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자본에 휘둘린 언론의 민낯…공정보도 제도 강화해야
정의선 현대차 회장 장남의 음주운전 기사 삭제·수정 사태의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된 언론사는 언론노조 내에서 파악된 곳만 9곳에 이르며, 기사는 남아있었지만 취재기자와 데스크를 건너뛰고 제목을 수정한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다. 험난한 투쟁으로 얻어낸 언론의 편집권 독립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진 것에 참담한 심정이다. 언론노조 각 지·본부의 문제제기를 받은 사측 대부분이 사과와 함께 기사를 원래대로 복구했지만, 그것으로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우선 삭제·수정된 기사를 아직도 복원하지 않은 언론사가 있다.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서도 후속조치를 주저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지난 성명에서도 밝혔지만, 언론노조는 모든 언론사가 기사를 원래 승인됐던대로 복구할 것을 거듭 강력히 촉구한다. 이는 언론사로서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다.
현대자동차그룹에도 요구한다. 이번 기사 삭제 시도가 부적절했음을 인정,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 정의선 회장은 올해 그룹 신년회에서 "문제를 숨기지 않고 수면 위로 올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불편한 기사를 막고 내리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을 다짐하는 것이 글로벌 기업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일 것이다.
이번 사태로 언론사 내부 공정보도 제도의 중요성이 다시 확인됐다. 기사 무단 삭제·수정 경위를 파악하고 회사의 사과를 이끌어 낸 것은 편성위원회, 공정보도위원회 등 내부의 견제 장치였다. 언론의 독립을 지키는 주체는 경영진도 간부도 아닌 바로 현장의 언론 노동자인 것이다.
안 그래도 시민들 사이에서는 권력자들이 마음대로 기사를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다는 불신이 팽배해 있다. 편집권 독립을 지키고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공정보도 제도 강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확대, 개정 방송법이 정한 편성위원회의 실효성 확보는 물론 신문법의 편집권 독립 조항 복원, 노사 동수 편집위원회 설치와 편집규약 제정 의무화 등 갖춰야 할 제도는 여전히 많다. 언론노조는 외압에 맞서 언론의 독립을 지킬 수 있는 견제 장치 강화를 위해 끊임 없이 싸울 것이다.
끝으로 언론노조 소속이 아닌 언론사의 노조 또는 기자협회에 요청드린다. 언론노조 지부가 없는 언론사 가운데에도 이번 기사 삭제·수정 사례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곳들이 있다. 혹시 자사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는지 살펴줄 것을, 만일 그렇다면 기사 복원을 위해 싸워줄 것을 부탁드린다. 소속은 다르다고 해도 언론의 자유와 독립이라는 원칙은 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2026년 1월 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