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세계여성의 날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노동환경 개선’ 피켓 들고 행진

"채용 승진 성별 임금 정규직 전환 등 모든 고용과정의 성차별을 박살내자"

 

“111년 전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이어받어서 2019년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 전국노동자대회를 동지 여러분들의 힘찬 박수로 시작하겠습니다” (봉혜영 민주노총 부위원장)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세계여성의 날을 맞이한 지난 8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봉혜영 민주노총 부위원장의 사회로 민중의례, 대회사, 성평등 모범조직⋅조합원상 시상, 3시 STOP 퍼포먼스, 문화공연, 선언문 낭독 등으로 진행됐다.

참가자 1,000여명은 성평등을 상징하는 손피켓과 수건을 흔들며 “채용·승진·성별·임금·정규직 전환 등 모든 고용과정의 성차별을 박살내자”고 외쳤다. 이어 ‘성별 임금 격차 해소하고 동일임금 쟁취하자’, ‘미투가 바꿀 세상 민주노총이 앞당기자’, ‘낙태죄는 위헌이다 낙태죄를 폐지하자’ 등의 구호도 외쳤다.

김명환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민주노총은 노동조합내의 조직문화를 성평등 문화로 바꾸어내고 여성조합원들이 자유롭게 발언하고 더 크게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겠다” 말했다. 김 위원장은 “여성대표성을 더 확대하고 사업과 투쟁에서 성평등 의제를 확장하겠다”고 강조한 뒤 “여성동지들에게 큰 힘이 되고 성평등을 위해 싸우는 민주노총을 만들어가자”고 했다.

이날 행사에서 성평등 모범조직상과 조합원상 시상도 있었다. ‘성평등 모범조직상’은 사무금융연맹 더케이손해보험지부, 전국협동조합노조 홍천농협지회,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금속노조 서울지부 동부지역지회 레이크테크코리아분회, 건설산업연맹 경기중서부건설지부,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홈플러스일반노동조합,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구지역지부 대구 가톨릭의료원분회가 받았다. ‘성평등 모범 조합원상’은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교보증권지부, 박화신 공공운수노조 충남문화예술지부 천안시립예술단지회, 이노이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박선영⋅이초롱 전교조 스쿨미투 관리자, 이혜련 보건의료노조 상계백병원지부 조합원 등이 받았다.

성평등 모범 조합원상을 받은 이노이 금속노조 한국GM지부 조합원은 “1985년에 입사해서 올해가 정년이다”고 말했다. 이 조합원은 “해고되어서 4년간 복직 투쟁을 했고, 임금 차별 시정까지 이뤄냈다”고 밝힌 뒤 “여성이라고 차별이 너무 심했지만 노동조합의 문을 열심히 두드려 결국 동일임금을 쟁취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노동자들이 너무 힘들지만 목소리를 크게 내 우리 노동자들 사이의 고리를 연결하면서 오뚜기처럼 싸워나가길 바란다”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조합원들의 춤과 노래도 이어졌다. 금속노조 서울지부의 레이테크코리아분회, 신영프레시젼분회, 성진씨에스분회, 공공운수노조 양주시립예술단지회 공연은 큰 호응과 박수를 받았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연대사에서 “ 2019년 국가예산 중 미투 예산은 0.01% 불과하고 피해자들은 명예훼손과 무고죄로 피해자들은 역고소를 당하고 직장 내에서는 펜스룰(Pence Rule)이 생겨나고 있다”며 “노동현장과 일상에서 더 이상 성폭력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인식과 제도적 장치, 토론식 인권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경 소장은 이어 “다른 사람의 피해에 결코 눈감지 않는 행동하는 노동자와 시민이 되자”고 호소했다.

 

대회를 마친 참가들은 ‘성별 임금 격차 해소하고 동일임금 쟁취하자’, ‘성차별 박살내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광화문과 종로를 거쳐 서울고용노동청까지 행진한 후 집회를 마무리했다.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조합원 20여명도 방송작가 노동환경 개선 촉구 피케팅을 하며 끝까지 함께했다.

한편, 여성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서울 곳곳에서 낙태죄 폐지, 여성권 신장, 성차별과 성폭력 철폐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행사를 개최했다.

*세계여성의 날 정신 계승 <2019년 전국노동자 대회 투쟁 선언문>

성별분업이 원인이다

성별 분업은 한국사회 여성의 열악한 지위를 낳은 근본 원인이다. 성별분업은 여성이 하는 무급 가사노동과 싸구려 돌봄노동, 남성이 하는 고숙련 임금노동으로 구분되는 것만이 아니다. 일터에서 여성의 일과 남성의 일로 구분된 일들은 한국사회가 만들어낸 여성에 대한 착취와 편견의 산물이자 남성중심 가부장제가 일터에서 구현된 결과이다.

성별 분업은 여성을 비정규직으로 몰아간 원인이다. 1998년 간접고용을 명문화한 파견법으로 여성이 주로 일하던 직종인 청소, 도소매 판매, 고객관리 사무종사, 준교육전문가, 콜센터, 음식 조리 등 여성일자리 일자리 대부분이 속속 비정규직으로 바뀌었다.

성별 분업으로 여성들의 일은 저숙련 노동이라 불리고 덜 위험하고 덜 힘들기 때문에 덜 받아도 된다는 편견을 낳았다. 아이와 노인을 돌보고 매일 밤 파스를 붙이고 일하는 식당조리일이나 극심한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서비스 업종 일자리를 여성들이 많다는 이유로 저숙련 노동이라 부르는 것은 편견이다. 저숙련이니 저임금을 받아도 된다는 편견이 지금의 여성저임금. 성별임금격차의 원인이다.

우리는 우리안의 성차별을 넘어서기 위한 투쟁을 시작한다.

아직도 동일노동 동일임금 조차 실현하지 못하는 곳이 있다. 똑 같은 조건에서 취업하고 똑 같은 일을 해도 여성과 남성의 임금 테이블이 다른 곳이 존재한다. 같은 조건의 여성과 남성을 분리해서 배치하는 것은 명백한 성차별이나 배치 차별은 여전하다.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여성들이 많은 직종은 쉽게 배제되고, 여성을 한 명도 채용하지 않는 기업의 행태에 대해서는 문제제기 조차 않는다. 여성이 승진에서 배제돼도 육아휴직 탓이거나 성과가 적기 때문이라고 합리화 시키는 관행도 바꿔야 한다.

민주노총은 2019년 노동시장의 성차별적 고용관행 전반에 대한 변화를 시도할 것이다.

금융권 공공기관 채용성차별이 사회적 공분을 모았던 지난해에 이어, 민간기업 전반의 채용성차별 실태를 확인하고 이에 대해 노동조합이 먼저 바꿀 것이다. 속속 자회사로 전환하고 있는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꼼수이다. 특히 그 일자리 대부분이 여성 직종임을 확인하고 여성 직종의 자회사 전환, 정규직 전환 배제에 대해 여성노동자의 연대투쟁으로 막아내야 한다.

더 이상 여성의 임금은 최저임금이 아니다. 줬다 뺏는 최저임금개악 중단하고 최저임금 대폭 인상하라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인해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여성들은 최저임금 주변임금을 받는 경우가 30%나 되며 남성의 두 배이다. 그나마 약간의 상여금을 받던 여성들은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사라졌고, 상여금조차 없는 여성들은 최저임금 준수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더 이상 최저임금으로 여성노동자를 우롱하지 말아라. 최저임금인상만으로 여성노동자를 보호할 수도 없다. 줬다 뺏는 최저임금 개악도 중단하고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으로 올려서 여성노동자의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라.

# 미투 운동은 여성의 일터에서 완성된다

미투 운동은 끝나지 않았고 미투 운동이 가져올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미투 운동이 진행 된 1년 간. 그 동안 말하지 못했던 일터 성폭력과 성차별이 드러났고 민주노총은 이에 대한 투쟁으로 변화를 겪고 있다. 노동조합은 성폭력과 폭언 폭행에 대한 예방과 구제에 대한 협약을 맺는 것으로 일터에서의 변화를 만들고, 스쿨미투는 학교와 사회를 변화 하는 마중물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민주노총은 일터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이 더 많은 말하기를 할 수 있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고 피해 생존자들과 함께 연대하는 세력으로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함께 할 것이다.

# 낙태죄 폐지는 모두의 요구다. 낙태죄를 폐지하자

우리 사회에 낙태죄를 두고 책임을 여성에게 묻는 것은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 여성의 사회권과 경제권을 강제하는 것이다. 지금 시기 필요한 것은 모자보건법에서 낙태의 허용 사유를 넓히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몸을 출산의 도구로 여기는 사회적 행태를 바꾸기 위해 형법 269를 완전 폐지하는 것이다. 낙태를 여성에게 죄로 묻고 낙인을 강화하고 출산을 장려하는 것은 저출산 대책이 될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위헌 판결에 여성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더 이상 여성들이 임신중지로 죄의식에 빠지거나 불법 수술로 인한 위험에 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여성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임신과 출산을 결정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을 밝힌다. 이를 위해 현재 여성의 재생산권에 관한 논의가 임신과 출산을 넘어 일터에서 여성의 건강권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2019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우리는 다음과 같이 투쟁을 결의한다.

- 채용. 배치. 승진. 임금 모든 고용과정의 성차별을 박살내자

- 여성은 싸구려 노동이 아니다. 최저임금 개악 중단하고 최저임금 인상하라

- 자회사 필요 없다 정규직 전환 쟁취하자

- 성차별적 정규직 전환 중단하고 여성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쟁취하자

- 동일임금 쟁취하고 성별임금격차 해소하자

- 미투는 끝나지 않았다. 미투가 바꿀 세상 민주노총이 앞당기자

- 낙태죄 폐지는 모두의 요구다 낙태죄를 폐지하라

- 성별 분업 해체하고 성평등 세상 앞당기자

2019년 3월 8일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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