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특례 적용’에 사회적 합의는 어떻게 이뤄진 것일까요? 여론에 따라 움직이는 ‘특례’정도로 이해해도 될까요? 권순택 언론연대 활동가가 아시안게임 이후 벌어진 병역 특례 문제와 이를 보도하는 언론에 대해 질문을 합니다.

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활동가(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가 <인권>을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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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환은 되고 BTS는 안 되냐"는 '오래된 질문', 이제는 바꿔야

사안별 논쟁을 넘어 사회적 불평등 문제로 접근하자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

 

방탄소년단(BTS)이 때 아닌 ‘병역특례’ 논란에 휩싸였다. 아시안게임에서 3회 연속 금메달을 딴 야구대표팀이 받을 병역특례에 대한 비난에 BTS가 소환됐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방탄소년단 군면제” 청원글이 올라왔고 관련 기사들이 쏟아졌다. 중앙일간지 경향신문은 9월4일 사회면(12면)에서 <“손흥민은 되고, BTS는 왜 안되나” 병역특례 시끌시끌> 기사를 싣기도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BTS 팬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방탄소년단(BTS)의 팬덤은 가수의 병역특례건 언급을 일체 하지 않습니다”라고 응수한 것. 빌보드 1위를 한 BTS가 병역특례 논란에 언급되고 비난의 대상이 된 것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논란은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서 시작됐다. 문제는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의 금메달은 대회 시작 전부터 당연시(=병역특례 확정)될 정도였다는 점이다. 메달을 두고 다툰 일본과 대만은대부분이 실업야구팀 선수들로, 우리나라는 리그를 중단하고 프로선수들로 구성했다. 고등학생 VS 초등학생의 싸움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 가운데,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기피’ 의혹이 있었던 오지환 LG트윈스 선수와 박해민 삼성라이온즈 선수가 병역특례를 받게 되자 ‘국민적 분노’로 번 진 것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오지환 선수를 향한 과도한 ‘비난’

오지환 선수 병역 논란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8세라는 연령 제한으로 상무나 경찰청 야구단에 입대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던 해였지만 오지환 선수는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오지환 선수는 당시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에 도전해보고 안 되면 현역 입대를 감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 발탁돼 금메달을 따지 않는다면 야구선수 생활 자체가 불투명할 순간이었다. 2년간 군생활을 하고 다시 야구선수로 복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야말로 ‘벼랑 끝’ 선택이었던 셈이다.

 

아쉬운 건 다음부터다. 오지환 선수가 2018 아시안게임에 선발되고자 했다면 시즌 성적으로 존재감을 보여줬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아시안게임 이전 리그 직전 성적은 ‘삼진 1위’, ‘실책 1위’를 기록한 상황(8월)이기도 했다. 그의 말대로 “현역을 감수해야할 성적”이었다.

 

2018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선동렬 감독은 오지환 선수를 백업으로 차출(6월)했다. 2차 논란이 시작된 시기다. 백업요원으로 오지환 선수의 활용도가 높지 않다는 점에서 야구팬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아시안게임이 병역특례를 위한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는 정당한 비판이었다. 하지만 선동렬 감독은 “금메달을 따면 괜찮을 것”이라고 인터뷰를 해 야구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금메달 따면 다냐’, ‘야구팬들을 개돼지로 본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그때부터 인터넷에는 “2018아시안게임 야구대표님의 은메달을 기원합니다”라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3차 논란은 2018아시안게임 기간에 벌어졌다. 오지환 선수는 야구 B조 조별리그 2차전(인도네시아)을 앞두고 장염에 걸리면서 경기장에 조차 나올 수 없었다. 결국, 오지환 선수는 백업으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그 후, 오지환 선수는 아시안게임 막판까지 대주자 등으로 짧게 출전하며 별 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병역특례 ‘무임승차’ 논란이 거세진 이유다.

오지환 선수가 야구 인생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선택을 한 것이 문제였던 것일까. 아니다. 현역까지 감수한다 했지 않는가. 그렇다면 국가 대표팀으로 선출된 것을 개인이 반려라도 했어야 했나? 그런 점에서 오지환 선수 개인에 대한 현재의 비난은 과도한 측면이 커 보인다. 오히려 2차 논란의 중심에는 선동렬 감독이 있었다. 대회에서 적재적소에 필요한 자원을 선발하지 못한 책임은 감독에게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번 사태의 원인은 병역특례라는 제도와 그에 대한 운용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럼에도 다수 언론은 ‘오지환’ 선수 개인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여과 없이 방송과 신문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특히, 스포츠조선과 뉴스1은 각각 <‘오지환-박해민 법’ 병역혜택 대변혁, 지금이 적기>(스포츠조선 9월4일)와 <‘오지환법’ 생기나? 기로에 선 체육계 병역특례 제도>(뉴스1 9월4일)라고 전했다. 병무청 등에서 병역특례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자 특정인의 이름을 붙인 것으로 올바른 언론의 모습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언론의 역할은 한국사회에서 병역특례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왜 이번 사건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지, 근본적인 문제를 찾는 것이 아니었을까.

‘병역특례’는 왜 그리고 무엇이 문제인가

<병역법>에 따르면, “올림픽대회에서 3위 이상으로 입상한 사람 혹은 아시아경기대회에서 1위로 입상한 사람(단체경기종목의 경우, 실제 출전한 선수만 해당)은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예술·체육요원 편입 및 관리규정>에 따르면, 국제예술경연대회에서 입상한 사람에 한해 병역특례를 주고 있다. BTS에 대한 병역특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른바 ‘국위선양’ 논란이다. 병역특례 규정이 낡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클래식 음악은 되고 대중음악은 왜 안 되냐”는 논란으로 확장된 셈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번에는 BTS였을 뿐 그 이전부터 비(rain)를 비롯한 다양한 한류스타들이 그 자리에 놓여 있었다.

그만큼 ‘병역특례’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여러 지적들이 있었다. 특히, 2002년 월드컵 4강의 주역들에게 병역특례가 주어진 적도 있다. <병역법> 상 병역특례가 가능한 대회가 아니었음에도 월드컵에 열광했던 여론으로 논란 자체가 수그러들었다. 그야말로 규정에 없는 ‘특혜’였다.

이와 별개로 병역특례 대상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으로 한정된 이유가 뭐냐는 물음이 제기된다. 세계선수권대회를 비롯한 각 종목별 이름 있는 대회들은 병역특례에서 제외돼 있는 실정이다. e스포츠 역시 꾸준히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e스포츠계에서는 임요환 선수 군대 문제가 큰 관심사이기도 했다. 결국, 임요환 선수는 공군에서 전산특기병으로 입대했다.(2018아시안게임에서 시범종목이었던 e스포츠는 별도의 병역특례는 주어지지 않는다)

병역특례 논란, 한국사회의 불평등을 보여주는 지표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선수 중 병역특례 대상이 된 이는 9명이다. 나머지 선수들은 무엇을 위해 뛰었단 말인가. 아무리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금메달을 숨기며 입국하자마자 왜 고개를 숙여야 했는가. 병역특례에 대한 제도적 문제에도 다수의 매체들은 고개를 숙인 선수에 포커스를 맞췄다. SBS <8뉴스>는 3일 머리기사 <“병역특례 전면 재검토”..대수술 불가피>를 포함해 병역제도에 대한 4개의 리포트를 선보였다. 그 가운데, 논란이 된 오지환-박해민 선수에 대한 포커스 그리고 지난 대회에서 논란에도 불구하고 병역특례를 받은 나지완 선수를 강조해 보도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정작 카메라를 맞춰야 할 곳은 한국사회 내 불평등한 여러 곳곳이다.

 

오지환 선수에 대한 ‘논란’의 시작부터 다시 봐야 한다. 한국사회는 왜 오지환 선수의 병역특례에 그렇게 민감할 수밖에 없는가. 그것은 바로 ‘형평성’에 있다. 합법적으로 군대를 가지 않을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을 선택한 것을 두고 뭐라 할 수 없다. 문제는 그 ‘합법적으로 가지 않을 방법’이라는 것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위공직자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에서 본인 및 아들의 병역특혜(국적)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유전무죄-무전유죄가 국방의 의무까지도 좌우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분노다. 한국사회에서 유독 ‘병역’ 논란이 있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만큼 한국사회가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이제 ‘오지환은 되고 방탄은 왜 안 되느냐’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징병제’라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군대-병역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부터 되짚어야 한다. ‘특례규정’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현재의 기준은 국민들이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인지를 따져야 한다. 특례규정을 존치시킨다면 운용에 있어서도 편법의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언론의 역할은 여기에 있다. 공정한 룰이 적용되고 있는가에 대한 감시. 그리고 소외된 자들을 살펴야 한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비롯한 군대 입영을 하지 못해 한국사회에서 2등 국민으로 저평가되는 이들의 삶. 그리고 끝으로 한국사회가 공정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2018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의 병역특례 논란을 둘러싼 피해자는 우리 모두가 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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