견 접수 뿐

방송독립시민행동 “자체적으로 시민 검증단과 제보센터 운영”

방송통신위원회가 시민사회의 요구인 공영방송 이사 후보(KBS 방송문화진흥회 EBS)에 대한 시민 검증단 설치를 거부했다. 방통위는 2일 오전 32차 전체 회의를 열고 공영방송 이사에 대한 후보자 공모 절차를 결정했지만 방송독립시민행동이 요구해온 시민 검증단 운영은 빠졌다.

방통위는 오는 7월2일부터 7월13일까지 KBS 이사 11명, 방문진 이사 9명에 대한 후보자 응모를 받고, 이번 공모에서 후보 지원자들의 지원서를 방통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국민들로부터 지원자들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후보자 선정 시 활용한다고 밝혔다. EBS 이사 후보 응모는 8월 중에 실시된다. 중복 지원은 불허된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국민 참여 방송법 쟁취 시민행동(이하 방송독립시민행동)은 2일 오전 11시 과천 정부 종합청사 앞에서 비가 오는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실망스런 방통위의 결정을 규탄했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두 차례에 걸쳐 방통위에 공영방송 이사 추천 및 임명 절차에 ‘원전공론화위’와 ‘KBS사장선임시민검증단’처럼 시민 참여와 공개 검증을 보장하기 위한 ‘공영방송이사 시민검증단’을 구성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방통위가 시민검증단을 거부한 것으로 이제 방송독립시민행동이 시민검증단을 구성하고, 공개된 지원자들에 대해서 모든 시민이 참여하는 제보 센터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어 “언제까지 정치권이 위법하게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좌지우지하려는가”라며 “그동안 법에도 없던 정치권끼리 나눠먹는 방식 더 이상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정연우 민언련 공동대표는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의 방송으로 두겠다는 것으로 촛불 시민의 명령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김철관 한국인터넷 기자협회장은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과거 ‘정치 언론’이라는 책을 썼다. 이 내용은 정치 권력이 언론에 관여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왜곡된 이사 선임 구조로 고초를 겪었던 것은 방송 현업 종사자들과 국민이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공영방송사 노동조합 대표들은 한목소리를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시민들의 참여와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호 KBS본부장은 “지금 방통위가 내놓은 것은 마치 정치권 추천을 배제하는 것 같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수 있다”며 “어떤 의견 받았냐고 하면 공개할 수 없다고 할 것이고, 평가기준 역시 공개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김연국 MBC본부장은 “시청자 목소리를 들고 시민들을 대표하는 사람의 목소리 듣고,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정치권 입김 차단하는 것이 방통위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고, 유규오 EBS지부장은 “개인적 사익을 추구하거나 동료 이사 폭행한 이사들을 임명한 것은 방통위였고, 밀실 구조에서 정실 이사를 선임해 온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이날 성명에서 “이사회를 제대로 구성하는 일은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에 되돌려주는 일의 시작”이라며 “방통위가 방송 정상화, 개혁요구를 무시하고 밀실에서 짬짜미 인사를 강행하려 한다면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자체적으로 시민검증단을 구성해 공영방송 이사 후보들을 공개적으로 검증하고, 제보센터를 운영해 부적절한 후보들의 잘못을 공개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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