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직필최문순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퇴로 공석이 된 언론노조 및 언론노련 위원장을 뽑는 보궐선거에서 중앙집행위원들의 추대를 받아 단독 입후보한 김용백 후보가 대의원들의 압도적 지지로 신임위원장에 선출되었다. 이로써 지난 88년 언론연맹이 출범한 이후 권영길, 이형모, 최문순 세 분의 위원장에 이어 네번째 위원장을 맞게 되었다. 초대 민주노총 위원장을 거쳐 현재 민주노동당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권영길 전위원장은 말할 것도 없고 15일간의 방송사 연대파업을 이끌어내 민주노총의 '노동법 파업`을 지켜내고 김영삼 정권을 심판하는 데 크게 기여한 이형모 전위원장,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산별노조를 출범시켜 언론노조운동의 질적인 비약을 이루어 내고 신문개혁의 시위를 당긴 최문순 위원장까지 세 분의 전임자들이 남긴 업적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김용백 신임위원장은 국민일보 노조위원장 출신으로서 언론사상 유례 없는 30일간의 목숨을 건 단식투쟁으로 족벌경영 체제와 맞서 싸운 바 있으며 지난 1년간 언론노조의 초대 사무처장으로 신문개혁투쟁 등을 수행하며 대가없이 언론노조운동을 이끌어 왔다. 그 출발점에서만 본다면 큰 족적을 남긴 세 분의 전임자들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 문제는 김위원장이 출마의 변에서 밝힌 바처럼 조합원들의 참여와 활동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에 달려있다. 한국사회의 시민사회운동이 그 성과에도 불구하고 시민 없는 시민운동으로 한계를 안고 있듯이 조합원 없는 조합운동이 언론노조의 진전을 크게 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작금의 언론현실은 매우 비참하기까지 하다. 방송은 아직도 정치권력의 영향력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못하다. 신문은 스스로 권력화 된 족벌 자본의 이익에 종속되어 노동자 민중을 억압하며 사회의 진전을 가로막는 최대의 장애물이 되었다. 이러한 기득권 수호체제의 구도 속에서 파편화 된 언론노동자들은 무한경쟁의 족쇄에 묶여 신음하고 있다. 정리해고로 인한 고용불안은 일상화되고 있고 노동조건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언론노동자의 권익운동으로서 또한 왜곡된 언론현실의 개혁을 통한 사회개혁운동으로서 언론노조의 책무와 존재가치가 더욱 절실한 이 시기에 출범한 김용백 신임위원장의 분투를 기대한다. / 언론노보 322호(2002.2.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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