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노조 - 경인방송 노조

사측 회장 측근 이사선임 철회
민방 연대투쟁 가능성 확인

방송권 장악 저지한 10일 투쟁



지난해 3월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한 달여만에 사측의 분사획책기도에 맞서면서 시작된 iTV노조의 투쟁은 단협결렬, 첫 쟁의신고, 임금일부지급유예관련 파업결의, 방송권역확대를 위한 대정부 파업돌입 등으로 이어졌고, 그 싸움들은 대체로 조합의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최근 <방송편성권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대명제를 걸고 투쟁한 지난 10여일간의 싸움도 결국 노조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싸움의 과정 속에서 우리는 지배주주가 '방송을 사적인 소유물'로 인식하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배주주의 이같은 인식은 우선 방송에 대한 무지에서 출발한다고 본다. '내가 투자한 자본의 양이 얼마인가를 토대로 소위 경영권을 갖는다는 이유로 방송전반을 좌우하려는 생각'은 무지의 소산일 뿐이다. 이러한 인식은 여타 민영방송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배주주는 또 현재의 수익구조를 이야기한다. 이 또한 우리나라의 방송은 문화산업의 하나라는 면에서 수지개념보다 투자개념이 더 크게 작용해야 한다는 현실인식이 결여된 까닭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방송편성권은 실무제작자들의 몫이며 이들에 의해 제작된 프로그램의 수용자는 곧 시청자라는 것을 민영방송사 지배주주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이같은 싸움은 언제라도 다시 재현될 수 있다.
우리는 이 싸움의 승리에 두가지 중요한 의미를 두고 싶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방송편성권을 우리 손으로 지켜냈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민영방송사에서 일반화될 자본의 부당한 개입과 간섭으로부터 방송을 보호하고 나아가 시청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기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갑어치가 적지 않다. 또 한가지는 이번의 승리로 다른 민영방송사도 자본의 간섭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토대를 일구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이 싸움에서 밀리면 다른 민방도 줄줄이 죽게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갖고 투쟁했다. 그러므로 이 싸움의 결과는 적어도 방송노조간의 연대를 위한 시작으로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우리는 이번 투쟁의 결과를 토대로 방송의 주인이 시청자임을 재삼 확인한다. 또한 어떤 부당한 권력으로부터도 방송을 자유로워야 함을 스스로 경험하면서, 이를 지켜내는 궁극적인 주체는 우리 스스로임을 선포하며 이 싸움의 과정에 격려와 도움을 아끼지 않은 민방노조들과 언론노련에 깊이 감사드린다.
iTV노동조합 사무국장 한성환


/ 언론노보 280호(2000. 5. 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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