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4기 평가와 5기 과제 토론회 열려
채영길 교수 "방통위 작동 규범과 문화에서 정치병행성 있다는 분석 가능해"
김동원 위원 "과기부와의 업무구분 한계 등 해소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 필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고, 방송통신의 공공성을 담보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가 정치적 후견주의 등 정치병행성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방통위의 역할과 비전에 대해 냉정하게 돌아보고, 미디어개혁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 설치 등 학계와 시민사회의 지적을 겸하하게 수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오정훈)과 한국언론정보학회(회장 손병우)는 11일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방송통신위원회 4기 평가와 5기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제4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활동을 바라보는 정부, 학계 및 전문가, 시민사회 등 각계의 시선과 이들의 평가를 종합해보고,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제5기 방통위가 잊지 말아야 할 핵심 과제와 공공성 확보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토론회에 앞서 손병우 한국언론정보학회장은 인사말에서 “4기 방통위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5기 방통위의 과제와 지향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라며 “고민 끝에 준비한 발표와 토론자의 토론 외에도 많은 분들이 의견을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오정훈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시민사회는 그간 방통위에 종편에 주어진 비대칭 혜택의 사슬을 끊어내고, 이용자 중심으로 변화하라는 결단을 요구했으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방통위의 무력함과 정치후견주의도 불거졌다”면서 “방통위가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지 않고, 다양한 미디어 산업 내의 요구에 대한 정책적 보완 장치와 규제 개혁 등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회를 맡은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학과 교수는 “오늘처럼 현장에 있는 언론인과 연구자들이 모여 토론하고, 방통위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와 향후 방향을 짚어보는 자리가 없었다”며 “이런 엄중한 자리가 열리고 있는데 방통위가 어디에 있는지, 청취와 대화의 자리이 나서고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관계자 분들이 계시다면 현장의 긴장감과 오늘 나오는 엄중한 이야기를 잘 전달해 달라”는 말로 토론회의 문을 열었다.
이날 ‘제4기 방송통신위원회 평가’를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진행한 채영길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방송통신을 바라보는 방통위의 시각이 기존에 구획된 산업 및 시장 관념에 머물러 있다”며 “방통위의 인식과 분석 틀 자체가 도전적이고 개혁적인 문제 인식 및 대응에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채 교수는 “지난해 업무평가결과 보고서를 보면 방통위는 외교부, 통일부, 법무부와 함께 가장 낮은 C등급에 머물렀다. 이런 낮은 평가는 방통위의 미래 비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경종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학계 및 전문가들의 입장에서 볼 때 방통위는 제도적으로 독립적 지위를 보장받고 있으나 작동 규범과 문화에서는 정치적 이해가 반영되는 ‘정치병행성’이 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학계의 냉정한 평가는 방통위가 정치적인 위상을 좀 더 비판적으로 인식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제4기 방통위는 이런 정치병행성을 극복하고, 정치와 자본 권력의 후견주의 규제기구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적절한 제도적 장치와 조건을 만드는 데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도 내렸다.
미디어개혁 논의기구 설치 등 근원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도 함께 소개했다.
뒤이어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전문위원이 ‘제5기 방송통신위원회의 과제와 역할’을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김 위원은 “미디어산업과 시장구조 전체를 본다면 진흥이 필요한 오래된 콘텐츠 사업자와 쇠퇴하고 있는 지상파 플랫폼에는 방통위가 규제업무를, 적정한 규제와 균등한 성장이 필요한 유료방송통신 플랫폼에는 과기부가 규제완화와 진흥을 맡고 있는 기이한 업무분장이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제5기 방통위는 과기부와의 업무구분 상 한계를 인정하고, 정치적 자율성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며 “새로운 개념에서 미디어 시장에서의 공적 책임과 방통위 역할에 대한 고민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이용자 중심의 사고를 강조한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취임 기자회견을 빌어 지상파 방송의 신뢰 회복을 위한 공적 재원 활용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방송광고 시장 상황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광고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 밖에 상임위원들의 의지와 정책결정 역량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방통위의 한계와 과제들을 해소하고, 미디어 생태계 변화 및 혁신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 설치가 요구된다는 점 등도 지목했다.
주제발표가 끝난 뒤 ▲김성중 충남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강사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장 ▲김희경 성균관대학교 사회과학부 학술교수 ▲박재홍 전국언론노동조합 CBS지부장 ▲박종구 KOBACO 미디어광고연구소 연구위원 등을 패널로 토론이 진행됐다.
학계와 연구계, 현업 언론인 들로 구성된 패널들은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방통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대안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