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권상 사장, 부사장 늘려 후배 앉힌지 3개우러 만에

"노동법, 단협 위반한 폭거" 노조 총력투쟁 선언

민노당, 여성노조 규탄성명 파문 확산


KBS 노동조합(위원장 현상윤)과 언론노련(위원장 최문순)이 박권상 사장의 불법 정리해고 방침에 맞서 강력 투쟁에 나섰다.
노조는 사측이 지난달 31일 '인력효율화 시행방안'의 하나로 '환경직무인력 전원 퇴직을 11월 1일까지 완료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문을 보내옴에 따라 긴급 회의를 열고 이번 사측의 조치를 '명분도 근거도 없는 정리해고'라고 규정했다.
이번 사측의 방침은 노동법상 정리해고의 요건을 갖추지 않았고 단협에 명시되어 있는 '노조와의 사전합의' 조항을 위반한 불법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파문을 불러오고 있으며, 힘없는 환경직 조합원들을 그 대상으로 해 박권상 사장의 도덕성 시비까지 일으키고 있다.
특히 6일 민주노동당과 서울지역여성노조는 규탄성명을 내고 "1천억원의 흑자를 내는 KBS가 부사장은 2면으로 늘리면서 소외된 하위직급을 불법해고한 것은 부도덕한 생색내기로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즉각철회를 주장하고 나서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조는 1일 긴급중앙위원회를 열어 사측이 정리해고 방침을 철회할 때까지 신관 로비에서 농성에 돌입키로 하는 등 '사내개혁과 정리해고 저지투쟁'을 벌이기로 결의했고, 언론노련도 박권상 사장을 노동청에 고발 검토키로 하는 등의 연대투쟁방침을 확정했다.
노조는 1일과 2일 신관 로비서 환경직무 조합원과 중앙위원 등 70여명의 조합원이 모인 가운데 경영진 규탄대회를 잇따라 연데 이어 4일에는 방송의 날 행사장에서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피케팅을 가졌다.
또 노조 정미정 여성중앙위원과 KBS 여성협회, 환경직 대의원들은 지난 2일 민주당 문화관광위 이미경 의원을 방문해 정리해고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지원을 요청했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정리해고를 해야 할 절박한 상황도 아니면서 하위직만 구조조정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한뒤 "구조조정을 하려면 간부진들부터 제대로 해야 할 것"이라며 "사회정의 차원에서 여성계의 지지와 여론을 높여나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측이 31일 일방적으로 보내온 공문에서 밝힌 해고 대상자는 모두 환경부문 조합원들로 본사 48명, 지역 50명 등 모두 98명에 이르며, 50대 여성이 대부분이다. 사측은 이들에 대해 △퇴직자 위로금 지급 △재취업 알선 등의 대책을 제시했지만 법적 의무인 해고회피노력에 대해서는 별도로 합의하자며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않았다.
사측은 또 지난 2일 청원경찰 70여명을 동원해 정리해고에 항의하는 조합원들의 월례회의장 출입을 봉쇄하고, 노동법상 명시된 조합의 정당한 권리인 노사협의회 개최마저 회피하는 등 비상식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노조는 이번 사태를 '속초·태백·여수·남원·군산·공주 등 8개 지역국 통폐합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하며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 방침에 따른 각종 정리해고 등이 직종을 불문하고 본격화 될 것'이라고 전망, 총력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현 위원장은 "정작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분은 결재단계 축소, 팀제·전문직제 도입 등 효율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라며 "없던 부사장 자리를 만들어 박권상 사장의 동문후배를 앉힌 뒤, 노동자들을 대량해고 하는 것은 어떤 명분도 없는 파렴치한 짓"이라고 비난했다.
현 위원장은 또 "회사의 정리해고 방침은 올 임금협상에서 고용안정에 합의한 노사 합의 정신을 위배하는 폭거"라며 "노조의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박 사장 퇴진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언론노보 289호(2000.9.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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