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외압 맞선 파업 옳은 일 - 86년 칼럼
KBS 추적60분은 불방압력 - 2000년 8월

「1985년 8월7일 영국의 BBC와 I·TV뉴스가 뉴스가 24시간 파업에 들어간 계기는 총국장의 권한에 내무장관 레온 브리튼이 간여, BBC에 나갈 45분짜리 다큐멘터리를 방영하지 않도록 종용한데서 비롯되었다. 그것은 영국의 고질병이라 할 수 있는 북아일랜드지역 분쟁을 다룬 것인데… 영국국민은 7대3의 비율로 노조의 파업조치를 지지하고 나섰다. BBC의 독립성을 확인한 날이었다. 만일 우리나라처럼 부당한 명령이나 잘못된 결정일지라도 상부명령에 사족을 못쓰는 사회라면 아무리 좋은 제도나 법률을 만들어 놓아도 실행과정에서 유명무실하게 된다. …표현의 자유와 뉴스의 공정성을 짓밟는 규정이나 심지어 구두명령에 대해 저항할 줄 모르고 유유낙락해야 할 문화라면 그런 풍토에서 자유나 민주주의는 결코 피어날 수 없다」
KBS 박권상 사장이 야인이던 1986년 5월6일 <부산문화>에 쓴 글이다. 가혹하고 어둡던 시절에 썼던 '우리시대의 목소리'였다. 박사장은 '자유는 오직 용기 있는 사람들만이 누리는 특권이다'고 아테네의 철인 페리클레스가 2500년전에 갈파한 명언을 덧붙였다. 그는 "당시 통치집단을 위한 편파왜곡 방송을 자주 한 KBS에 대해 국민들의 폭발적 저항운동이 일고 있는데 이는 밝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자각"이라고 평가했다.
박권상 사장은 지난 17일 KBS<추적60분> '국방군사연구소는 왜 해체되었나'편에 대해 급작스럽게 제작중단 지시를 내렸다. 이 프로그램은 연구소 해체의 석연치 않은 배경을 파헤치며 국방부와 국방부장관의 잘못을 통렬히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는데, 불방 결정 이후 KBS노조가 전면 제작거부를 천명하며 투쟁에 나서자 3차례 연기 끝에 지난 3일 방송됐다. 박사장의 글과 행동사이에는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어려울수록 지배층이 희생해야" - 84년 칼럼
구조조정은 힘없는 청소원부터 - 2000년 8월

「10년전 영국경제는 인플레와 기름파동으로 홍역을 앓고 있었다. 영국정부는 임금정책으로 일률적인 주급 6파운드 인상안을 내놓았다.(주급 160파운드 이상은 동결) 고소득자에게는 적은 액수지만 저소득자에게는 20% 이상의 인상효과를 가져왔다. 생활수준이 높은 사람에게는 내핍과 절약을 강요하는 것이고 내핍할래야 내핍할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는 숨통을 돌릴 수 있게 하는 슬기로운 조처였다. … 나라가 어려울수록 지배층이 부담과 희생의 몫을 더 차지하는데서 자유사회의 '총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나라사정이 어려울 때는 사회정의를 구현하여 부담과 희생을 개인의 능력에 비례해서 나누지 않으면 가정생활이 고통스러운 국민이 늘어날뿐더러 계층사이의 갈등은 더 거칠어질 수밖에 없음을 걱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박권상 사장이 1984년 12월 <샘이깊은 물>에 쓴 글로 구구절절 옳지 않은 대목이 없다.
박사장은 지난 8월31일 KBS환경직 조합원 98명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노동조합에 일방통보했다. 지난 5월24일 1명 늘어난 KBS부사장에 박사장의 전주고 후배가 임명된지 3개월만의 일이다.

80년대 암흑기, 최일남씨가 "의미 있는 생을 가꾸고자 하는 사람들은 새겨들어야 할 진품언론인"이라고 격찬할 만큼 "우리시대의 목소리를 토해냈던 「권생이 형」"은 지금 「박권상 사장」이 되어었다. 권생이 형의 명문, '상식이 지배하는 사회', '감투의 사회학', '예스맨은 왜 태어나는가', '정부란 필요악에 불과하다', '젊은 기자에게 보내는 글' 등은 이제 박사장이 얼굴 붉히며 새겨 잃어보아야 하지 않을까.

/ 언론노보 289호(2000.9.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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