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통신은 그 나라의 '정보 인프라'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AFP가 그렇고 AP통신이 그렇고 UPI가 그렇다. 이 통신사들은 단순히 가맹 언론사(회원사)들에게 기사를 제공하는 기사판매회사가 아니다. 통신사는 어느 시점, 어느 장소에서 발생한 사실을 맨 처음 규정하고 맨 처음 배포하는 규정성, 그리고 그 국가가 어떤 사실을 바라보는 시각과 해석을 결정하는 첫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통신을 '언론의 언론'이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같은 이유로 통신사 언론인은 인반 언론인에 비해 더 높은 도덕성과 독립성을 요구받고 있고 이 사회의 여러 현상에 대해 깊이 있는 철학과 투철한 역사의식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기간 통신사이며 정보인프라의 기둥인 연합뉴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매우 우려스럽다고 아니할 수 없다. 최근 일부 기자들의 비리·추문·스캔들이 계속되는 와중에 연합뉴스 전임 사장의 추문을 다시 들먹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다만 그 후속 조치는 제대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후임 사장은 우선 그 선임절차상의 독립성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정치적 외압이 철저히 배제된 상태에서 선임의 투명성이 확보돼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난 시대 정치적 성향의 사장으로 인해 불편부당의 당위성이 훼손되고 특히 선거를 앞두고 기사가 왜곡 보도되는 굴절된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독립·투명성에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전문성의 문제이다. 통신사 사장이 전문 언론인이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겠으나 신문·방송과 다른 특성이 중요하게 고려되어햐 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덧붙여 경영의 전문성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자질이다.
요컨대 우리는 새로 선임될 연합뉴스 사장이 1만7천 언론노동자와 함께 환영해 마지않을 '참 언론인'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참으로 당연한 얘기를 구구히 늘어놓는 것은 기필코 우리의 머리에 띠를 두르게 하는 '정치적 잡음'이 구체적으로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 언론노보 288호(2000.8.2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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