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는 악이고 나(보수신문)는 선""좌파 아니라면 증거 스스로 내놔라"'사실이라면∼' 전제로 좌파 낙인실체 검증보다 특정후보 흠집내기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 보수신문과 민주당 경선 후보인 노무현씨의 공방이 치열하다. 이들 신문은 대통령후보가 되는 사람은 이념 사상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이들이 말하는 검증이란 무엇이고 그 특성은 어떤 것인가, 이들 신문사설에 나타난 주장을 통해 역검증해 보았다. 먼저 이 신문들은 '좌파는 악이고 나(보수신문)는 선'이라는 독선의 논리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검증대상이 여기에 반발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노후보가 편파보도에 항의하며 "조선 동아는 여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고 요구하자, 조선은 "자유언론의 존재의 근본이유를 박탈당할 따름(8일자 사설)"이라고 반박했다. 동아 역시 "언론은 노후보의 언동에 담겨 있는 자유민주주의 원리를 위협하는 요소들을 비판하는 것(6일자 사설)"이라며 발끈했다. 이들은 스스로를 자유언론의 수호자이며 자유민주주의의 보루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부당한 보도로 독자의 신뢰를 잃고 있는 것은 생각도 않은 채.둘째로 이들은 후보의 자질과 정책을 검증하기보다 사상을 검증하려 덤빈다. 그러나 이들이 검증하고자 하는 좌파 정치인은 그 실체가 없다. 우리나라 제도권 정치인들은 모두 시장경제를 신봉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보수이거나 개혁세력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누구도 스스로를 좌파라고 말하지 않는다. 좌파정책을 내세워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이 땅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형편에서 신문들이 판사 국회의원 장관 등을 거쳐 집권여당의 대통령후보가 되겠다는 사람의 사상을 검증하겠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더욱이 그 후보가 스스로 좌파가 아니라고 밝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의문을 제기하면서 좌파가 아니라는 증거를 스스로 명백히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억지다. (중앙 3월29일 4월4일 사설, 조선 4월3일 사설, 동아 3월 29일 30일 사설) 셋째로는 이들 신문의 우편향성이다. 조선일보는 4일자 사설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전총재가 출마선언을 통해 "급진세력이 좌파적인 정권을 연장하려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을 주목한다면서 향후 대선에서 보-혁구도를 예감하며 은근한 기대감마저 내비치고 있다. 다분히 문제의 소지가 많은 이 전총재의 발언에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은 이 신문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가를 잘 드러낸다. 중앙일보 역시 같은 날 사설에서 이 전총재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건강한 이념 정책 공방은 우리 정치의 선진화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좌파의 실체가 없는 상황에서 상대를 좌파로 낙인찍어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정치공세에 불과한 '좌파적 정권'주장을 정치 선진화의 필수과정으로 치켜세우고 있는 셈이다. 중앙의 우 편향성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같은 사설에서 "DJ정권의 간판급 개혁정책이라는 의약분업 교육정책의 실패 노사문제의 혼선은 현 정권의 이념 성향과 무관치 않다고 볼 수 있다"며 DJ정권=좌파적=실패를 암시하는 주장을 덧붙였다. 중앙은 이어 "실사구시의 CEO대통령을 찾기 위해선 이념과 정책논쟁은 우회할 수 없는 필수과정"이라고 주장한다. 이념논쟁을 통해 실사구시의 CEO대통령을 찾는다는 말은 좌파적 후보를 걸러내는 장치로 이념검증을 사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말은 어떤 후보도 좌파로 찍히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우 편향적 신문들의 으름장인 셈이다. 넷째는 특정 후보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색깔론의 냄새를 풍긴다. 이들은 한결같이 과거 지역구도에서 이념논쟁으로 옮겨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며 이념검증을 제대로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틀림이 없는 말이다. 그러나 논쟁을 벌이는 두 후보의 이념차이나 정책의 우월성을 따지기보다는 특정후보의 해명만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의혹에 대해 '사실이라면~'이라는 전제를 교묘히 이용, 특정후보 흠집내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후보의 언론관련 발언에 대한 이들 신문의 보도태도에도 이 점이 잘 드러난다. 중앙은 "너무 충격적"이라면서 "그의 멘털리티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판을 했다.(5일자 사설) 동아는 9일자에 "노무현후보 도덕성 문제 있다"는 제목으로 사설을 게재했다. 조선도 같은 날 사설을 통해 "노후보의 언론관이 ... 대한민국의 국법질서에 합치하는지... 밝힐 때가 되었다고 본다"고 공박했다. 이들 신문은 말로는 이번 이념논쟁이 과거의 저질 색깔론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조선일보는 주필까지 나서서 '품격 있는 색깔론'을 주문했다. 경선 후보 장인의 좌익전력이 문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었다.(6일자 7면). 그러나 조선은 앞서 4일자 4면에 이미 이를 문제삼는 상대후보의 주장을 인용해 기사를 실었다. 어느 신문보다 크게 4단 제목을 붙여서 말이다. 더욱이 노후보의 장인관련 기사는 8일자 4면에 한번 더 등장했다. 인천경선에서 다시 상대후보가 거론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틀전 주필의 말은 빈말이었음을 반증하는 사례다. 이른바 조중동이 주장하는 이념논쟁이란 좌파 걸러내기이며 그 잣대는 매우 자의적이다. 실체가 없는 좌파에 딱지를 붙이려 한다는 점에서 색깔론의 성격이 짙다. 이들은 편파적이기 때문에 이념논쟁의 중간자 역할을 맡길 수도 없다. 그들이 말하는 '진지한 이념논쟁'(조선 3일자) '건강한 공방'(중앙 4일자) '논리적 접근'(동아 30일자)은 애당초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이번 민실위의 판단이다.2002년 4월 10일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민주언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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