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 회담이 다가오면서, 방송 뉴스에서는 남북 정상 회담과 관련된 뉴스를 상당히 부각시키고, 계속 톱 뉴스로 다루고 있다.
방송 뉴스는 이처럼 남북 정상 회담 뉴스를 톱 뉴스로 다루면서, '평양 소년 예술단, 평양 교예단 방문' 등을 집중적으로 다뤘고, 수많은 북한 관련 기획 뉴스를 보도하고 있다.
어쩌면 방송 뉴스가 이렇게 남북 정상 회담을 앞두고 관련 뉴스를 집중적으로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도 모른다.
남북 정상 회담이 세계적인 뉴스이고, 분단 시대의 질곡에서 벗어나는 데 있어 엄청난 사건이라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또 일부 세력을 제외하고는 남북 통일을 위한 이같은 노력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방송의 남북 정상 회담 관련 뉴스 집중 보도에 대해, 현재의 보도 방식이 최선은 아닐 것이라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마디로 방송 뉴스가 냉정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남북 정상 회담을 앞두고 좀 더 냉정하게, 그리고 신중하게 보도하는 것이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남북 정상 회담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는 방법이 아니겠냐는 시각에서 이런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평양 소년 예술단과 평양 교예단이 서울을 방문할 때 국내에는 또 다른 큰 사건들이 잇따라 벌어졌다. 이 큰 사건들은 대부분 골치 아픈 사건들이었다.
먼저 주가의 끝없는 하락을 계기로, 또 금융 기관들의 부실에 따른 공적 자금의 무한정한 투입에 대한 우려를 계기로, 실체는 없지만 제 2의 경제 위기설이 이 사회에서 퍼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 속에서 '현대에 5천억 긴급 지원' 기사가 터져 나왔고, 그 뒤를 이어 '현대 정 주영 3부자의 동반 퇴진' 기사가 터졌다.
또 민주 노총이 총 파업에 들어갔고, 의약 분업을 둘러싼 각 이해 당사자들의 갈등이 심각해 지는 상황이었다.
사회적으로는 매향리 미군 폭격장 문제를 계기로 주둔군 지위 협정 개정 요구 등 주한 미군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정말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하지만 방송 뉴스는 이런 구조적인 문제와 수 많은 갈등을 내포한 사건들에 대해 궁금증을 풀어주는 뉴스를 하지 않았다. 이런 국내의 심각한 사건들을 좀 비중이 낮게 처리하고 그 대신에
평양 소년 예술단과 평양 교예단 뉴스를 중요한 뉴스로 다뤘다.
일부 방송사의 경우, '현대에 5천억 긴급 지원' 기사가 터진 날에도 평양 소년 예술단 공연을 톱 뉴스로 다뤘다. '주한 미군 기지 석면 오염 심각' 기사를 단신으로, 별 가치가 없는 기사처럼 처리한 방송사도 있었다. 방송 뉴스를 보면, 민주노총이 왜 파업을 하는지 잘 알 수가 없었고, '제 2의 금융 위기설'이 왜 떠돌아다니는 지 방송 뉴스를 통해서는 잘 알 수가 없었다.
또 '현대 정 주영 3부자 동반 퇴진 발표와 큰 아들의 반발'에 대한 방송 보도를 봐도, 황제 경영체제 개혁에 재벌 일가의 반발이 얼마나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경제를 어지럽히고 있는지, 그리고 다른 재벌 일가는 또 어떤 식으로 재벌 개혁을 회피하고 있는지, 여기에 대해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반면에 평양 교예단의 경우는 리허설을 비공개로 하는데도 매일 중계방송식으로 처리했고, 남북 정상 회담 성공 기원 법회도 비중 있게 처리하는 등 남북 정상 회담 관련 소식이 사회의 현안을 덮어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냉정한 뉴스가 남북 정상 회담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역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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