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2개월, 방송위는 지금 몇시 인가?

무소신 밀실정책결정

"권력기생 특정인 명예욕 채워 주는 곳"

물갈이 통해 거듭나야


방송위원회(위원장 김정기)가 새 방송법에 따라 방송정책행정기구로 출범한 지 2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은 방송위원회는 정부여당의 눈치보기에 급급하여 밀실논의와 소신없는 일처리 등으로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최근 케이블TV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선정과정에서 방송위원회는 탈세의혹과 임금체불, 노조탄압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조희준씨(국민일보 대주주)가 대표로 있는 업체에게 방송사업권을 주어 시민사회단체로부터 극심한 항의를 받았다. 또한, 방송위원회는 방송독립에 핵심적 요소인 KBS이사진 임명추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선임, EBS사장 및 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도 정부여당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하고 사실상 외부권력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였으며, 새롭게 출범하는 EBS의 경우 박흥수 사장을 유임시켰을 뿐 아니라, 무능하다고 방송위노조와 EBS노조에서 반대해 온 이길범 전 방송위 사무총장을 감사로 앉히는 등 개혁적이지 못한 행태를 보였다.
김정기 위원장을 비롯한 방송위원들에게 지적되는 또 하나의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것은 방송위원들 상호간에 충분한 토론 없이 밀실논의를 거쳐 매우 중요한 정책사항을 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정책결정, 방송사업자 허가 등 국민적 이익에 관련된 막중한 직무를 행정부에서 떼내어 국민이 합의제기구인 방송위원회에 부여한 본래의 뜻을 방송위원회는 망각하고 있는 듯하다는 것이다. 일부 비상임방송위원은 중요정책결정사항에서 소외되고 친여인사 중심으로 구성된 상임위원들이 전횡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방송위원회 출범 시 사무처조직에 있어서도 기존 사무처조직의 인원을 대부분 승계하는 방식으로 하면서 전문가를 수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과거 방송위원회에서 무사안일로 일관하면서 기생해 온 간부와 무능력한 사무처 간부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정작 필요한 정책이나 행정전문가, 법률전문가, 방송기술전문가 등의 채용은 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의 음모를 감시하고자 하는 노동조합을 약화시킬 목적으로 전 노조위원장을 부당하게 해고시켜 버리는 부도덕함만을 보여주었다. 전문성 확보를 위해서 방송위원회가 시급히 갖춰야 할 것은 챙기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중요한 정책결정을 그르치거나, 시청자나 민원인들의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송위원회의 직무수행상의 결함으로 인하여 일부에서는 문화관광부나 정보통신부가 방송정책결정이나 방송사업자 허가, 방송사 경영진 선임 등을 과거와 같이 사실상 좌지우지하고, 결국엔 방송독립이라는 대명제 마저 무색하게 되어버릴 수 있다고 벌서부터 심각하게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방송위원회는 권력에 기생하는 특정 개인의 권력욕이나 명예욕을 채워주는 곳이나, 정권의 들러리기구가 아니라 법적으로 보장된 독립적 방송정책기구라는 것을 방송위원회 위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새 방송위원회가 방송독립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저버릴 경우 방송위원 전원은 즉시 사퇴하고, 소신 있는 참신한 인사들로 새롭게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 언론노보 281호(2000.5.1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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