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사장 선출 방식 관련 국민 여론조사’ 결과
‘공영방송 사장 선출 방식 관련 국민 여론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9명은 공영방송 3사(KBS·MBC·EBS) 사장 선임 시 시민사회 참여를 보장하길 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공영방송 이사 추천에도 국민 10명 중 8명이 시민사회 참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답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14일부터 이틀간 전국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천명에게 ‘공영방송 사장 선출 방식 관련 국민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대한 정치권 개입이 부적절하며, 시민 참여가 정치권에 좌우되는 공영방송 이사회 및 사장 선출에 대한 대안임이 확인되었다. 조사를 기획한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은 “이번 여론조사는 정당이나 언론노조의 관점이 아닌 시민의 관점에서 해석되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지점을 강조했다.

첫째,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권의 인사 추천이 더 이상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공영방송사 이사 시민사회 추천 찬반
공영방송사 이사 시민사회 추천 찬반

조사 결과 응답자 가운데 80.2%는 공영방송 이사 추천 시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답했으며 반대는 12.1%에 그쳤다. 공영방송 사장 선출에도 여당이 야당보다 많은 이사회의 사장 임명제청, 또는 추천에 대해 응답자의 63.5%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질문에 여야라는 구분이 있었으나 응답자들은 기존에 가진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답했다고 보기 어렵다. 공영방송 이사 추천 시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것에 보수층의 76.8%가, 진보층의 87.7%가 찬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여당보다 야당이 많은 이사 추천권에 대한 질문에서도 보수층이 진보층보다 8.5% 포인트 많은 67.8%로 부적절하다는 의사를 밝혔다.

둘째, 대의기관으로서 각 정당이 갖는 정당성이 공영방송 문제에서는 적용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시민사회단체들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할 때마다 각 정당은 시민사회의 대표성이 부족하며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뽑힌 자신들이 대의기관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공영방송 사장 선출은 물론 이사 추천에서도 정당이 신뢰받지 못함을 보여주었다.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방식 응답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방식 응답

여당과 야당의 관행적인 공영방송 이사 추천을 설명한 첫 번째 질문 이후,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에 대한 질문에서 응답자의 89.3%가 시민사회 추천이사로만 구성(16.3%)하거나 시민사회 추천이사가 여야 추천이사보다 많거나(22.9%) 같아야 한다(50.1%)고 답했다. 공영방송 이사를 여야만이 추천하는 관행에 대해 반대하는 응답자들만을 대상으로 했으므로 “여야 추천이사와 시민사회 추천이사를 동일한 비율로 해야”한다는 의견은 정당의 이사추천에 대한 인정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참여와 견제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읽어야 한다.

이번 조사 결과는 시민과 시청자를 대표하는 기구로서의 공영방송 이사회가 총선만을 근거로 대표성을 내세우는 정당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국민의 여론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셋째, 공영방송 사장 선출 과정에서 시민 참여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를 보여준다.

“야당보다 여당이 추천한 인사가 더 많은 이사회”의 사장 임명제청과 추천을 부적절하다고 본 응답자는 63.5%였고, 매우 적절하다는 응답은 4.9%에 그쳤다. 같은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이어지는 질문에서 KBS, MBC, EBS 세 공영방송 사장 선출시 시민평가단의 참여에 대한 찬성은 89.5%에 달했다. 여야 추천 이사회의 사장선출이 “대체로 적절하다”고 응답한 이들(25.1%)조차 시민참여에 대해서는 찬성한 셈이다.

공영방송 사장 선출시 시민평가단 평가 결과 반영 방식 응답
공영방송 사장 선출시 시민평가단 평가 결과 반영 방식 응답

이어진 사장 선출시 시민평가단의 평가 결과를 반영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66.8%가 시민평가단의 평가결과로 이사회가 최종 후보를 결정하거나(31.2%) 평가결과를 일부 반영(35.6%)해야 한다고 답했다. “별도 평가 없이 사장 후보들의 계획을 공개 청취”해야 한다는 응답(30.7%)는 시민사회 참여에 찬성한 이들 중의 응답으로 수동적인 의견 청취가 아닌 공영방송 사장의 설명 책임(accountability)을 요구하는 답변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여야의 추천으로만 구성되는 공영방송 이사회에 대한 거부, 공영방송 이사 추천에 있어 정당 대표성에 대한 불신, 그리고 공영방송 사장 추천에 있어 시민사회의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그동안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정치권의 관행적 기득권 나눠먹기로 진행되어 온 공영방송의 이사와 사장 추천 과정이 국민들로부터 이미 레드카드를 받았음이 여실히 증명된 것”이라고 평했다.

윤 위원장은 설문 결과에 나타난 여야의 낮은 신뢰도에 대해서는 “한국 언론 역사에서 개혁의 핵심과제는 수십년 전부터 정치와 자본으로부터 언론의 독립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의 문제였으며, 촛불 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다 가도록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언론개혁의 우선순위 조차 판단하지 못하는 정치적 무능, 여야를 막론하고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 자리를 정치적 전리품으로 간주하며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탐욕이 여전하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여야 모두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는 방식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진정한 언론개혁의 길을 열지 않으면 다가오는 대선에서 강력한 정치적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대한 여야의 겸허한 자세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번 설문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였으며 응답률은 19.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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