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련에서는 지금


지금 방송가는 대대적인 인사 태풍을 앞두고 암중모색이 계속되고 있다.
먼저 방송위원회에서 이 달 초에 KBS이사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EBS사장을 선임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인사 태풍의 시작에 불과하다.
새로 구성된 KBS 이사회는 KBS사장을 추천하게 되고 새로 결정된 KBS사장은 또 부사장을 포함한 본부장등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인사를 실시할 것이다. 지난 달 하순 KBS의 박권상 사장이 사흘동안 출근하지 않은 것을 두고 구구한 해석이 많지만, 그것이 사장을 포함한 KBS수뇌부의 인사와 직접 관련이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어떤 형태로든 KBS에 큰 인사 태풍이 휘몰아 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MBC도 새로 구성될 방문진이 사장을 교체 할 것인지 주목되고 있고, 사장이 새로 선임되는 EBS 역시 큰 폭의 인사가 실시될 전망이다.
정권교체시기와 맞먹은 큰 폭의 인사가 연쇄적으로 예정돼 있는 것이다.
방송의 내용이 사람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이고 보면, 이번 인사는 향후 한국방송을 판가름하는 시금석이다. 우리가 지난해 방송법 개정과정에서 방송관계자들의 선임절차를 공정하게 하도록 요구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의 이런 바램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방송관련인사들의 선임과정은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이미 특정인이 내정됐거나 유임되었다는 말이 떠돌고, 특정인사는 자기 인사문제와 관련해 청와대를 방문했다는 설도 있다. 방송관련인사 선임에 아무 관한이 없는 문광부 관련자들이 특정직에 특정인사는 아니라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방송법이 개정되기 전과 바뀐 것이 하나도 없다.
우리의 우려는 구태의연한 과정을 통해 다시 구태의연한 인사들이 방송계의 주요 직책을 맞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데 있다. 우리는 이미 그 전조를 방송위원회 구성에서 보았다.
연맹은 지난 달 27일 방송사 노조 위원장들을 중심으로 대표단을 구성해 김정기 방송위원장을 방문하고 민주적이고 능력있는 인사를 선임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 방송현업인이 추천하는 인사를 KBS이사회와 방문진 구성에 포함시킬 것도 요구했다. 특히 교육방송사장에는 경영능력을 갖춘 인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앞으로도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의 주장을 계속해 나갈 것이며, 오는 3일로 예정된 김정기 방송위원장의 기자회견장은 우리의 의지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각 사 수뇌부가 결정된 뒤 계속될 방송사 내의 인사에 있어서도 정권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능력있는 인사들이 임명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활동을 펴 나갈 것이다.


/ 언론노보 280호(2000.5.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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