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전 포기는 순리… 시민 위한 논의 계속하자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과 정보통신망법의 ‘추석 전 입법’ 목표를 철회했다. 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는 오늘 공지문을 통해 ‘허위 조작 정보 퇴출법’을 마련하겠다며, 적절한 시점에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언론계, 시민사회와의 논의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방송기자연합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와 한국 PD 연합회 대표들은 어제 오후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현업 단체 대표자들은 법 개정으로 인해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데 강한 우려를 표명했고, 권력자들을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자격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개정 법안이 언론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세심한 검토가 필요한 만큼 ‘속도전’을 중단하고 ‘숙의’할 것을 요구했다. 오늘 민주당의 입장 발표는 민주당 역시 법안이 정교화될 필요성을 인식하고, 권력 감시와 탐사 보도 위축을 우려하는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제 차분하게 논의할 때다. 우리는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 대기업 등 권력자는 징벌적 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허위 보도를 하면 파산한다’는 사례로 언급되는 미국을 보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뉴욕타임스’가 자신에 대한 악의적 허위 보도를 반복해왔다며 150억 달러(약 20조 7천억 원)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징벌적 배상금은 별도다. 우리나라에서도 청구 금액만 차이 날 뿐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권력자는 할 수만 있다면 언제나 비판적 보도를 막으려 한다. 사실에 입각한 보도에도 ‘허위 조작’이란 딱지를 붙이고 소송부터 걸고 본다.

권력자들은 지금도 일반적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형사 고소를 통해,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를 통해 언론 보도에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권력의 무게만큼, 언론이 받는 압박 효과는 일반인과 다르다. 여기에 강력한 징벌적 손배 청구 권한까지 주어진다면, 그만큼 권력 감시 기능이 약화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권력자의 징벌적 배상 청구권을 막아야 하는 이유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에서 여전히 검토하는 언론사의 고의 추정 조항도 문제다. 언론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지만, 오히려 내부 고발자의 신원을 밝히게 하는 등 언론 탄압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정보통신망법을 통해 퇴출하겠다고 다짐한 허위 조작 정보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시민이 보장받아야 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독소 조항이 될 우려가 있다.

이 밖에도 쟁점은 많다. 우리는 관련 법률 개정의 목표는 시민의 피해 구제가 되어야 함을 분명히 한다. 또한 정보통신망법은 유튜브와 포털 등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실상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더욱 신중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주당은 공정성 심의 폐지, 명예훼손죄 친고죄화,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등도 검토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법체계를 전반적으로 살펴보겠다는 방향에 동의한다. 의지를 넘어 결과물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민주당이 밝힌 대로 앞으로 언론계와 시민사회와의 논의가 밀도 있게 진행될 수 있길 바란다.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언론 현업 단체들도 적극 참여할 것이다.

 

2025년 9월 18일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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