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호경 사장 보복인사 맞서 취재거부

언론노련 1일 12시 퇴진결의대회


'축 총선승리' 화분사건과 현직 대통령들에 대한 '충성편지' 등 정치권력에 대한 굴신(屈身)으로 안팍으로부터 거센 퇴진압력을 받고 있는 CBS 권호경 사장이 이번에는 "몰상식하고 부도덕한 보복성 인사"(5월 24일 발표 언론개혁시민연대 성명)로 물의를 빚고 있다. 이로 인해 제도 개선을 통한 방식으로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던 CBS 사태도 파업 국면으로까지 치달아 가고 있다.
권호경 사장은 지난 3월 24일 자신의 용퇴를 촉구한 호소문에 서명했던 38명의 간부들 가운데 12명에 대해 정직 등의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그런데 권사장은 5월 24일 정직 간부들이 업무에 복귀하는 시점에 맞춰 서명 간부들에 대해 또다시 대대적인 보복 인사를 단행했다. 부국장급인 이재천 경제부장과 허미숙 전북방송보도국장, 문영복 능곡송신소장을 포항방송 보도제작국장과 경남방송 보도제작국장, 경남방송 기술국장으로 각각 인사조치했다. CBS 포항방송과 경남방송은 현재 개국일정도 잡히지 않은, 신설준비중인 방송국으로 차장급 직원이 가야할 자리에 부국장급 간부를 내려보낸 것이다.
이에 항의해 CBS 기자와 PD 등 방송 현업자들은 24일 25일 이틀동안 현장 취재와 편집 등을 전면 거부했으며, 노조도 25일 전국 정기대의원에서 현 노조 집행부 임기를 권사장 퇴진까지 연장하기로 하는 등 초강경 투쟁을 결의했다. 노조는 특히 권사장이 5월 31일까지 부당인사를 철회하지 않고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을 경우 파업 등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CBS 노조는 지난 넉달동안 '권호경 사장 퇴진을 통한 CBS 살리기 운동'을 전개해오면서도 물리적인 행동은 자제한 채 권사장이 스스로 물러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두고 있었다. 그러나 노조는 권사장의 "몰상식하고 부도덕한 보복성 인사"를 접하고 더 이상 권사장을 이성이나 신앙적 양심을 지닌 사람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파업을 비롯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기로 한 것이다.
노조의 이 같은 강경방침에도 권호경 사장은 5월 31일까지 부당인사를 철회하지 않았으며 노조도 6월 1일 전국 임시대의원대회를 또다시 소집해, CBS 사태가 사장퇴진이냐 파업이냐 하는 건곤일척의 막판 승부로 가고 있다.
한편 한국 교계를 중심으로 최근 CBS 후임 사장의 이름들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권호경 사장의 뜻과는 상관없이 권사장 퇴진이 점차 가시화 되고 있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교계 안팍에서는 며칠 전부터 CBS 후임 사장 후보로 김상근 기독교서회 사장과 이형모 전 KBS 부사장, 인명진 기독교위성텔레비젼 사장, 고무송 기독공보 사장 등의 이름이 부쩍 오르내리고 있다.


/ 언론노보 282호(2000. 6.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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