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언론산별노조
--<3> 어떻게 꾸려지나


조직대상 30만명 육박

인력 재정 중앙집중
변호사 등 전문직 상근 권익수호
임금 단체협약 통일안으로 돌파


흔들리는 기자사회
기자사회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한국일보의 연봉제, 몇몇 주요 신문사의 '돈 올려주기 경쟁'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이를 두고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거나 조금은 세련된 '신문사간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얘기도 들립니다. 맞습니다. 시간이 문제이지, 기자사회가 혁명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듯 합니다. 지금의 움직임들은 그 폭풍전야가 아닐 지 적이 우려됩니다.
연봉제를 한 번 더 언급하고자 합니다. 연봉제는 평가에 따른 '차별'주의와 개별'계약'을 핵심으로 하는 임금체계입니다. 이는 만인대만인의 경쟁으로 내몰 수밖에 없고 노조에게는 파멸적 결과를 초래합니다. 연봉제는 시작은 대부분 플러스로 시작합니다. 그러나 경쟁에 길들고 나면 마이너스로 돌아섭니다. 또한 집단적 팀제 방식으로 전개되기도 합니다. 개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내몰립니다. 끝없는 경쟁의 일상화, 중층화, 구조화, 이에 다름 아닙니다.
최근의 움직임들은 결과적으로 기자사회의 파편화, 노동자간 분할을 초래할 수밖에 없고 이는 언론사노조의 존립 기반을 뿌리 채 흔드는 것입니다. 노동조합의 존재는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이런 흐름들은 다수의 언론노동자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노동조합은 더욱 필요합니다. 그리고 산별노조로 힘을 키워야 합니다. 혼란스럽지만 곧은 심지로, 노조는 노조의 길을 가야 합니다.

어떤 이름이 좋을까
현재 연맹의 명칭은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KFPU, Korean Federation of Press Union)입니다.
독일은 미디어노조(IG Medien), 미국은 커뮤니케이션노조(CWA, Communications Workers of America), 스웨덴은 그래픽노조(Graphic, 제조업 노총)와 저널리스트노조(사무직 노총)입니다. 일본은 기업별노조이긴 하지만 신문노련, 민방노련, 출판노련, 인쇄노련, 광고노협, 음악가노조, 전산노협 등이 하나의 협의체를 구성하고 있는데 그 명칭은 MIC(Massmedia Information Cultral)입니다.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언론산별의 명칭은 전국언론산업노조, 전국언론노조, 전국언론매체산업노조, 전국언론미디어노조, 전국문화산업노조, 전국매체문화정보산업노조 등입니다. 규약(안)에는 전국언론미디어노조로 올라갔고, 부분적인 의견으로 전국언론노조를 얘기하는 분도 있습니다.

조직대상(가입범위는?)
본래 산별노조의 조직원칙은 '최대한 다수의 노동자들을 하나의 단일한 조직으로 편재하는 것'입니다. 규약(안)은 언론산별의 조직대상을 전국의 언론미디어산업 및 관련 사업장의 노동자로 폭넓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고자와 일시적 실업자, 구직 희망자도 포함했습니다. 다만 기업별노조의 관행이나 현실적 어려움 등을 감안해 비정규직등의 가입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가 토론되고 있습니다.
현재 연맹 가입 조합원은 만 7천여명이고 언론산별의 조직대상은 3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조직체계
전세계적으로 기업별노조가 산업별노조로 조직 전환한 사례는 없습니다. 한국이 처음인 셈입니다. 기업별노조로 길들여진 조직체계를 갑자기 '산별노조-광역본부-시 군 지부'로 편재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규약(안)은 중앙-지부(100인 이상 단위사업장)로 하고 '전국 규모의 조직으로써 1천명 이상인 경우, 중앙-본부-지부' 체계로 하며 '사업장 단위 100인 미만(개인 가입 포함)일 경우 매체별 또는 광역 단위별로 연대하여 지부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단, 출범시 현재의 단위노조는 모두 지부로 인정하게 됩니다. 완성된 산별노조의 조직체계는 장기적인 과제입니다.

교섭은 어떻게 하나
교섭 방식 역시 유럽식의 완성된 산별교섭은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사업장 단위별 교섭이 이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교섭권도 규약(안)에는 당연히 산별노조 위원장에게 있지만 내용상 지부 위원장에게 있다고 할 것입니다.
우리의 경우 교섭 방식은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1. 산별노조가 통일협약안을 제시하고 사업장별 교섭에서 이를 목적의식적으로 맞추어가려는 노력. 대부분 사업장별 교섭, 악성 사업장의 경우 본조가 직접 개입.
2. 사업장별 교섭 유지, 대각선교섭 증가
3. 일부 사업장교섭, 대각선교섭, 1개 업종 중앙교섭
4. 일부 사업장 대각선교섭, 2-3개 업종 중앙교섭
5. 전 업종 중앙교섭, 사업장별 보충협약

조합비는 어떻게 되나
조직은 '돈과 사람'이며 산별노조는 돈과 사람의 중앙집중입니다.
산별노조는 교섭을 직접 담당하고 신문의 발행, 간부교육, 정책조사연구, 출판, 연구소 운영 등의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게 되므로 당연히 많은 재정이 필요합니다. 산업 차원에서 사용자 단체와 대등하게 겨루자면 노조 또한 투자를 해야 한합니다.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을 두고 상근 채용직을 우대하는 등 뛰어난 인재들을 배치해야 설득력 있는 정책 대안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규약(안)은 조합비를 총액 1%로 하고 그 중 70%를 해당 지부에 배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외국의 산별노조나 보건의료노조에 비하면 재정의 중앙집중도가 떨어지지만 단위노조의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한 (안)입니다.

단계적 발전 전략
쟁점이 될 만한 내용을 중심으로 산별노조의 상을 검토했습니다. 일부 조합원들은 그게 무슨 산별노조냐고 따질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무늬만 산별이냐고. 맞습니다. 그러나 언론사노조의 현실과 조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직체계나 재정의 문제는 특히 그렇습니다. 가능한 많은 단위노조가 함께 가는 것이 옳은 길입니다. 규약(안)은 지금의 기업별노조가 언론산별로 전환하더라도 거의 부담이 없는 내용이라고 저희는 판단합니다.
산별노조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업입니다. 시작은 단일노조의 형태이지만 단계적으로 산별노조의 내용과 형식을 채워갈 수 있을 것으로 연맹은 확신하고 있습니다.

박강호(언론산별추진위 조직위원장)


/ 언론노보 280호(2000.5.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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