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 - 갑오농민현장에서지난 2월 2일과 3일은 오랜만에 일상을 떠나 뜻맞는 이들과 여행을 떠났다. 인쇄협의회 주최로 갑오농민전쟁의 현장을 돌아보는 답사기행을 다녀온 것이다. 갑오농민전쟁 현장인 전라북도 금산, 원평, 태인, 정읍 일대를 돌아보는 일정이었는데 일행 가운데는 장기수 어른이신 이성근 선생님이 우리역사기행모임을 위해 특별히 숙박이며 정읍 도착 전까지의 길안내를 도맡아주셨다. 선생께서는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에도 불구하고 금산 모악산 산책길을 함께 하시면서 금산사 절과 주위의 탑이며 돌로 새긴 연꽃 조형물 등등 우리가 모르는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셨다. 이곳이 요즘 대하드라마 왕건에서 후백제의 견훤이 맏아들 신검에게 쫓겨나 유폐된 곳이며 현재도 미륵사상의 중심 사찰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이번 답사기행을 통해서다. 일정상 아쉬음을 뒤로 한 채 그 곳을 떠나 정읍 시청을 향해 남하하면서 중간에 원평 장터를 둘러보며 이곳이 전봉준 장군이 추격해오는 일본군 관군과 최후의 혈전을 벌인 구미란 전투의 역사현장이었다는 것은 나에게 큰 행운이기도 했다. 우리 기행팀의 본격적인 답사기행은 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을 하고 있는 장승욱이라는 분과 함께 갑오농민전쟁 당시 맨처음 사발통문을 모의한 송두호의 집을 들른 뒤부터였다. 전주 감영군을 맞아 농민군 최초 승리의 현장인 황토현 전적지, 전봉준 장군의 초가집 등을 둘러보면서 비록 사진 속에서나마 우리를 맞아주는 전봉준 선생을 뵐 수 있었고 단체사진 하나로 머물 수 없는 그리움을 달래야 했다. 고부관아 터에서는 폭정은 오래 갈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발견했던 것 같다. 갑오년의 그 처절한 싸움이 결코 긴 시간이 아니었으나 압제의 밤을 통과한 아침햇살처럼 찬란히 오늘 이 땅을 비추고 있어 나에게 과연 어느 시간만큼 역사에 속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자문하게 한다.- 김승배(서울지역인쇄노조 조합원)/ 언론노보 323호(2002.2.2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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