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련에서 띄우는 2통의 편지

소모전 줄이고 경쟁력 키우는 21C형 대안 - 사용자에게

언론노동자 의식 전환 유혹, 방해 돌파당부 - 조합원에게

한국 5천5백개 노조 천문학적 교섭비용 줄일 때


1. 사용자에게
언론산별 문제로 적쟎은 고민이 있을 줄 압니다. 산별이 뭔지 잘은 모르지만, 언론노보나 미디어오늘에서 자주 다루고 키우는 걸 보아 노조에게는 좋은 걸로 생각할 것입니다. 노조에게 유리하니 사측으로서는 불리하게 생각하실 터이지요.
A사에서는 노조위원장에게 미국 특파원을 제안했다고 들었습니다. B사는 노조 전임자 문제와 인사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몇몇 회사는 노조 위원장과 식사나 함께 하자는 전화가 쇄도한다고 합니다. 뿐입니까. C사는 간부들을 동원해 조합원들을 일일이 설득하고 있습니다. 결론은 하나지요. '우리 회사는 산별 안 갔으면 좋겠네.'
먼저 당부드립니다. 노조의 조직변경 문제는 해당 노조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입니다. 회사가 나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노동관계법 제81조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조직 운영에 개입하는 것을 부당노동행위로 분명히 못박고 있습니다.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는 일이 없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을 바꾸길, 거듭 부탁합니다. 지금은 2000년이며, 1970년대가 아닙니다. 노조에 대한 회유와 압박, 매수, 이건 야만입니다. 노동조합에 대한 객관적인 인정과 존중, 여기서부터 건강한 노사관계는 만들어집니다.
산별노조는 노 사 정 모두에게 유리합니다. 생각해보십시오. 기업단위 노조는 매년 임금교섭을 하고 2년에 한 번 단체교섭을 진행합니다. 한국의 5천 5백개 노조가 모두 그렇습니다. 여기에 투입되는 비용은 천문학적입니다. 임단협 준비 기간을 포함한 교섭 소요시간, 사람, 돈, 쟁의 ---, 결국 현재의 기업별 교섭구조 아래서는 노사 양측이 막대한 교섭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며 이는 기업의 경영자원과 노동조합의 운동자원을 비생산적으로 소모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교섭 구조가 산별교섭 구조로 바뀌면 교섭위원 및 교섭일수는 훨씬 줄어들 것입니다. 또한 경영자는 사용자단체에 교섭을 맡기고 경영에 전념할 수 있으며 노조 역시 중앙 본조에 교섭을 맡기고 보충교섭에만 전념함으로써 서로간의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독일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독일의 경우 대다수 기업은 사용자단체에, 노동자는 노조에 가입해 있으며 이들간에 임금교섭이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임금은 기업단위로 정해지는 일이 거의 없고 산업수준에서 결정된다. 이러한 독일식 교섭제도는, 저임금에 입각한 경쟁을 '비열한 경쟁(filthy competition)'이라 부르며 좋지 않게 보는 독일인 특유의 자본주의관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런 교섭제도는 임금인하를 억제함으로써 기업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동하지 않을 수 없도록 강요하는 기능을 한다. 상당히 오랫동안 독일이 고급 승용차나 최고급 기계 공구 분야에서 비교우위를 가졌던 것은 이러한 제도와 무관하지 않다.>(박덕제, 선진국 산업별 노조운동의 특징과 전망, 한국노동연구원, 1998)

2. 노조 간부들에게
먼저 산별노조 투표를 마친 KBS노조, 부산일보노조, 스포츠조선노조, 한겨레노조, 대한매일노조, YTN노조, 일요신문노조 조합원과 간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산별노조가 아무리 대세이고 옳은 길이라도 홍보와 교육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속에서 조합원 총투표를 진행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그러나 산별노조는 이제 시작입니다. 한 고개를 넘었을 뿐, 아직도 아흔아홉 고개가 남아 있습니다. 여전히 단위노조별 조합원 투표는 진행되고 있고 규약과 각종 규정의 제정, 산별노조의 정책 마련을 위한 의견수렴, 사업계획안의 마련 등 출범 전에 해야 할 일은 참으로 많습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여기에, 힘을 보태주십시오. 힘 있는 산별노조는 우리 모두가 전력투구할 때 가능합니다.
그리고 산별 투표 일정을 확정한 국민일보노조, 연합뉴스노조, 경향신문노조 간부들에게 부탁드립니다. 가능한 투표 참가율을 높여 주십시오. 별 것 아닐 수도 있으나 작은 관심으로부터 노조는 새롭습니다. 금속노조나 병원노조가 아닌 언론사노조로서는 산별 투표가 투쟁인 셈입니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보태어 산별 투표를 예정하고 있는 노조 간부들에게 말씀드립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더라도 최대한 빨리 투표 일정을 잡아주십시오. 선전 홍보물 -산별자료집, 문답집, 브로슈, 포스터, 취재수첩 등- 연맹에 많이 있습니다. 교육, 언제든지 요청하십시오. 달려가겠습니다. 사측의 읍소(泣訴) 방해 유혹, 돌파하십시오. 더 큰 이익이 보장됩니다. 든든한 배경 하나 만든다고 생각하면 그만입니다. 주저하지 말고 산별노조로 갈아 타 주십시오. 함께 하는 것, 바로 공동투쟁이며 산별노조의 시작입니다.

최근 산별 투표가 본격화 되면서 단위노조나 조합원들로부터 다양한 의견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산별노조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불만도 있고 산별추진위가 미처 생각지 못한 점들을 질타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규약 한 조항 조항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이 있습니다. 산별추진위는 이 점 매우 고무적으로 판단합니다. 더욱 많은 조합원들의 참여와 비판을 바라겠습니다.
한 가지만 덧붙이겠습니다. 산별노조와 개별 사업장의 특수성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었는데, 내용은 개별 사업장에 대한 산별노조의 과도한 개입문제였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특별한 악성 사업장이 아닌 이상 산별 중앙이 단위 기업에 개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신문 방송 관련 정책 역시 모두가 동의하는 객관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의 내용이 될 것입니다. 정도의 차이지 특수성은 어느 사업장이나 있기 마련입니다.


/ 언론노보 284호(2000.6.2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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