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 공석에 자유한국당 이헌 변호사 추천 논란

방송독립시민행동 “정치권 손 떼라. 시민이 추천해야”

방통위, 기자회견 후 이헌 변호사 선임 않기로 최종 결정

자유한국당이 KBS이사회에서 공석이 된 천영식 이사 자리에 이헌 변호사를 추천한 것과 관련, 6일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국민참여 방송법 쟁취를  위한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시민행동은 이날 오전 방송통신위원회가 자리잡고 있는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이 추천하는 KBS 이사를 선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행동은 기자회견문에서 “방통위는 부적격 사유가 명백한 이헌 변호사를 인사 대상으로 검토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방통위가 정치적 이유로 그를 하마평에 올린다면 언론노동자들과 시민사회는 (방통위가) ‘방송의 독립성’ 실현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총력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방송법 어디를 찾아봐도 정당 등 정치권이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할 근거는 없다”면서 “정치권은 그동안 법률의 취지와 근거를 무시하고 여야간 자리 나눠먹기로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하고 방통위는 이를 승인해왔다”고 지적했다.

 

시민행동은 또한 “어렵게 쟁취한 방송 정상화 시대, 이제 위법한 관행을 청산하고 공영방송을 진짜 주인인 시청자・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면서 “방통위는 현행 법 테두리 내에서라도 공영방송 이사회 후보자들을 시민이 검증할 수 있게 하고, 그 결과를 주요하게 반영해 추천・의결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정훈 시민행동 공동대표(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는 “이헌, 이 자는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부위원장을 맡은 동안 오히려 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자”라고 지적하고 “아무리 살펴봐도 부적격한 자를 공영방송 KBS 이사 자리에 앉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어 “극우 패악질을 일삼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총선의 승리를 위해, 또한 방송의 장악을 위해 KBS에 부적격자를 밀어넣고자 하는 시도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416연대의 이희철 사업국장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헌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사업국장은 “이헌이 있을 곳은 KBS가 아니라 박근혜가 있는 감옥”이라면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416연대는 특조위의 활동을 방해하고 박근혜 정권의 이익을 위해 유가족을 협박한 혐의로 이헌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헌은 범죄 혐의자”라면서 “이런 자가 재난 주관 방송사인 KBS의 이사로 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유가족들과 416연대는 분노를 금치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새로 출범한 언론노조 KBS본부 6대 집행부의 유재우 본부장도 목소리를 보탰다. 그는 “정치권이 KBS 이사를 추천하는 그릇된 관행으로 KBS는 사회통합보다는 갈등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면서 “정치권력의 변동에 따라 조직이 흔들리면서 국민의 신뢰마저 잃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KBS는 진영논리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교육, 노동, 약자,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이사를 정치권이 아닌 국민으로부터 추천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와 성재호 방송기자연합회장, 그 외 언론계 시민사회단체 다수와 언론노조 산하조직 대표자들이 함께 자리해 시민행동과 연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같은날 오후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이헌 변호사의 KBS 이사 선임과 관련해 논의 자리를 마련했고, 이 변호사를 KBS 이사로 선임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전해졌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

 

공영방송 KBS 이사에 

자유한국당 추천 부적격자 절대 안 된다!
 

- 방통위는 정당개입 배제하고 법과 원칙에 따른 독립적 선임 절차 진행하라


 선거에 나서겠다며 무책임하게 공영방송 KBS 이사회 이사직을 내던진 천영식 이사 자리에 자유한국당이 이헌 변호사를 추천했다고 한다. 기가 찰 일이다.


 이헌 변호사가 누구인가? 그는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의 추천으로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특조위 활동과 진상규명을 방해하는데 앞장섰다. 오죽하면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가 그를 검찰에 고발했겠는가. 또 법무부 산하 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재임 당시 법무부 감사결과 독단 경영과 비위행위로 해임된 전력이 있다. 한 마디로 공영방송 이사회 이사의 핵심 자질인 독립성, 공정성, 도덕성과는 정반대의 무자격한 인사라 할 수 있다. 


 KBS이사회 이사 추천 권한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는 부적격 사유가 명백한 이헌 변호사를 인사 대상으로 검토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혹시라도 방통위가 정치적 이유로 그를 하마평에 올린다면 언론노동자들과 시민사회는 ‘방송의 독립성’ 실현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총력투쟁에 나설 것임을 명확히 밝힌다.

 

 위와 같은 논란이 반복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및 이사 선임에 있어서의 위법한 관행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법 어디를 찾아봐도 정당등 정치권이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할 근거는 없다. 방통위가 독립적으로 추천하거나 임명하는 것으로 돼있다. 그런데 정치권은 그동안 법률의 취지와 근거를 무시하고 여야간 자리 나눠먹기로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하고 방통위는 이를 승인해왔다. 정치권의 자리나눠먹기로 인한 폐해는 우리 공영방송이 수없이 경험했다. 정치적 독립과 공정성, 시청자․시민의 권리는 사라지고 정치권력의 야욕과 이해관계로 점철됐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공영방송을 앞에 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국민들은 촛불을 치켜들고 요구했다. ‘언론적폐 청산’과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촛불혁명으로 탄생했다고 자임한 문재인 정부도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공약했다. 


 하지만 20대 국회는 과거 언론장악 망령에 사로잡힌 일부 정치권의 패악질로 인해 법․제도 개선을 향해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자유한국당 등이 정치권을 배제하고 시민참여를 확대한 방송법개정에 반대한 이유는 단순하다. 이번 KBS 보궐이사 추천에서 드러났듯이 어떻게 해서든 공영방송 이사회에 개입해 정치적 이해관계를 관철하겠다는 것이다.

 

 어렵게 쟁취한 방송 정상화 시대, 이제 위법한 관행을 청산하고 공영방송을 진짜 주인인 시청자․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최고의결기구이자 감독기구인 이사회의 구성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줄기차게 정치권을 배제하고 시민참여를 보장하는 공영방송 이사 및 사정 선임을 요구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한 법 개정안들도 국회에 발의돼있다. 4월 총선 이후 구성될 21대 국회 관련 상임위는 최우선 법 개정 과제로 ‘정치적 독립과 국민참여 방송법 개정’을 내걸고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 

 

 방통위는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다. 법과 원칙, 방통위에 부여된 자기 권한을 다하면 된다. 형행 법테두리 내에서라도 공영방송 이사회 후보자들을 시민이 검증할 수 있게 하고 그 결과를 주요하게 반영해 추천․의결 하면 된다. 오늘 날 공영방송 이사회에 어떠한 자질의 인사가 필요한지는 시민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무자격자를 추천하는 정치권과 타협하지 말라.


 끝으로 언론장악 망령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는 자유한국당에 경고한다. 지난 10여 년간 공영방송과 공론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놨으면 그에 걸 맞는 책임을 져야 한다. 사죄와 반성은커녕 호시탐탐 공영방송에 개입하고 뒤흔들려는 작태를 국민들은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 반성 없는 정치 앞에 남는 것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2020년 2월 6일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국민참여 방송법 쟁취를 위한 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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