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련은 지금 설입니다. 설에 나눠먹는 음식을 세찬(歲饌)이라 하고, 거기에 곁들인 술을 세주(歲酒)라 하니, 동지들과 술 한잔 기울여야 넉넉할 날입니다. 쌀가마니에 굴비 고사리 두름이나 집으로 가시는 길에 들려야 할 것을, 그저 심심한 마음으로 대신합니다. 금 목 수 화 토가 새겨진 나무 쪼가리를 던져 엎어지고 뒤집어진 것을 보아 새해 신수를 살피고, 설날 꼭두새벽에 거리에 나가 맨 처음 들려오는 소리를 들어 길흉을 점친다 하는데, 첫날 청참(聽讖)은 어떤 소리일까요.늘 그렇듯 언론노조의 첫소리는 파열음일 것입니다. 숨을 그친 다음 이를 터뜨려 내는 소리, 단결(ㄷ)이나 투쟁(ㅌ), 파업(ㅍ) 같은 응어리진 소리가 아닐까요. 지난해도 그랬고, 5년 전에도, 13년 언론노련의 역사가 그러합니다. CBS도 그렇고, 한국일보도 그렇고, 광주매일도, 중앙신문인쇄도, 파업을 준비하는 조광출판도, 사장퇴진투쟁을 벌이는 국제신문도 여전히 파열음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권력과 자본의 '신성동맹'이 깨어지지 않는 한, 거기 스스로 권력화하며 동맹에 새로이 틈입하려는 오염된 주변세력이 청산되지 않는 한, 노동자의 파열음은 계속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자찬하기에 부끄러움이 없지 않으나 지난 1일 대의원회를 잘 치르고, 새 위원장을 잘 뽑고, 부족한 규약도 좀 고치고, 자정실천과 선거 공정보도 특별 결의도 하고, 거나한 뒷풀이도 했습니다. 만사 잊고 가족들과 설 잘 보내십시오, 동지여러분./ 언론노보 322호(2002.2.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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