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의 폐해는 심각합니다. 오죽하면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나서 ‘개인의 인격을 침해하고 사회의 불신과 혼란을 야기하는 공동체 파괴범’이라고 했겠습니까. 이번 주 ‘언론어때’ 칼럼은 소수자를 겨냥한 가짜뉴스 문제를 다룹니다. 또 이런 가짜 뉴스로 만들어진 ‘여론’으로 좌초된 ‘혐오표현규제법안’을 말합니다. 유엔자유권 규약에서는 소수자를 혐오하거나 전쟁을 선동하는 것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활동가(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가 <인권>을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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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혐오 확산하는 가짜뉴스, 방치하는 국가

 

명숙(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

 

퀴어문화축제가 서울만이 아니라 전주, 대구, 인천, 제주 등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퀴어문화축제, 다른 말로 성소수자의 축제가 여러 지역에서 열리면서 성소수자가 그나마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난다. 하지만 아직 한국은 성소수자들이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숨어 지내야 하는 ‘차별의 사회’다.

성소수자들의 축제를 망치는 사람들이 있다. 혐오세력이다. 지난 9월 8일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난동을 부렸던 성소수자혐오세력들은 제주퀴어문화축제 행사(9월29일)도 방해했다. 이들이 행사장 근처에서 혐오표현을 일삼는 수준을 넘어서 행사 자체를 막고 있지만 국가는 이들의 행위를 제재하지 않았다.

모든 표현이 자유롭게 보장되는 건 아니다. 유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약칭 유엔자유권규약) 20조는 소수자혐오와 전쟁선동을 표현의 자유로 인정하지 않고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선 버젓이 혐오표현과 혐오범죄가 범람하고 있다. 나아가 자신의 성소수자 혐오행동을 정당화하고 혐오를 확산시키기 위해 ‘가짜뉴스’를 만들고 유통시킨다.

나는 이번 제주퀴어문화축제에서 그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 축제가 열린 제주시 신산공원 입구를 혐오세력들이 막아 축제참가자들은 원래 행진하기로 한 시간에 나가지 못하고 40분가량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그러다 빈틈을 찾아 좁은 길로 행진을 했다. 축제 행진 차량은 2대였다. 맨 앞에 있는 방송차량과 행진 중간대오에서 축제의 흥을 돋우는 퍼레이드 트럭이다.

행진하던 사람들은 도로에 누운 몇 명의 방해로 멈췄다. 그 사이 한 남자가 갑자기 트럭 밑으로 뛰어들었다. 필자와 행사 참여자들이 경찰에게 차량 밑에 들어간 사람을 빨리 끌어내지 않느냐고 항의하는 사이, 갑자기 나타난 다른 남자가 사진기를 찍어댔다. 그리고는 “경찰이 차량 밑에 사람이 깔렸는데도 방치한다”며, 경찰과 축제참여자들을 비난하더니 이를 보도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설마 말도 안 되는 상황과 거짓말을 보도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러나 바로 그 거짓말이 ‘보도’됐다. 축제 당일 ‘GMW 연합’ 블로그는 ‘제주퀴어문화축제 차량 목회자 밀고 지나가 119 출동, 의식 불명’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제주퀴어문화축제 차량이 사람을 덮쳤다”고 했다. 소위 가짜뉴스다.

가짜뉴스의 해악, 혐오의 확산

가짜뉴스는 파도타기 하듯 번져나가고 그걸 본 사람들에게 거짓된 정보를 전파한다. 무서운 것은 그걸 생산한 자들이 혐오세력일 때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세력들은 가짜뉴스로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낙인을 생산하고 유포해서 혐오를 확대시킨다.
 

이는 얼마 전 한겨레가 단독 보도한 “[단독] 동성애·난민 혐오 ‘가짜뉴스 공장’의 이름, 에스더”1)란 기사에서 잘 드러난다. 한겨레보도에 의하면, 가짜뉴스의 뿌리에 극우 기독교 세력이 있다. 2007년 만들어진 ‘에스더기도운동’(이하 에스더)이라는 개신교 우파 종교운동단체의 누리집 게시판(공지사항)이 있다. 에스더의 유통하던 채널인 ‘지엠더블유(GMW) 연합’ 블로그’가 있다고 한다. “에스더 관련 채널과 인물들이 주도적으로 생산하고 유통한 가짜뉴스가 그동안 한국 사회 혐오담론의 바탕”을 이루었다.

그들은 성소수자만이 아니라 이주민, 난민 혐오를 확산하고 있었다. 올해 제주도를 통해 입국한 예멘 난민에 대한 혐오를 만들고 확산시켰는데, 기사에 쓰인 거짓정보가 근거였다. ‘스웨덴에서 발생한 성폭력의 92%가 이슬람 난민에 의한 것이고 피해자 절반이 아동이다’ ‘아프간 이민자의 성범죄율이 내국인보다 79배가 높다’ 는 가짜뉴스로 난민에 대한 편견과 낙인을 조장했다. 가짜뉴스는 허위정보를 바탕으로 사회구성원의 인권의식을 뒤로 돌린다.

JTBC 뉴스룸은 팩트체크 “피로 물든 퀴어축제" 논란의 영상, 사실은?” 에서 이를 짚었다. 제주퀴어문화축제에서 한 남자가 멈춰 선 트럭에 들어가는 장면을 찍은 영상을 공개해, 가짜뉴스의 실체를 보여주었으며, 그것이 혐오를 확산한다고 짚었다.2)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혐오가 확산되고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제도는 계속 뒤로 밀렸다. 한겨레 보도에서 나왔듯이, 서울시민인권헌장을 반대한 반동성애 혐오세력에 밀려 2014년 박원순 시장은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외면했다. 참세상 “가짜뉴스의 피해자는 문재인이 아니다”에서 짚었듯이, 난민혐오에 밀려 문재인 정부는 ‘국민 보호가 최우선’이라며 난민의 인권을 후퇴하는 발언과 조치들을 취했다.3) 보호받아야 할 난민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며 이들을 통제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혐오는 실질적으로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을 위협한다.

혐오범죄에 대한 정부의 묵인은 덜 다뤄

그동안 정부는 혐오표현과 혐오범죄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앞서도 말했듯이 이명박․박근혜 정부만의 일이 아니다. 혐오세력들이 성소수자들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을 공격하지만 오히려 그들에 끌려 다니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성소수자혐오를 조장하는 기도회에 참여해 ‘동성애에 반대’한다고 했다. 2015년 유엔 자유권위원회에서 한국정부는 혐오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취하라는 권고를 했지만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다. 유엔자유권규약은 한국정부가 가입한 국제인권규약이므로 그 권고에 따라야 하지만 아직까지 소수자혐오표현에 대한 입장을 제출하고 있지 않다. 얼마 전에도 ‘인권교육기본법’을 발의한 국회의원이 성소수자 혐오세력의 압박에 못 이겨 법안 발의를 취소했다. 그 결과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정을 권고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아직까지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유엔자유권위원회한국정부4차 심의 권고 중

15. 대한민국 정부는 소위 ‘전환치료’의 선전, 혐오발언, 그리고 성적지향 및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폭력을 포함한 어떤 종류의 사회적 낙인과 차별도 용납하지 않 는다는 것을 공식적인 형태로 분명하게 명시하여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성소수자 개개인을 보호할 수 있는 법률 체계를 강화해야하며, 군형법 제92조의6을 폐지하고, 민간단체의 소위 ‘전환치료’ 행사에 공공건물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하며, 학생들에게 섹슈얼리티와 다양한 성별 정체성에 대해 포괄적이고 정확하며 연령에 적합한 정보를 제공하는 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트랜스젠더 성별정정의 법적 인정을 용이하게 해야 한다. 또한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의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과 존중을 증진하기 위한 대중 캠페인과 공무원 교육을 개발하여 시행하여야 한다.


영국은 평등법과 인종관계법으로, 독일은 일반평등대우법으로, 캐나다는 연방헌법과 캐나다인권법으로, 호주는 반인종차별법으로 혐오표현을 규제하고 있다. 유럽은 공론의 장에서 정치인이 혐오발언을 못하도록 제재한다.

며칠 전 이낙연 총리는 가짜뉴스에 대한 엄단을 발표했다. 이 총리는 “가짜뉴스는 표현의 자유 뒤에 숨은 공적(公敵)”이라며 “개인의 의사와 사회여론의 형성을 왜곡하고, 나와 다른 계층이나 집단에 대한 증오를 야기해 사회통합을 흔들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민주주의 교란범”4) 이라며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 총리는 차별금지법 등 소수자인권을 보호하는 법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스스로 철회했던 인권법안에 침묵했다. 올해 행정안전부 장관인 김부겸 의원은 혐오표현규제법안을 제출했다가 반동성애 세력들의 압박으로 철회하지 않았던가. 이제라도 차별금지법 등 소수자인권을 옹호하는 법안들이 제정돼야 한다. 가짜뉴스의 압력에 굴해서 소수자들을 고립시켰던 정부와 국회의 과오에 대해 반성할 때, 가짜뉴스를 진짜 근절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총리의 대책이 단지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가짜뉴스’만을 제재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 언론은 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구분 없이 혐오세력들의 압력에 굴해 인권관련 법들을 제정하지 못한 과오를 지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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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독] 동성애·난민 혐오 ‘가짜뉴스 공장’의 이름, 에스더>(한겨레 김완 박준용 기자, 변지민 한겨레21 기자)

<제주퀴어축제 차량이 사람 덮쳤다? ‘가짜뉴스 공장’ 또 걸렸다>(한겨레 이유진 기자 2018.10.01.)

 

2)<뉴스룸 [팩트체크] "피로 물든 퀴어축제" 논란의 영상, 사실은?> (jtbc 오대영기자 2018.10.04

지난주에도 성소수자 축제를 반대하다가 차량에 깔렸다 이런 거짓 정보가 돌기도 했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제주 동성애 축제 차량에 반대 시민이 깔아뭉개졌다라는 내용인데요. 인터넷 기사까지 이렇게 나왔습니다. 바로 근거가 저 뒤의 사진입니다.

한 남성이 트럭 밑에 누워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영상으로 보면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이 남성이 오히려 멈춰선 트럭 밑으로 뛰어들어갑니다. 이를 경찰이 말리며 나오라고 설득하지만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차가 덮친 게 아니라 사람이 들어간 것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이렇게 영상 없이 사진만 보면 충분히 좀 차량이 덮친 것으로 오해 할 만한데요.

[기자] 그래서 결국 잘못된 정보들은 온라인 기사로 수정이 다시 됐습니다. 그럼에도 트위터상에는 허위정보들이 여전히 퍼지고 있습니다. 현재 일간베스트와 트위터에서 사람이 깔렸는데 아랑곳하지 않았다, 손가락이 잘려도 행사가 중요하냐라는 혐오 표현으로 소재로 삼아지고 있습니다. 이 축제에 대해서 견해를 달리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하지 않은 내용으로 사실을 호도하는 건 문제입니다.

3)< 가짜뉴스의 피해자는 문재인이 아니다> (참세상 정은희 편집장 2018.10.02)

4) <이 총리 "가짜뉴스 더는 묵과할 수 없다"> (CBS노컷뉴스 황영찬 기자 2018.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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