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에 소규모 1인시위・피켓팅 이어가

SBS본부, 태영건설 앞 집회…“윤석민 대화 나서라”

MBN지부, ‘자본금 불법 충당’ 관련 경영진 퇴진 촉구

성평등위, ‘낙태죄 전면 폐지’ 주장 위해 총연맹 피켓팅 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산하 많은 수의 개별조직들은 요즘 대규모 집회 등의 투쟁을 잠시 미루고 있다. 국회의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만큼 때맞춰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음에도,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조치에 협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소규모 집회 또는 1인시위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지금’ 목소리를 내야 하는 문제도 존재한다.

 

◆ SBS본부, “윤석민 나올 때까지 끝장집회”

작은 규모라고 해서 작은 문제는 아니다. 언론노조 SBS본부가 태영건설과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을 상대로 여는 집회가 특히 그렇다. SBS본부는 지난 10월 7일 이후 평일 점심시간마다 서울 여의도의 태영건설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SBS의 대주주인 윤석민 회장이 종사자 대표인 본부와 대화에 나서도록 촉구하는 집회로, 모이는 인원은 많아야 여남은 명이다. 집회에는 본부 집행부, 언론노조 사무처 성원, 본부와 연대하는 타 조직 대표자 등이 함께 자리한다.

 

지난 15일 집회에는 7명이 모였다. 윤창현 SBS본부장과 집행부, 조성봉 뉴시스지부장, 언론노조 사무처 박미나 조직쟁의부장 등이 자리했다. 집회는 낮 12시부터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7명은 ‘나와라 윤석민 책임져라 윤석민’, ‘협의 책임 회피하는 윤석민 회장 규탄한다’, ‘카카오톡 종이사진 서면합의 장난말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나눠 들고 사옥 정문 앞에 모여 섰다. 적은 수에도 구호는 우렁차고 표정은 결연했다.

 

지난 6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종사자 대표와 성실히 협의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어 TY홀딩스 체제로의 전환을 허가했지만, 대주주 윤석민 회장은 여전히 본부와의 협의 테이블에 앉지 않고 있다. 윤 회장 측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윤 회장은 종사자 대표와 직접 이야기 나눌 필요가 없다’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우며, TY홀딩스 대표이사를 내세우거나 서면합의 방식을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 이에 본부는 윤 회장이 직접 협의 테이블에 나설 때까지 ‘끝장 집회’를 연다는 입장이다.

 

윤창현 SBS본부장은 이날 집회에서 마이크를 쥐고 “우리가 시청자들에게 떳떳하게 우리 것을 봐 달라고, 우리의 말을 들어달라고 요구하려면, SBS가 이 사회의 진보를 위해 왜 필요한지를 그 분들이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며 “태영건설이 지배하는 SBS가 사회의 변화와 발전, 진보,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놓은 인권을 이뤄나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우리는 태영건설과 미래를 함께 도모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래서 방통위가 (윤석민 회장에게) 미디어홀딩스의 자회사와 SBS 자회사들에 대한 경영계획을 종사자 대표와 협의하라고 한 것”이라며 “그러니 나오라. 지금 6일째고, 내일이면 일주일째다. 이러지 말고 나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MBN지부, “‘불법 경영진’의 사퇴가 답이다”

언론노조 MBN지부 역시 쉽지 않은 투쟁을 벌이고 있다. MBN지부 나석채 지부장과 윤범기 사무국장은 지난 9월 9일 이후 MBN사옥 앞에서 ‘불법 경영진 퇴진’을 위한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평일 출근시간・점심시간・퇴근시간에 각각 30분씩, 3번씩 진행된다. 지부는 ‘자본금 불법 충당’으로 유죄 선고를 받은 경영진이 사퇴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두 사람은 지난 10월 12일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앞에서도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벌였다. 이날은 방통위가 장승준・류호길 공동대표를 불러 1심 유죄 선고에 따르는 행정처분을 위해 청문을 진행한 날이었다. 방통위가 MBN에 대해 종편 승인취소까지 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지부는 현 경영진의 조속한 사퇴만이 종사자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MBN을 바로 세울 유일한 방법이라 보고 있다.

 

이날 나 지부장은 “죄를 저지른 사람들에(현 경영진) 대한 해결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자본금 불법 충당 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아서 그렇지, 현 경영진은 분명히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그들이 죄를 뉘우치지 않고 물러나지 않는 것부터가 사회 정의와 맞지 않는다”면서 “현 경영진이 물적분할 등의 또다른 경영행위를 할 게 아니라 진작 물러났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범기 사무국장은 ‘법・제도의 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MBN 임직원들이 자신들의 명의로 대출을 받아 회사 지분을 매입하는 식으로 자본금 불법 충당에 협조한 것에 대해, 윤 사무국장은 “보통 회사였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라고 일갈했다. 대주주가 존재하는 민영언론의 경우, 대주주가 임직원의 인사권을 틀어쥐고 ‘제왕적 권력’이 된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해당 언론사는 ‘공공의 이익’보다 ‘대주주의 이익’을 실현하도록 움직이고, 사실상의 ‘사유화 된 언론’이 돼버리는 것이다.

 

MBN의 자본금 불법 충당 사건 역시 대주주의 언론 사유화 때문에 일어난 일이고, 이같은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 방통위가 법・제도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 윤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그는 “언론사 경영진의 도덕성을 높이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사내에서 1인시위만 해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사주의 권력을 견제하고 소유와 경영을 분리할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낙태죄 폐지 촉구 1인시위…“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라!”

민주노총 외 22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매주 수요일 청와대 앞에서 ‘낙태죄 전면 폐지’를 위한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낙태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정부가 전면 폐지가 아닌 ‘14주 이전 낙태에 대한 제한적 허용’으로 가닥을 잡고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민주노총은 가맹산하 산별노조 동지들의 1인시위 결합을 독려하며 낙태와 관련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 주장에 목소리를 높이있다.

 

지난 10월 14일 정오에는 언론노조가 민주노총과 함께 자리해 낙태죄 전면 폐지 주장에 힘을 보탰다. 언론노조 사무처의 원미라 총무차장, 연현진 정책차장 등이 참석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피켓을 들고 1인시위에 동참했다. 민주노총에서는 봉혜영 부위원장과 김수경 여성국장 등이 참석했다.

 

봉혜영 부위원장(민주노총 여성위원회 위원장)은 “1970년대를 돌아보면 인구정책으로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식의 국가적 정책으로 산아제한을 하기도 했다”면서 “오늘날 정부가 낙태죄를 어떤 식으로든 존치하려는 움직임 역시,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도외시한 채 여성을 노동력 재생산의 도구로만 보는 시각이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14주라는 기준을 기계적으로 세운 것 역시 여성계와 노동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 없이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한 뒤, “노동 현장에서 여성의 모성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노동력 확충만을 생각하고 있는 정부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언론노조 사무처 연현진 정책차장은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의 간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연현진 차장은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가 출범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여성 조합원들이 보다 성평등한 일터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운을 뗐다. 그는 “이번 낙태죄와 관련한 문재인 정부의 스탠스를 보면 노동문제 등과 관련해 보인 과거의 ‘애매한 태도’를 다시 보여주는 것 같다”며 “14주라는 기계적인 중간지점을 설정해 낙태죄 폐지와 관련한 찬성측과 반대측, 어느 쪽으로부터도 욕을 먹지 않고자 하는 게으르고 무책임한 태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대정신과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어 언론노조 역시 낙태죄 전면 폐지를 위한 투쟁에 끝까지 힘을 보탤 것”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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