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 당일, 박장범 당시 KBS 사장 내정자가 KBS의 계엄 특보 사전 준비 의혹에 깊숙이 관여된 정황이 폭로됐다. 당일 저녁 대통령실로부터 연락을 받고 최재현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건 자가 바로 박장범이란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박장범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통해 관련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고 관련자를 엄벌할 것을 수사기관에 강력히 촉구한다. 아울러, 박장범은 12·3 내란 당시 자신의 행적을 명확히 밝히고, KBS 사장직에서 즉각 물러날 것을 요구한다.
언론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2024년 12월 3일 박장범이 최재현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특보 준비를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최재현은 오후 6시쯤 퇴근했으나, 한 시간 반 만에 회사로 복귀했다. 이후 대통령실 출입기자에게 동향 파악을 지시하고, 국장 취임 이후 한 번도 들어가지 않던 뉴스 부조정실에서 신호 수신 여부까지 확인하는 등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였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직원에게는 '안보 관련'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정권 고위 인사들이 당일 오후 10시에 KBS 계엄 방송이 예정됐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는 점은 관련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바 있다. 이상민은 오후 8시 40분쯤, 한덕수는 오후 8시 56분쯤 통보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사 간 내용 공유 네트워크인 '코리아풀'에 정부 발표가 있다며 신호 수신 여부 확인을 요청하는 공지가 나간 시각이 오후 9시 18분이었다. 이러한 정황을 종합하면, KBS는 이보다 앞서 대통령실-박장범-최재현 경로를 통해 계엄 계획을 전달받고 계엄 방송을 준비한 것으로 의심된다.
KBS본부의 폭로를 뒷받침하는 추가 보도도 나왔다. MBC는 내란 당일 박장범에게 전화를 걸었던 대통령실 인사가 당시 홍보기획비서관이었던 최재혁이었다는 경찰 수사 결과를 보도했다. 최재혁은 계엄 선포 중계 현장에 배석하는 등 계엄 실무에 깊이 관여한 인물이다. 그는 이른바 '김건희 라인'의 핵심 인사로도 꼽힌다. '윤석열 라인' 박민이 밀려나고 박장범이 사장에 오른 배경에 김건희 라인이 작용했다는 의혹은 이미 제기된 바 있다. 이러한 정황 등을 고려하면, 최재혁이 박장범에게 전화를 걸어 KBS 계엄 방송 준비를 지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경찰은 1년 넘게 시간을 끌다 최근 해당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재혁·박장범·최재현 간 연결 고리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들의 행위는 방송 편성 개입·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제4조 2항 위반이며, 동시에 법원이 내란행위로 규정한 12·3 계엄의 선전·선동 공범이자, 더 나아가 중요 임무 종사자로까지 혐의가 확대될 수 있다.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할 때, 경찰의 재수사는 불가피하다. 당사자들은 당일 특보가 계엄 방송인지 몰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재혁 당시 홍보기획비서관의 역할이나 최재현 보도국장의 수상쩍은 행적 등을 고려하면 ‘무혐의 처리’ 결과는 결코 납득하기 어렵다.
박장범에게도 요구한다. 지금이라도 12.3 내란 당시의 행적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라. 박장범은 그동안 계엄방송 사전 준비 의혹과 관련해 자신의 개입 여부를 철저히 숨겨왔다. 어제 KBS본부의 폭로 기자회견 이후에도 “제기한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만 뭉뚱그렸을 뿐, 무엇이 사실과 다른지, 내란 당일 최재혁, 최재현 등과 통화한 사실이 있는지 등의 구체적 행적은 전혀 밝히지 않았다. 모르쇠로 일관하며, 법적 대응을 운운한다고 이 사건의 파장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면 큰 착각이다.
지난 1년여 간의 실정을 넘어 내란 선전선동 개입 의혹까지 받는 자가 KBS의 수장 자리에 있는 것은 KBS의 수치이다. 즉각 사장직에서 물러나 엄정한 수사를 받는 것이 KBS 사장으로서 다해야 할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다.
2026년 1월 2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