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유치원에서 발생한 비리가 사회적 문제로 알려진 배경에는 불의를 목격한 작은 목소리와 국정감사 기간 동안 국회의원의 역할 그리고 언론의 관심과 심층 보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국정감사란 무엇인가?, 이를 전하는 언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오랜만에 좋은 답을 해 준 것 같습니다. 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이 언론이 제역할을 해 나갈 때 국정감사의 질도 높아진다고 말합니다. 함께 읽어보시죠.

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활동가(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가 <인권>을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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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목소리를 크게 듣고, 대신 따져 묻는’ 국감이 되려면

 

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국회, 정부, 언론이 연중 가장 바쁘게 돌아가는 시기다. 국회는 질의를 준비하고, 정부는 답변을 준비한다. 언론은 중계하기에 바쁘다. 국회의원은 ‘스타’가 되고 싶고, 정부에서 ‘자료’가 쏟아져 나오고, 국회와 함께 국감보도를 기획하는 언론도 꽤 있기에 국감 시기에 양질의 기사가 많이 나온다.

이번 국감의 가장 큰 이슈인 ‘비리 유치원’을 보자. 이것은 국감이 왜 필요한지 알려주는 좋은 사례다. ‘정치하는엄마들’1)에서 제기한 문제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MBC가 함께 파고들어 만들었다. 일부 유치원들의 천태만상과 비리 유치원 명단이 고스란히 공개됐다.2) 시민들은 검색했고 분노했다. 너도나도 앞 다퉈 “바꾸겠다”고 했다. 뭐가 바뀌어도 바뀐다. 그래, 국감은 이래야 한다.
 

 

그렇지만 국감을 보면 볼수록 ‘진짜 세금도둑은 국회’라는 확신이 강해진다.3) 이것이 가장 보통의 평가일 것이다. 마치 ‘국정감사란 무엇인가?’ 되물을 수밖에 없다. 국감은 수준 낮은 질의와 내용 없는 답변의 연속이다. 황금색 배지를 단 분들은 힘을 과시하기 바쁘고, 반대편에 앉은 증인들의 목적은 그날 그 자리를 피하는 것뿐이다. 심지어 감사의 자격조차 의심스러운 국회의원들도 많다.
 

중계를 보고 있노라면 답답한 마음뿐이다. 필터가 없는 것 같다. 반인권적이고 반노동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국정감사의 기능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시민의 권리가 아니라 지역구의 현안을 확인한다. 국회의 역할도 모른다. 정책이 아닌 가십거리에 몰두한다.

내용도 의미도 없는데 막대한 세금과 인력, 시간이 투입된다. 언론은 이런 국감에 “정쟁”, “파행”, “총공세” 같은 수식어를 붙이는데 실제 국감은 정쟁에도 파행에도 공세에도 훨씬 미달한다. 단어가 아깝다. 쓸모없는 국감 때문에 국가 재정, 행정력, 시간이 너무 많이 소모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국감을 정상화해야 한다. 왜냐면 국감이라는 ‘제도’를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드러내고 이슈를 만들고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의 권리를 점검하고, 제도의 공백과 사각지대를 확인하며, 사회적 요구를 전달하고(받고), 담론을 만들고 권리를 넓혀가는 것이 바로 국감이다. 바로 그 작업에 우리가 참여하고 그 과정을 우리가 목격할 수 있다는 것도 국감을 정상화해야 하는 중요한 또 다른 이유다.

가장 중요한 역할을 언론이 할 수 있다. 그중 언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국감 전후로 시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잘 보도하는 것이다. 뉴스는 보도 자료의 결과물이 아니라 국정감사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 국회의원과 보좌진에게는 기사가 바로 ‘질의서’이다. 언론은 우리 사회가 지금 다뤄야 할 의제가 무엇인지 발굴하고, 국회와 정부에 묻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적어도 국감 시즌이라도 언론은 국회보다 먼저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계만 하다가 끝이 난다.

잘 찾아보면 좋은 언론이 만든 좋은 기사(=질의서)가 있는데 의원실과 시민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 결국 내용 있는 질의를 해야 국회의원이 주목을 받을 수 있다. 몇몇 언론을 추천한다. 뉴스민, 뉴스타파, 매일노동뉴스, 비마이너, 슬로우뉴스… 이런 언론을 참조하면 우리 사회가 무엇을 어떻게 주목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노동’이라면 MBC도 추천하고 싶다. 주말 <뉴스데스크>에 ‘소수의견’이라는 코너가 있다.4) 이 코너는 “우리 주변의 작은 목소리를 크게 듣고, 대신 따져 묻겠다”는 모토로 9월 말 새로 생겼다. CJ대한통운 초단기 노동자 감전사망사고 경위와 구조, 현대차와 유성기업의 부당노동행위들,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 판매노동자의 ‘앉을 권리’ 문제 등을 다뤘다. 채용비리, 임대주택 폭리,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도 다뤘다. 문제의식, 접근방식, 내용, 호흡 모두 국감에 어울릴 것들이다.

MBC가 이런 시도를 하는 것처럼 다른 언론, 다른 기자들도 분발하면 좋겠다. 언론이 역할을 해낼수록 국감의 질이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기자들에게 부탁한다. 누군가가 듣기에 “만날 하는 소리” “기사 안 되는 이야기”를 하기까지, 피켓을 들고 우리 앞에 등장하기까지, 수십 수백 수천의 존재가 무너지고 일어난다. 주변의 작은 목소리를 크게 듣고, 대신 따져 물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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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정치하는 엄마들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political.mamas/

2017년 6월 11일 창립 선언. 직접적인 정치 참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성평등 육아 환경을 만들고자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의 단체이며, 교육, 복지, 환경, 평화 등 각종 문제를 '집단 모성'의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꾸준히 활동해왔습니다.

2)유치원 감사 보고서 : 전국 유치원 감사 결과 실명 첫 공개(MBC NEWS 홈페이지)

http://imnews.imbc.com/issue/report/index.html

3) 뉴스타파 ‘세금도둑’ 국회의원 추적① 이은재, 보좌관 친구 명의 계좌 이용 비자금 조성 의혹(2018년10월17일) https://newstapa.org/43910

4)MBC뉴스데스크 [소수의견] 택배 아르바이트하다 감전사…억울한 죽음의 책임은?(2018년 9월23일 http://imnews.imbc.com//replay/2018/nwdesk/article/4842031_22663.html

MBC 뉴스데스크 [소수의견] "밤샘 근무 없애자"…하청노동자의 7년째 외침 (2018년 9월29일)

http://imnews.imbc.com//replay/2018/nwdesk/article/4851841_22663.html

MBC 뉴스데스크 [소수의견] 판매직 노동자 "손님 없을 땐 앉고 싶어요" (2018년10월21일)

http://imnews.imbc.com//replay/2018/nwdesk/article/4890543_226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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