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밥그릇 챙기려다 언론 황폐화

산별 안되면 오늘처럼 간다



연임에 성공한 창립노조 위원장의 일상은 간단치가 않다. 뭔말이냐고? 그놈의 술 때문에 그렇다.
안 그래도‘술=인간관계’라는 기절초풍할 전근대적 등식이 절대불변의 진리 값으로 횡행하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겁도 없이 노조위원장을 두 번씩이나 하고 앉았으니 그 폐해야 굳이 부연설명 생략해도 존현한 우리 언론노동동지 제위들께선 대충 감 잡으시리라 믿는다.
얘기인즉슨, 산별노조관련 원고청탁 받고 면피용 글 몇 자 쓰려니까 아직 술이 덜 깨서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는 뜻이다. 취생몽사, 그런고로 지금부터 본인의 발언은 폭탄선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각설하고―. 결론부터 딱 잘라 말하련다.
"산별노조, 절대 안된다.”이상 끝.
저기 벌써 혼절한 동지가 보인다. 분노에 치를 떠는 벗, 아니! 소리 없이 흐느끼는 애국시민까지….
현직 위원장이란 자가 암묵적 동의란 불문율을 깨고 경천동지할 천기를 누설했으니 일단 맞아죽을 각오는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자, 그럼 이제 해명순서.
특히‘하늘이 두 쪽 나도 산별은 간다, 산별이 아니면 차라리 죽음을 주십사’연일 외치며 이 땅의 척박한 언론개혁 현장에서 동지 교화 및 노세(급조어; 노동세력의 줄임말) 확장하느라 밤잠 못 주무시는 우리 박 산별 전도사님(성이 박씨인 연령미상의 인물로 그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너무 노여워 마시고 제 말씀 먼저 들어보소서.
내 비록 지난 밤‘피폭 후유증’때문에 피아를 못 가린다한들, 입 한번 뻥끗 잘못 놀리면 골로 가는 수가 있는데 절대 아무 근거도 없이 허위사실을 유포할 리 없다.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이 풍진 세상에서 제 한 몸 잘 건사하는 일보다 더 중차대한게 또 있던가. 대의명분이 아무리 거창하고 훌륭해도 자기 밥그릇 선뜻 내놓는 건 몰상식에 속하는 짓이다.
'제일 중요한 건 내 밥그릇’이라는 게 우리가 밥줄 대고 사는 이 동네‘물’이다. 어쩔 수가 없다. 좀 그럴듯하게 말해 교섭구조가 바뀌면, 그러니까 기업단위의 이해 구조가 사회적 단위의 이해 구조로 바뀌면 내 그릇에 밥 한 주걱이 돌아와도 더 돌아온다고, 노숙한 우리 전도사께서 피 맺히게 복음을 설파해도 소용없다. 끄떡도 안 한다.
지금 이대로가 좋은지, 단순히 귀찮은 건지, 그저 아무 생각 없는 건지 아무튼 이 철옹성 같은 '밥그릇 보존주의’는 오늘도 건재하다. 오월에 뭘 하고 구월에 뭘 한다구? 푸핫핫! 차라리 내게 거짓말을 해봐, 내 손에 장을 지지마….
대충 이 정도다. 이것 말고도‘산별 죽어도 안 되는 이유’가‘오십육만칠천팔백구십두’가지는 더 있지만 이만 하련다. 벌써 입이 아프다. 어젯밤도 그젯밤도 결국 그 얘기다.
그러므로 박살난 다음에 뒷감당 못해 헤매지 말고 조용히 깃발 내리는 게 어떨지. 정중하게 제의한다.
안 그러면, 당연히 나 같은 사꾸라는 빼고“안 되는 걸 되게 하라”왕년의 초전박살 정신으로 똘똘 뭉친 불쌍한 우리 위원장 동지들 덧없이 망가지는 몸은 대체 누가 책임지나.
내말이 그말이다. 산별은 무슨 산별, 그냥 이렇게 살다 죽지…

-이영식 스포츠조선 노동조합 위원장

<277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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