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현업단체 공동성명]
권력감시 위축 - 표현의 자유 훼손,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를 거치면서 다시 논란이 불거진 허위조작정보의 개념은 과방위 개정안과 유사하게 고의와 목적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수정됐다. 하지만, 당초 과방위안에 포함됐던 정보통신망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와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의 친고죄 전환은 삭제됐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인한 언론·표현의 자유 위축 논란이 커지자, 시민사회의 핵심 요구였던 ‘보도 공정성 심의 폐지’,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 ‘허위사실 명예훼손 친고죄 전환’을 함께 진행하겠다던 약속은 ‘공정성 심의 폐지’를 제외하곤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언론 현업단체들은 지난 9월 언론중재법 개정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현재의 정보통신망법 개정까지 4개월 동안 법에 담긴 독소조항들을 바꿔내기 위해 노력해왔다. 기자회견과 토론회, 전국 주요 거점 피케팅과 현수막 시위, 릴레이 성명 등을 통해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한 피해 구제의 확대, 허위조작 정보의 규제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이로 인해 언론 본연의 권력 감시 기능과 언론·표현의 자유가 위축돼선 안 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에 따라 이른바 권력자들에 한하여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권 자체를 제한할 것을 요구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는 수용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공공복리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보’는 징벌적 손배 대상에서 제외됐고, 가장 논란이 됐던 ‘타인을 해할 의도 추정’ 요건, 즉 입증 책임을 원고가 아닌 언론이나 정보 제공자에게 전환시키는 조항은 전체 삭제됐다. 정보통신망을 통하지 않더라도 최초 발화자에게까지 징벌적 손배를 묻게 했던 조항도 삭제됐다. 권력 감시와 취재원 보호, 공익 제보 등을 현저히 위축시킬 수 있다는 비판과 우려가 강하게 제기됐던 조항들이다. 또한 피용자(기자, 피디)에게는 징벌적 손배를 물릴 수 없게 됐고, 언론 보도에 대한 플랫폼의 자의적 임시 조치도 제한됐다. 전략적 봉쇄 소송을 남발하는 권력자에 대한 견제 조항들도 강화됐다.
하지만, 언론계와 시민사회의 우려는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허위조작정보를 법으로 규제하는 이상 표현의 자유는 훼손될 것이고, 징벌적 손배가 도입된 이상 권력자들의 소송 남발로 인한 언론 자유 위축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플랫폼의 임시 조치에서 언론은 제외됐지만, 유튜버나 블로거에 대한 자의적 조치 남발과 이로 인한 사전검열 우려도 그대로다. 수정되지 않은 여러 조항들에 대한 의구심과 질문도 이어지고 있다. 정권이 마음먹기에 따라 방미통위 과징금이나, 방미심위의 심의 기능을 이용한 악용 가능성도 우려된다. 지난 윤석열 정권에서 우리는 그 위험성을 충분히 확인했고, 언론의 정당한 문제 제기조차 ‘허위조작’이라 규정하고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현실 또한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법 개정 과정 역시 이 같은 우려를 키웠다. 내부 논의를 통해 언론계와 시민사회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되긴 했지만, 법안소위와 상임위, 법사위 등 국회의 기본적인 논의 절차는 심도 있게 진행되지 못했다. 개정안 발의 이후엔 공개적인 토론 과정도 없었다. 처리 시한을 못 박고 서둘러 진행하다 보니, 마지막까지 가장 기본적인 ‘허위조작정보’ 개념을 놓고 우왕좌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는 책임 있는 정부여당의 모습이라 보기 어려웠다. ‘졸속입법’이란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이유다.
정부여당에 요구한다. 법 개정으로 인한 언론·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를 잠재울 책임은 누구보다 정부여당에 있다. 이 법이 규율하고자 하는 대상은 극히 일부의 ‘허위조작정보’임을 다시금 명확히 하고, 언론·표현의 자유에 대한 훼손 여지를 없앨 수 있도록 법안 내용을 세심히 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시행령을 통해 적용 대상을 정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신중에 신중을 기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와 허위사실 명예훼손의 친고죄 전환을 위해 형법과 정보통신망법 재개정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한다. 이는 민주당이 수차례 공언했고,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으며, 최근에는 폐지 검토까지 직접 지시했던 사안이다. 보도 공정성 심의 폐지와 함께 서둘러 개정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
언론 현업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이 현장에서 언론 탄압의 수단으로 변질되지는 않는지, 권력자들이 법망을 이용해 비판 보도를 위축시키지는 않는지 면밀히 지켜볼 것이다. 또한 부당한 법적·제도적 압박에 굴하지 않고 권력을 성역 없이 감시하고 진실을 보도하는 언론 본연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다.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내부의 자정 노력 역시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며,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연대에도 적극 동참할 것이다. 우리는 끝까지 책임을 다할 것이다.
2025년 12월 24일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