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하게 기다려보신 적이 있습니까? 포털에 올라오는 수많은 뉴스들 속에서, 20여개 꼭지로 구성된 저녁 방송 뉴스 중에서, 30여 면이 넘는 지면들 사이에서, SNS 속 헤아리기도 힘든 온갖 정보들 속에서. 노동자는 노동자의 뉴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박장준 희망연대 정책국장이 ‘1보를 기다리며’라는 다소 문학적인 제목의 원고를 보내온 뒤 덧붙입니다. “사실 기다리면 안 되죠.”  저는 말합니다. “올 겁니다.”

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활동가(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가 <인권>을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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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보를 기다리는 노동자를 생각해 보셨나요?

 

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

 

입장과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배포하는 활동가라면 누구나 이렇게 느낄 것이다. ‘언론은 왜 우리를 취재하지 않을까?’ 우리는 절박한데 기자며 PD며 작가들은 속칭 ‘도꼬다이’(단독) 할 수 있는 소스이거나 ‘미다시’(제목)를 잘 뽑아내거나 데스크를 통과하고 독자가 관심을 가질 법한 ‘야마’(주제)가 없다면 취재는 잘 이뤄지지 않는다. 언론인들은 출입처 일정에 치여, 그리고 취재 중인 아이템 때문에 발송한 이메일을 열어보지도 않는다.1)

그중에서도 노동은 찬밥, 아니 쉰밥 신세다. 신문에는 노동면이 없고(기업면은 있는데!), 언론사에는 노동담당 기자가 거의 없다. 기본적으로 노동자의 싸움 상대가 ‘광고주’인 기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이 보도 자료를 내면 알뜰하게, 마치 판단→발제→취재→작성 과정을 생략한 것처럼 엄청난 속도로 챙긴다.

반면 기업과 싸우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언론에 한줄 실리기가 쉽지 않다. 마치 기업처럼 기사 형식의 보도 자료를 만들어 뿌려도 이걸 받는(기사화하는) 언론은 많지 않다. 언론과 시민들은 투쟁조끼에 머리띠 동여맨 노조를 여러 가지 이유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귀족노조’ 프레임이 강하게 작동 중이고, 노조는 맨 날 한 이야기 또 하는 것 같고, 기사 써봤자 바뀌는 것은 별로 없는 것 같고… 뭐, 그렇다는 말이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언론은 이제 힘이 없다고 이야기하고, SNS로 직접 홍보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언론은 여전히 정부와 기업을 흔들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래서 노조에서 선전과 정책을 담당하는 활동가들은 절박할 상황이 닥치면 신뢰하는 언론과 기자에 부탁하거나, 기본적으로 기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국회의원실과 협업해 기자회견을 하고 보도 자료를 낸다.

운이 좋게도(!) 언론이 관심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1보’다. 첫 보도를 하는 언론이 제목과 톤(tone)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판이 달라진다. 물론 사전에 만나거나 통화하면서 자료의 내용을 브리핑하지만 결국 야마를 어떻게 잡느냐는 그 기자, PD, 작가의 시각에 달렸다. 그래서 뒤통수를 맞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서 언론은 작동하고 설득력을 갖는다. 정부와 기업이 보기에 언론은 ‘보통 사람들이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을 기사화하고, (우리가 느끼기에 부족하지만) 실제로 그렇기 때문이다.
 

 

나는 며칠 전 LG유플러스가 유·무선 네트워크 관리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1800여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한 것에 대한 노조의 입장을 썼다. 물론 LG유플러스가 내놓을 입장을 예상하고 썼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통신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협력업체 직원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경험상 기업의 입장은 이 정도로 나오지 않을까 했다. 예감은 들어맞았다.

문제는 노조 입장이었다. LG유플러스를 취재하는 기자, PD, 작가라면 회사의 보도자료2)를 받고 ‘칭찬’할 텐데 노조가 보기에 이것은 ‘물타기’이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의 이번 결정은 고용노동부의 불법파견 근로감독 결과 발표 직전에 등떠밀려 이루어진 것이고, 자신이 보기에 불법이 아닌 홈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이 문제는 직접고용이 아닌 ‘처우개선’으로 해결하겠다는 그야말로 반쪽짜리 발표였다. 노조의 이런 비판에 대해 7월3일 언론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하고 입장문3)을 썼고, 노조의 입장이 1보에 실릴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사를 기다렸다.

이데일리 1보: LG유플러스, 네트워크 협력사 비정규직 1800명 본사 정규직 직고용(1보)

이데일리 2보: LG유플러스, 네트워크 비정규직 1800명 정규직으로..설치기사는 아직

미디어스 : LG유플러스 정규직 전환에 "쌍수 들고 환영할 수 없다"

미디어오늘 : LG유플러스 전격 정규직 전환? 여전히 비정규직 다수

몇 건의 기사가 나왔다. 언론의 1보는 다행히 노조의 시각과 같았다. 이 문제를 빨리 보도한 언론 중 한곳인 경제지 ‘이데일리’는 1보에 노조 입장을 충분히 반영했고, 2보 제목을 <LG유플러스, 네트워크 비정규직 1800명 정규직으로..설치기사는 아직>이라고 뽑았다. 이후 대부분의 언론이 노조 입장을 크게 다뤘고 LG유플러스에 비판적인 기사를 썼다. 미디어전문지 ‘미디어스’와 ‘미디어오늘’의 기사 제목은 <LG유플러스 정규직 전환에 “쌍수 들고 환영할 수 없다”>, <LG유플러스 전격 정규직 전환? 여전히 비정규직 다수>이다. LG유플러스의 속셈은 들통이 났다.

이 사례는 언론이 어떻게 해야 사회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언론은 보도 자료에 없는 내용을 끊임없이 질문하고 지적하고 해결을 촉구해야만, 법보다 상식 그리고 상식보다 권리의 시각으로 문제를 접근해야만 영향력을 유지하고 설득력을 갖는다. 그렇게 해야만 언론은 독자(이자 시민이자 노동자)와 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다. 나는 이 관계의 한가운데에 ‘노동’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시 언론에 요청한다. 대한문 앞, 강남역 8번 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 전주시청 앞, 그리고 드라마 촬영현장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다시 주목하고 보도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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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장준 정책국장은 우리 언론의 가장 큰 문제점이 ‘바쁨’보다 ‘게으름’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해왔습니다. 이 이야기는 기회가 되면 다음 ‘언론 어때’ 칼럼에서 다룬다고 전해왔습니다.

2) LG유플러스 보도 자료

- LG유플러스가 5G시대 서비스 경쟁력의 근간인 네트워크 품질경쟁력 확보를 위해 네트워크 협력사 구성원을 직접 고용한다.

- 채용대상은 올해 7월 1일 기준 28개 협력사에 근무 중인 약 1800여명이 대상이며 오는 9월 1일자로 협력사 직원을 정규직원으로 직접 채용해 고객 접점에 있는 네트워크 현장의 인적 경쟁력과 실행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 이는 5G시대를 앞두고 미래를 선도하는 통신네트워크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네트워크 관리에 대한 인적 역량을 획기적으로 제고해 미래 통신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3)<직접고용 정규직화 투쟁, 지금부터다>(2018.7.3. 희망연대노조 성명)

“진전이다. 하지만 쌍수 들고 환영할 수 없다. 중간착취 구조를 설계하고 실행해온 당사자라면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노동자들에게 사과하고 사회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LG유플러스의 발표에는 고백도 사과도 책임도 없다. LG는 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가 임박한 시점에서 직접고용을 발표했고, 정규직화의 내용 또한 밝히지 않았다.

냉정하게 보면 LG유플러스는 ‘노동부가 불법이라고 지적한 문제만’을 고치겠다고 ‘말’한 것뿐이다. LG유플러스는 이번 발표를 통해 ‘재벌의 사회적 책임’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강조할 것이다. 하지만 LG유플러스, 나아가 LG그룹은 고객을 대면하는 노동자 대부분을 간접고용하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 이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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