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언론 시민사회단체들은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이사를 제대로 뽑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시민 검증단 구성을 요구해 왔습니다. 박태순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이 기존 정치권 이사 추천 방식에서 탈피해 시민이 함께 할 수 있는 이사 선임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칼럼을 보내왔습니다. 

-------------------------------------------------------------------------------------------------------------

 

공영방송 정상화의 길 - 이사선임 방식의 개선

 

박태순 박사(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신뢰 잃은 공영방송

옥스퍼드대학과 로이터가 공동으로 설립한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뉴스 리포트 2018'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뉴스 신뢰도는 25%로 조사 대상 37개 나라 중에서 꼴찌를 차지했다. 이 조사는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에 조사한 결과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뉴스의 신뢰도가 얼마나 개선 됐을까하는 의구심은 여전하다.

2018년 언론의 뉴스 브랜드 신뢰도에서 JTBC 뉴스가 6.75로 1위인 반면, KBS 뉴스는 5.45로 5위, MBC 뉴스는 5.34로 8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선진국 공영방송의 뉴스 브랜드 신뢰도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다. 영국은 공영방송 BBC의 뉴스 브랜드 신뢰도가 7.02로 1위, 독일은 공영방송 ARD와 ZDF의 ARD Tagesschau와 ZDF heute가 각각 7.01과 6.85로 1위와 2위를 차지하였다. 프랑스의 경우, 르 몽드(Le Monde)가 6.47로 1위, 공영방송 프랑스 텔레비전 뉴스가 6.10으로 2위를 차지하였으며, 일본은 공영방송 NHK의 뉴스가 6.23으로 1위를 차지하였다.
 

KBS와 MBC의 뉴스 브랜드 신뢰도가 선진국 공영방송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왜 우리나라 국민들은 선진국 국민들만큼 공영방송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을까?

우리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하에서 공영방송이 권력에 의해 얼마나 철저히 유린될 수 있는지를 경험했다. 대통령이 찍어 내려 보낸 사장이 공영방송을 통째로 권력에 바치고, 정권의 경비견으로 전락시켰다. 또한 여당의 추천을 받은 이사들은 여당의 대변자를 자처하면서 공영방송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집권당의 부속물로 전락시켰다.

공영방송 뉴스 신뢰도 추락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치의 부속물로 전락해버린 지배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시민과 함께하는 공영방송의 길

방송법 1조는 방송의 자유와 독립 보장, 공적 책임을 위한 법의 목적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은 방송법상 아무 근거 조항도 없이 나눠 먹기식으로 공영방송 이사들 임명해왔다. 실상 정치권의 이러한 관행은 방송법에 정면으로 대치되는 초법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영국의 BBC 칙허장(19절)은 정부 부처장들 혹은 그 외 어떤 사람들로 부터도 지시나 요구받지 않도록 항시적으로 BBC의 독립성을 지키고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프랑스 텔레비전 헌장(1.1.4)은 수신료 재원에 기반 해 독립적으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고 ‘부담자 수익 원칙’을 고려하여 시청자를 위한 의무를 다해야함을 제시하고 있다. 독일은 공영방송 방송평의회가 연방정부나 주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적인 행정기관으로의 법적 위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는 BBC나 프랑스 텔레비전, ARD와 ZDF의 뉴스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고 독립성을 보장하는 근간이 된다.

지난 6월 21일 241개 언론·시민사회단체가 ‘방송독립시민행동’을 결성하고 방송의 독립과 국민 참여를 보장하는 방송법 개정 위해 행동에 나섰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8월의 KBS, MBC, 9월의 EBS 이사진 구성과 KBS 후임 사장 선출에 있어서 정치권의 개입을 중단 할 것을 요구했다.

실상, 이번의 이사진 구성과 사장 선출은 공영방송의 미래 모습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따라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정치권의 이사 추천 관행을 폐기하는 결단을 내려한다.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이 요구하듯이 이사 추천 및 선출 원칙과 평가 기준, 일정 등을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진행하고, 시민검증단을 구성하여 시민참여 선출방식을 마련 할 필요가 있다. 시민검증단은 후보자들을 상대로 정책설명회와 질의응답을 통해서 1차 심사하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심사를 통과한 후보자들 중에서 최종적으로 이사를 선임하는 방식이 합리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상업방송이 지배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공정하고 투명하며, 시민의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표현되는 공영방송은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여론은 정치사회나 관료사회의 영역이 아니다. 여론은 시민사회의 영역이다. 이번 기회에 공영방송이 올바른 여론 형성의 중심 역할을 하도록 시민의 품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저작권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