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의 정상이 만난 다음 날 나온 13일자 각 신문의 편집은 역사적인 무게를 강조하면서도 그것이 갖는 의미를 다각적으로 짚어내 이 날을 대비해 꼼꼼히 준비했다는 느낌을 주었다.중앙과 경향은 광고 없이 1면에 두 정상이 손을 마주잡은 장면을 전면 사진으로 처리해 시각적인 효과를 고려했고 다른 신문들도 경중은 조금씩 달랐지만 외국의 시각,실향민의 반응 등 입체적으로 접근했다.
그러나 일부 신문의 기사는 향후 기사의 방향과 관련해 약간의 우려를 갖게 했다.동아 30면에 실린 ‘심리학자가 엿 본 김정일-동작 크고 우렁차게 인사,남성다움 과시의도 엿보여’이나 ‘김정일 위원장 외모와 패션’(한국,9면)‘김정일 듣던 것과 너무 달랐다’(중앙,30면) 등이 그것이다.물론 김정일이 그 동안 남한 사회에서는 베일에 가려져 온 인물인 만큼 독자들이 그의 개인적인 신상과 외모,취향 등에 관심을 가지리라는 추측은 당연히 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외모와 패션을 사진과 그래픽으로 처리해가면서까지 분석해야 하는 지는 의문이다. 특히 김정일의 심리분석까지 가한 것은 조금 지나친 것으로 보인다.김정일은 북한의 정상으로서 이번 회담에 나선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의 행동이나 발언은 공적인 틀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얼마전 김정일의 캐릭터를 본 딴 상품이 유행한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언론이 그를 개인적으로 발가벗길 때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고 보여진다.
또 다른 우려는 북한을 여전히 적대적인 대상으로 보는 관점이다.특히 조선에서 이런 점이 두드러진다. 조선은 13일자 사설에서 ‘북한은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반도 평화가 이룩되고 남한의 무력 증강이 없어야 한반도 안정이 온다는 도식적인 주장을 수십년간 되풀이하고 있다.이제 ....북한은 국력을 경제로 돌려야하며 그러기위해서는 현상유지적 평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길 바란다’고 했다.7일자 사설에서는 ‘집집마다 반기를 걸어놓고 호국영령을 추념하는 바로 그날 북한예교단이 공연을 하고 있어도 모두가 무신경이다’,8일자엔 ‘남북은 냉엄한 비즈니스다’라는 제목으로 ‘남북회담은 연극한마당도 잔치나 놀이도 아니다. 치밀한 전략적 사고와 행위만이 풀어낼 수 있는 고차방정식이다.당장 천지개벽이라도 있을 듯 제정신을 잃다간 모처럼 좋은 일을 그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이들 주장은 결국 ‘남북 화해가 중요하다해도 자기 중심은 있어야한다’(7일자)는 생각과 닿아 있다.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감정적으로 들뜨지 말자는 조선의 입장은 지극히 당연할 수 있다.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은 좀 과민하게 말해 마치 ‘꼬투리가 잡히면 언제든 낚아채겠다’는 것으로 비치기때문이다.북한과 접근하는 데 냉정함을 잃지 말아야겠지만 과거의 행위와 시각에만 매달린다면 남북의 상생과 화해는 영영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냉정하되 차갑지 않고 경축하되 호들갑떨지 않는 모습’은 새로운 남북관계를 맞아 우리 신문들이 앞으로도 계속 견지해야 할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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